이행강제금제는 여야 이해가 크게 엇갈리는 것도 아니어서 국회 처리가 지연될 이유도 딱히 없었다고 봐야 한다. 다국적기업들이 그동안 과세 당국의 자료제출을 거부하는 등 조사를 방해하는 행위가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도 속히 도입됐어야 할 제도다. 강민수 국세청장이 취임 후 최대 역점사업으로 꼽고 법안 발의까지 성과를 냈지만 학계 역시 제재 수준과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던 터였다. 이런데도 하반기 시행 예정이었던 이 제도에 제동이 걸리면서 제재는 여전히 솜방망이를 면치 못하게 됐다.
세무조사를 거부하면 국세청은 현재 최대 50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지만 반복 부과는 할 수 없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서울지방국세청이 특정 다국적기업에 대해 자료 제출 거부 때마다 2000만원씩 총 18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했지만 법원이 2000만원만 인정한 판례가 제시되기도 했다. 가벼운 제재와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 다국적기업의 버티기를 부추기고, 막대한 규모의 조세 회피를 가능하게 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여야가 합의한 이행강제금제는 1일당 평균 수입금액의 0.3%내, 한 달 동안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회피할 경우 최대 1억 5000만원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 법인에 매출을 몰아주는 다국적기업들이 상당한 현실에서 이 정도의 이행강제금은 최소한의 제재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 국세청이 조세 정의 원칙을 엄정하게 지킬 수 있도록 국회는 법안 처리를 서둘러야 한다. 공정해야 할 세무조사, 징세 과정이 특정 기업에 대한 봐주기로 비친다면 과세 당국의 신뢰도 흔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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