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적으로 공수처가 체포영장 집행 주체인 데도 그 지휘를 경찰에 넘기겠다는 것은 기본 인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다. 결국 두 기관이 협력해서 영장을 집행하기로 합의했지만 이미 영장 집행의 절차적 정당성이 상당 부분 꺾여버렸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공수처가 법원에 체포영장을 재청구했고, 경찰은 다음번 영장 집행 때 경호처가 또 막을 경우 체포하겠다며 경고하고 나섰지만 오히려 여론의 질타는 갈팡질팡하며 혼란을 키운 공수처를 향해 쏟아지고 있다.
공수처의 윤 대통령 수사를 놓고 보자면 공명심을 앞세운 측면이 크다. 계엄 사태가 터지고 탄핵 여론이 분출하자 공수처가 이 틈에 위상을 높일 요량으로 무턱대고 뛰어들었다는 얘기다. 공수처가 과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관용차를 제공하면서까지 ‘황제 조사’를 벌였던 행적과 비교하면 수사권 여부 및 경호처와의 대치를 무릅쓰고 현직 대통령을 체포하겠다며 나선 것은 형평에도 어긋난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결집을 더 강하게 만드는 결과만 초래했다.
체포영장 자체의 문제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이 발부한 영장은 “군사상·공무상 비밀에 관한 장소나 물건은 책임자 승낙없이 압수·수색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 규정을 예외로 했지만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이 ‘불법 영장’이라며 이의신청을 제출하자 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적법성을 다시 확인했어도 불씨는 여전하다. 공수처가 정치적 편향성 지적을 받는 ‘우리법 연구회’ 출신의 판사가 재직 중인 곳을 콕 찍어 택한 것도 ‘판사 쇼핑’ 논란을 부를 만했다. 공수처는 사죄하고 정치권은 존폐 여부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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