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도바 분리주의 지역, 8시간 정전 조치 속 비상
동방정교 성탄절도 요리할 가스 없어 ‘썰렁’
몰도바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지역 트란스니스트리아가 단전과 단수를 포함한 동시다발적 에너지 위기에 직면했다. 사진은 지난 6일(현지시간) 몰도바 수도 키시너우의 가스 직원이 전화통화를 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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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가스 공급이 중단된 지 일주일 만에 몰도바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지역 트란스니스트리아가 단전과 단수를 포함한 동시다발적 에너지 위기에 직면했다. 당국은 과부하 된 전력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하루 8시간씩 정전 조치에 나섰다.
8일(현지시간) 몰도바 매체인 ‘드네스트롭스카야 프라브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부터 주요 지역에서 하루에 8시간씩 전기가 차단될 예정이다. 종료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전력망 과부하 관련 사고도 증가해 상황은 더 복잡해지고 있다. 이 매체는 전기 기술자들의 말을 인용해 “지난 24시간 동안 약 160건의 사고 신고가 접수됐다”라고 보도했다.
이 같은 에너지 위기는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중단되면서 시작됐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은 대금 연체를 이유로 1일부터 몰도바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대체 에너지원이 없는 트란스니스트리아는 직격탄을 맞았다.
뉴욕타임스(NYT)는 한겨울에 가스 공급이 중단되자 주민들이 전기 히터로 체온 유지에 나서며 전력 과부하에 걸렸고, 구소련 시대 만들어진 전력망이 이를 견디지 못하고 폭발하면서 상황이 악화했다고 보도했다. 분전함이 타버린 사진 등이 지역 매체를 통해 공개되고 있다. 정전으로 물 공급까지 중단되면서 상황은 연쇄적으로 악화하고 있다.
동방정교를 믿는 이 지역의 성탄절은 1월 7일인데 축제가 열렸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요리, 난방할 가스가 없어 썰렁한 성탄절이 됐다.
상황이 악화되자 바딤 크라스노셀스키 트란스니스트리아 대통령은 주민들에게 “집마다 사용하지 않는 가전제품의 전원을 껐는지, 불필요하게 켜진 전구는 없는지 확인하자”고 호소했다. 또 “이미 어려운 상황이 더욱 악화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도 말했다.
에너지 회사는 주민들에게 따뜻하게 옷을 입고 가족들이 한 방에 모일 것, 창문에 담요나 두꺼운 커튼을 걸 것 등을 권고했다.
크라스노셀스키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전보장이사회(NSC)를 열어 에너지 비상사태를 논의할 예정이다.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면서, 주민들이 트란스니스트리아를 탈출해 ‘텅 빈 껍데기’로 남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가운데 몰도바 정부는 트란스니스트리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면서 손을 내밀고 있다. 도린 레체안 몰도바 총리는 “트란스니스트리아를 지원하겠다고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면서 “전기, 난방, 물 없이 더는 왼쪽 둑(드네스트르강 동쪽)에서 생존할 수 없다면 오른쪽 둑에서 그들을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몰도바는 트란스니스트리아 정부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해당 지역을 ‘드네스트르강 왼쪽 둑의 행정-영토 단위’ 등으로 지칭하고 있다.
트란스니스트리아는 옛 소련 해체 1년 뒤인 1992년 내전 과정에서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독립을 선포했으나, 국가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몰도바 내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이 지역에는 ‘평화유지군’ 명목의 러시아군 1500명 정도가 주둔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는 트란스니스트리아에 대한 군사적·경제적 지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가운데 닥친 동시다발적인 에너지 대란은 트란스니스트리아의 자립 가능성에 의문을 더 증폭시키고 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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