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사모펀드의 적대적 M&A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 /사진=최경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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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등 국가기간산업을 책임지는 기업에 대한 적대적 M&A(인수합병)를 막기 위해 제도를 정비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국민연금 역시 국익을 고려해 적극적 의결권을 행사하며 기업의 경영권 방어에 기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8일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의실에서는 '사모펀드의 적대적 M&A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학영 국회부의장을 비롯해 야권 국회의원 14명이 주최했다. 참석자들은 136조원 규모로 성장한 사모펀드가 '시장 주도의 구조조정'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벗어나, 국가기간산업 경영권 획득 등을 통해 손쉽게 수익을 추구하는 상황이 문제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
특히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하고 있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고려아연 경영권이 MBK에 넘어갈 경우 단기성과 추구에 따라 고용불안·기술유출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연, 연, 은, 인듐 등을 생산하는 고려아연은 비철금속 부문 세계 1위 기업이다. 최근에는 이차전지 소재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중이다. 지난해 11월에는 고려아연의 하이니켈 전구체 제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기도 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문병국 고려아연 노조위원장은 "고용 불안이 가장 큰 문제"라며 "노동자들은 하루하루 숨이 막힐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정문 의원은 "고려아연 사태에서 드러났듯, 사모펀드의 단기수익 추구가 국내 기업 생태계와 노동자의 권익을 위협할 수 있다"고 설명했고, 민병덕 의원은 고려아연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국가기간산업에 대한 적대적 M&A는 개별 기업의 경영권 분쟁 사안으로 그치지 않고, 국가 경제·안보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발제를 맡은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는 "고려아연의 경우 수익성이 나쁘지 않은 '좋은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인데, MBK가 경영권 분쟁에 들어오게 됐다"며 "이게 바람직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모펀드가 국가기간산업 관련 기업을 인수할 때 고용 유지, 국부 유출 방지 조치 등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성호 경기대 행정사회복지대학원 교수는 "고려아연 문제의 경우, 경제안보·산업정책 관점에서 개입할 수 있는 수단이 결여돼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국가기간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기술·인재·핵심자산 유출 방지를 포함한 산업정책 종합전략의 정립이 시급하다"고 힘을 줬다.
고려아연 지분율 현황/그래픽=김다나 |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을 통해 적대적 M&A를 견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고려아연 사태에서도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로 분류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지분 4.51%를 보유하고 있다. 오는 23일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가 예정된 가운데 MBK 측 지분율은 약 41%,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약 33~34%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교수는 "국민연금이 국가기간산업 보호에 있어 스튜어드십 코드 등을 통해 주주로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며 "고려아연도 국가기간 산업을 영위하고 있기에, 연기금이 산업 보호를 더욱 적극적으로 해줘야 한다는 논의들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로스쿨 명예교수도 "국가기간산업 부분과 관련해서는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며 "경제안보를 지킨다는 측면에서 국민연금이 일정한 역할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토론회를 주도한 민병덕 의원은 "사모펀드와 관련한 논의는 이제 시작"이라며 "향후 뭔가 결론을 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은석 금융감독원 펀드심사2팀장은 "사모펀드 도입의 취지가 퇴색됐다는 우려섞인 시선이 있다"며 "전체적으로 제도적 보완책이 있다면 서포트하면서 잘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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