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사진=산업통상자원부) |
새해가 밝자마자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 지금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에 있다. 조지아주는 우리 자동차와 이차전지 기업들이 집중적으로 투자한 지역이다. 주지사와 지역 인사들, 워싱턴D.C.에서 상·하원 의원들을 만나 우리 기업들의 이익을 지켜내기 위한 아웃리치를 하기 위해서다. 애틀란타에서 만난 우리 기업들은 미국 신(新)행정부의 출범 이후 벌어질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을 크게 우려했다.
2025년 푸른 뱀의 희망찬 기운으로 새해가 밝았지만 정작 우리 경제와 기업의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 위기감이 높다. 올 한해는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품목의 수출여건이 악화되고, 경쟁국들의 시장 잠식과 기술 추격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더해 국내 불안한 정치상황으로 인한 대외신인도 하락 우려와 미국 신행정부 출범까지 겹치면서 대내외 불확실성이 최정점에 이른 상황이다.
이런 '비상 상황'에서 '비상한 각오'로 '비상대책 수준'의 산업·통상·에너지 정책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고 다시 한번 도약하는 대한민국호(號)를 만들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올 한해 흐트러짐 없이 뚜벅뚜벅 나아갈 예정이다.
먼저 급변하는 통상환경에 전략적으로 대응하면서 대외 리스크부터 철저히 관리해 나갈 것이다. 미국 신행정부가 강력한 관세 등 보호무역 조치를 예고한 만큼 매주 권한대행이 주재하는 '대외경제현안 간담회'를 중심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슈별 대응전략을 세심하게 점검해오고 있다. 데이터에 기반한 대미(對美) 무역수지 팩트 시트(fact sheet)를 준비하고 있으며 민관 역할분담을 통한 전략적 아웃리치도 추진할 예정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적극적인 협력의사를 밝힌 조선산업은 경제 및 안보부처가 모두 참여하는 '범부처 조선 TF'를 구성해 '한미 조선 협력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다.
한편 미국시장의 벽이 높아질수록 경쟁국 저가 제품의 국내 유입이 크게 늘어나고 제3국 시장에서의 경쟁도 한층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무역위원회를 확대 개편하고 조사 기법과 대응 체계를 고도화해 무역구제 역량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유망 신흥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로 ODA 예산 확대, 통상협정 체결 등을 통해 경제운동장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다.
지난해 모두 역대 최대실적을 기록하면서 우리 경제성장을 견인한 수출과 외국인직접투자의 상승 모멘텀이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다할 것이다. 올해 수출은 '상저하고' 흐름이 전망되기에 가용한 정책자원을 상반기에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중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역대 최대규모인 252조원의 무역보험을 지원하고 최근 환율상승에 따른 기업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환변동보험 요율 특별할인과 함께 중소·중견기업 대출 보증한도도 상향한다. 아울러, 물류전용바우처 신설, 해외인증 상호협력 확대, 글로벌 온라인플랫폼 입점·판매 지원 등 '수출애로 해소 3종 세트'를 시행한다. 외국인직접투자는 350억달러를 목표로 전방위적인 유치활동을 전개한다. 주한 외국상의·외투기업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신설된 국제투자협력대사를 중심으로 미국 등 주요국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해외 홍보(IR)를 추진한다. 10월 APEC 계기에 'Invest Korea Summit' 등 글로벌 CEO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경제인 행사도 성공적으로 개최하여 구체적인 투자유치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이다.
(자료=산업통상자원부) |
주요국들이 자국 산업 육성과 보호에 열을 올리며 '산업정책 부활'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우리도 국내 산업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주력산업의 경쟁력 강화, 구조적 공급과잉 업종의 사업재편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다. 반도체특별법의 신속한 국회통과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자동차·로봇·방산·사물인터넷(IoT) 등 4대 분야를 중심으로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개발사업'에 착수해 시스템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전기차·이차전지의 경우 캐즘(chasm)의 터널을 넘어 경쟁력을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친환경차·이차전지 경쟁력 강화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석유화학은 업계 자율로 제3자 컨설팅을 추진 중인데, 그 결과를 바탕으로 가시적인 사업재편 성과가 나타나도록 후속 지원책을 마련하겠다. 글로벌 공급과잉, 탄소규제에 통상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철강의 경우에도 업계와 공동으로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TF'를 즉시 가동해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AI·로봇·바이오 등 3개 분야를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중점 육성하고자 한다. '산업 AX 확산전략'을 발표해 AI를 산업 전반으로 확산시켜 나갈 것이다. 또 차세대 플랫폼으로 주목받는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바이오산업도 국가 바이오파운드리 구축, 소부장 R&D 등을 통해 취약한 생태계 보강작업도 가속화할 것이다.
당면한 에너지 현안도 차질 없이 완수하겠다. 국회 보고를 거쳐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조속히 확정하고 고준위 특별법, 전력망 특별법, 해상풍력 특별법 등 에너지 3법도 신속하게 통과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체코 원전은 팀 코리아(Team Korea)와 함께 3월 본계약이 성사되도록 진행 중인 협상에 만전을 기하면서 추가 수주를 위한 노력도 지속해 나갈 것이다. 동해 심해가스전, 에너지 안전관리 등 핵심 현안에도 중점 대응하고 원전, 재생에너지 등 무탄소에너지 산업생태계를 균형있게 성장시키기 위한 중장기 정책적 노력을 다할 것이다.
올해 우리 경제와 산업이 처한 엄중한 현실을 감안할 때, 민·관이 함께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수행해 나가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정책의 일관성과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기업과 국민, 나아가 해외투자자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도록 소임을 다할 것이다.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스스로를 끊임없이 강하게 만든다는 뜻의 '응변자강'(應變自强)의 자세로 끊임없이 소통하고 대외환경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함께 나아간다면 대한민국 역사가 증명하듯이 우리는 새로운 산업·통상환경에서 처한 위기를 다시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필자〉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제25대 한국국제통상학회 회장을 역임한 통상 전문가다. 안 장관은 1968년생으로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미시간대학교 경제학 박사와 같은 대학 로스쿨 법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05년부터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로 부임해 국제대학원 부원장 겸 국제학과장을 역임했다. 2013~2019년 산업부에서 무역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했으며 2015~2016년에는 산업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전략포럼 의장을 맡았다.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전문위원을 맡았으며 이번 윤석열 정부 출범 인수위에서도 경제1분과 전문위원으로 참여했다. 이후 2022년 5월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임명됐고 지난해 1월 8일 산업부 장관으로 취임했다. 안 장관은 지난해 불확실한 대내외 여건 속에서도 역대 최대 수출·외국인 직접투자, 체코 원전 수주 등 성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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