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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9 (목)

젠슨 황의 ‘AI 모먼트’에 한국은 없었다 [CES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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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로 호텔에서 열린 CES 2025 기자간담회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이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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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과 관련해 “테스트 중이며 성공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그가 강조했던 ‘인공지능(AI) 모먼트(순간)’에 한국 기업의 자리는 없었다.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로 호텔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5 기자간담회에서 젠슨 황은 삼성의 HBM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테스트가 아직 진행 중”이라면서도 “(통과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 대답했다. 젠슨 황은 이번 주 CES 기간 동안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만날 계획이라고 국내 취재진에 밝히기도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엔비디아에 HBM 대부분을 공급하고 있는 SK하이닉스 경영진과 함께 CES 2025에 참석했다.

젠슨 황은 전날 CES 기조연설에서 공개한 신형 소비자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지포스 RTX50 시리즈에 마이크론의 최신 그래픽 D램(GDDR7)이 탑재된다고 콕 집어 언급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를 따로 언급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젠슨 황은 “특별한 이유는 없다”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별도의 (게이밍) 그래픽 D램을 안 만들지 않느냐”며 오히려 한국 기자들을 향해 되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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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지난해 10월 세계 최초로 개발한 12나노급 그래픽용 D램인 24기가비트(Gb) GDDR7. 사진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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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그래픽 D램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합계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양사는 게이밍에 특화된 엔비디아 RTX 그래픽카드에 대응하는 메모리 제품군을 한동안 주력으로 공급하지 않다가 AI와 그래픽 처리 기술이 중요해지면서 최근 관련 신제품을 적극적으로 내놓고 있다.



젠슨 황 “삼성은 곧 만회할 것”



앞서 젠슨 황은 지난해 초부터 삼성의 5세대 HBM3E 엔비디아 공급 테스트 통과 여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잘 진행되고 있다”고 여러 차례 대답했던 바 있다. 젠슨 황은 이날도 “그들(한국 기업)은 매우 빠르게 일하고 있으며 열정적”이라며 “한국인들은 성급한 스타일이고, 그것은 좋은 덕목이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라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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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로 호텔에서 열린 CES 2025 기자간담회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이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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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은 “삼성과 SK는 엔비디아의 가장 큰 메모리 공급 업체”라며 “이들은 매우 훌륭한 메모리 기업이고 분명 성공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기존 답변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 이에 삼성이 엔비디아에 주력 HBM 제품을 공급하기까지 당분간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젠슨 황은 삼성에 대해 “엔비디아가 사용했던 첫 번째 HBM은 사실 삼성이 만들었던 것”이라면서 “지금 그들은 새로운 (반도체) 디자인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구체적인 지연 이유를 꼽았다. 사실상 HBM 관련 설계 변경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앞서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의 HBM3E 제품에 설계상 문제가 생겨 공급이 계속 지연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그는 이어 “(삼성은) 머지않아 다시 만회할 것(will recover)”이라 다독였다. 삼성반도체가 현재 어려운 상황에 빠져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제 AI는 모든 것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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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미켈롭 울트라 아레나에서 CES 2025 기조연설에 나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솔루션을 탑재한 로봇들과 함께 나타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이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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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로봇과 자율주행 등 인류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거대한 흐름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AI에 대한 자신의 비전을 설명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썼다. 그는 “AI는 앞으로 모든 것의 일부가 될 것”이라며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한 가장 혁신적인 기술이며 발전 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우리는 이제 기술 발전의 기하급수적 곡선(Exponential curve)에 들어선 셈”이라며 “모든 산업이 이제부터 매우 빠르게 변화할 것”이라 말하며 간담회를 끝마쳤다.



‘AI 모먼트’에 한국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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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로 호텔에서 열린 CES 2025 엔비디아 기자간담회 회견장 앞에서 중국 유니트리가 제작한 인간형 로봇 ‘G1’이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이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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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기조연설에서 젠슨 황과 함께 등장했던 수많은 로봇들과 자율주행차 중 국내에서 만들어진 제품은 없었다. 그나마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이 체면치레를 했지만 이마저도 대부분의 연구·개발(R&D)은 미국에서 이뤄진다. 그가 강조했던, AI 역사의 변곡점인 ‘모먼트’가 찾아왔음에도 HBM 개발을 담당했던 SK하이닉스를 제외하고는 엔비디아의 주요 파트너 명단에 한국 기업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대만이 TSMC와 미디어텍을 필두로 기가바이트·콴타컴퓨터 등 수많은 AI 기업 생태계를 갖춰 놓은 것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엔비디아는 올해 CES에서 새로운 로봇 AI 솔루션과 자율주행 AI·개인용 AI 슈퍼컴퓨터 신제품 등을 쏟아냈다. 앞으로 커질 AI 시장의 모든 분야를 엔비디아와 젠슨 황이 장악하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은 셈이다. 그러는 사이 중국 기업의 제품은 어느새 기조연설 무대에 올랐던 로봇·전기차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고, 일본 토요타는 엔비디아와 손을 잡으며 5년 만에 CES에 화려하게 돌아왔다. 이날 행사가 열렸던 회견장 앞에서는 엔비디아의 AI 훈련 모델을 탑재한 인간형 로봇이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걸어 다니고 있었다. 중국의 로봇 제작사 유니트리가 만든 보급형 휴머노이드다.

라스베이거스=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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