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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1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렸던 싱가포르에서는 두 달 뒤 남북미 외교 고위급들이 다시 모여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열었습니다.
당시 북한 당국자들은 한국 기자들 좌석에 다가와서, 직접 '미국 비난' 입장문을 배포할 정도로 적극적인 선전을 펼쳤습니다.
우리가 북한의 날 선 입장문 해독에 몰두하던 그때, 북한 리용호 외무상은 성김 당시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에게 흰 서류봉투를 받아들었습니다.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내는 '답장' 이었습니다.
미북이 겉으로는 날선 공방을 벌이면서 뒤로는 애정어린 편지를 주고받고 있었던 겁니다.
(영상=성김 당시 필리핀주재 미국대사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행사 도중 리용호 당시 북한 외무상에게 다가가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가 담긴 서류봉투를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방식으로 2018년~2019년 김정은 위원장과 무려 27차례나 편지를 주고 받습니다. 극소수만 아는 미북 리더십의 비밀 소통 속에 미북 2차 회담이 열렸습니다.
외교가 "친서 외교 지켜봐야"…"핵 군축 회담 우려"
회담은 결국 결렬됐지만, 당시 관여했던 인물들이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속속 기용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4일(현지시각) 김정은과의 회담을 실행하는 데 있어 중추적 역할을 한 윌리엄 보 해리슨을 '대통령 보좌관 겸 백악관 운영 담당 부비서실장'으로 임명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미북 정상회담 실무자인 알렉스 웡 전 국무부 대북특별 부대표를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으로 발탁했고, 12월에는 최측근인 리처드 그리넬 전 주독대사를 북한 업무 등을 담당할 '대통령 특사'에 지명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인사긴 하지만 한국 주재 '대사대리'(Charge d’Affaires)에 발탁된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트럼프 행정부에서 오토 웜비어의 석방을 이끌어낸 대북 대화파입니다.
낯익은 미북 회담 주역들의 귀환에, 외교가에서는 "늦어도 올해 하반기, 미북 대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친서 외교가 재개될 지 주시해야 한다"며 "현재 북한은 고강도 도발을 자제하면서 미국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걸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남 교수는 "두 사람의 브로맨스는 명년 국제정치의 중요 이슈가 되고, 양 측은 서로 협력하여 (노벨 평화상) 공동수상을 하자며 달콤한 러브레터를 보낼 것"이라며 "폭언과 밀월 사이에 우리가 모르는 내용들이 뉴욕 채널을 통해 평양과 워싱턴을 오갈 것"이라고도 진단했습니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진영에서는 '비핵화' 목표에 회의적인 시각도 일부 있어, 트럼프발 거래적 접근이 잘못 가동되면 '비핵화'가 아닌 (핵 위협을 줄이는 수준의) '핵 군축 회담'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미북이 핵 군축 회담을 시도할 경우, 한국은 배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되는 미북 협상에서 리더십 부재 상태인 한국은 더욱 개입하기 힘들 것입니다.
이채현 기자(lee22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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