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1.09 (목)

이슈 윤석열 정부 출범

‘기소하거나 구속영장 청구하라’는 윤석열, 왜?···수사도 마음대로 받겠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가운데)가 8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측은 8일 “증거를 다 확보했다면 윤 대통령을 조사 없이 기소하라” “조사를 해야한다면 사전구속영장을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하면 절차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청구해 법원에서 발부받은 체포영장 집행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한 것이지만, 이전보다는 한 발 물러선 태도로 보인다. 하지만 임박한 2차 체포 시도를 일단 피하고자 하는 여론전 성격이 강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내란 우두머리(수괴)’라는 중대범죄 피의자가 형사·사법절차를 선택적으로 수용하겠다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법원의 1·2차 체포영장 발부와 공수처·경찰의 체포영장 집행 시도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를 용인하는 것은 법치주의 붕괴를 부를 수 있다. 대통령은 법을 수호할 책무가 있다”고 재차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조사를 받더라도 진술할 생각이 없으니, 체포 시도를 포기하고 조사 없이 재판에 넘기거나, 반드시 조사가 필요하다면 서울중앙지법에서 사전구속영장을 받아오라는 새 제안도 내놨다.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국론 분열을 막고, 국민·공무원들이 강추위에 고생하시는 희생을 더 이상 볼 수 없어서 한 발 물러선 것”이라며 “선의로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공수처에 수사권이 없다”며 변호사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았던 윤 대통령 측은 이날 입장을 바꿔 공수처에 선임계를 내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다소 달라진 입장을 “선의”로만 보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 측은 법원이 세 차례나 ‘체포영장 발부·집행은 적법하다’는 같은 결론을 내렸지만, 서울서부지법 소속 판사들이란 이유로 “불법·무효 영장”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려면 꼭 서울중앙지법이어야 한다고 지정했다. 구속영장 청구시 법원 영장실질심사에 윤 대통령이 참석할지에 대해서는 “경호, 신변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밝혔는데, 윤 대통령이 앞서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당당히 맞설 것”이라 해놓고 대통령경호처 뒤로 숨은 것을 보면 실제 구속영장 집행에 협조할지도 미지수란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 측은 윤 대통령이 먼저 정당한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하지 않았다. 윤 변호사는 “검찰이 먼저 소환을 시작하니까 경쟁적으로 공수처, 경찰이 소환을 중복으로 했다”며 “적법한 소환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출석 요청 공문 등을 아예 수령 거부하며 버티기로 일관해오다가 이제와서 “대통령을 소환하면서 사전에 협의한 적 없다”고 되려 큰소리를 친 것이다.

법조계에선 “피의자에게 출석을 요청하고 구속수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판단임에도 중대범죄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원하는 대로 사실상 불구속 수사를 받겠다고 요구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의 혐의는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이 적용되지 않는 내란죄인데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끝나야 수사가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란죄 철회’에 따른 국회의 탄핵소추안 재의결 요구 등 절차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해 탄핵심판을 최대한 지연시키고, 탄핵 결정이 난 뒤에야 불구속 상태로 조사를 받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친 셈이다. 윤 대통령이 양보하는 듯한 모습을 취했지만, 임박한 체포를 우선 피하고 보자는 목적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 대통령 측 얘기는 사실상 수사를 그만두라는 얘기”라며 “수사 과정에 아무런 협조를 안 하면 다음 수순은 체포영장이라는 걸 알면서도 응하지 않아놓고 지금 와서 수사 방법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계엄, 시작과 끝은? 윤석열 ‘내란 사건’ 일지 완벽 정리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