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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9 (목)

“메모리 겨울, 삼성엔 더 추웠다”…중국의 무서운 반값 공세, 돌파구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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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기 영업이익 6.5조…시장 전망치 크게 밑돌아

반도체 가격 하락에 직격탄
중국이 저가 물량 쏟아내자
D램·낸드값 하반기 반토막
비메모리 부문 적자도 지속

강도 높은 품질개혁 나서고
AI반도체·고성능 메모리…
미래기술 투자로 위기 돌파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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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어닝 쇼크’의 배경에는 IT 수요 둔화와 중국발 저가 반도체 공습으로 인한 반도체 가격 하락이 자리잡고 있다.

PC·노트북·서버에 주로 쓰이는 D램 메모리 DDR4(8Gb 1Gx8 기준)는 지난해 7월 2.1달러에서 12월 1.35달러로 떨어졌다. 비휘발성 저장장치인 낸드(128Gb 16Gx8 MLC 기준)는 같은 기간 4.9달러에서 2.08달러로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사업은 PC·모바일 중심 범용 제품 수요가 약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통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독자 기술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에 힘입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지난해 DDR5 양산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DDR5는 최대 유효 속도가 6400MHz로, DDR4의 기본 사양과 비교하면 2배 빠르다. 중국이 DDR5 부문에서 한국과 기술격차를 3년 정도로 좁힌 대목이다.

물론 공정 면에서는 뒤처져 있다. CXMT의 DDR5 생산 공정은 17나노미터(㎚) 수준으로, 한국의 12㎚ 공정과 비교하면 낙후된 기술이다. 하지만 물량 공세를 펼치면서 범용 제품 가격이 하락했다. 중국발 치킨게임마저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반도체 산업에서는 지난 수십 년간 치킨게임이 빈번했다. 1980년대 일본 기업(NEC, 히타치, 후지쓰 등)이 D램을 대량 생산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70%까지 끌어 올렸고, 1990년대 들어서는 한국 기업들이 대규모 설비 투자와 대량 생산으로 D램 가격을 낮추며 일본 기업을 따라잡았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2000년대 들어 D램과 낸드 부문에서 독보적 1위를 차지했다. 이제는 중국이 나선 것이다.

이에 맞서 삼성전자는 강도 높은 품질 개혁에 나섰다.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은 “기술과 품질은 우리의 생명이며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삼성전자의 자존심”이라며 직원들을 상대로 체질 개선을 주문한 바 있다. 해답은 연구개발(R&D)이다. 연구개발비 증가는 이번 영업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2024년 3분기 R&D 비용은 약 8조8700억원에 달한다. 역대 분기 최대다. 특히 R&D 투자는 인공지능(AI) 반도체, 고성능 메모리, 서버 관련 제품 등 미래 지향적인 기술에 집중됐다. 삼성전자는 실적에 부침이 있어도 지난 7년간 R&D 투자를 매년 늘려왔다. 2023년에는 R&D에 역대 최대인 28조3400억원을 투자했다.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사업은 모바일 등 주요 응용처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가동률 하락과 연구개발비 증가 영향으로 실적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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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75조원, 영업이익 6조5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간 실적은 매출액 300조800억원, 영업이익 32조73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각각 15.89%, 398.17% 상승했다. 그러나 범용 메모리 및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부진으로 지난해 3분기에 이어 4분기까지 부진한 영업이익을 올리며 연간 실적은 당초 시장 전망치(34조2607억원)에 1조5000억원 정도 미치지 못했다. 사진은 8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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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삼성전자의 가장 큰 숙제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첨단 칩의 기술 경쟁력 확보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HBM은 전 분기 대비 판매 수량은 70% 이상 증가했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전체 D램 비트그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는 저조한 범용 D램 수요로, 시장 전망치를 밑돌 것”이라고 예상했다. 범용 메모리 업황이 악화했더라도, HBM과 같은 첨단 반도체가 튼튼했다면 난관을 돌파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시스템LSI(설계)와 파운드리를 포함하는 비메모리 부문 역시 가동률 하락과 일회성 비용 반영 등으로 적자를 지속한 것으로 추정된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전무는 “중국발 범용 반도체 공세에 수요 둔화까지 겹친 부분이 삼성전자 실적 악화에 큰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부문별 실적은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DS부문(반도체)이 3조원 안팎, 모바일경험(MX)·네트워크사업부가 2조원 안팎, 디스플레이가 1조원 안팎, TV·가전 사업부가 5000억원 안팎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했다.

디스플레이와 모바일 부문 역시 경기 둔화와 수요 부진, 경쟁 심화 등으로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추정된다. 4분기 별도 스마트폰 플래그십 모델 발표가 없었던 점도 실적을 끌어 올리는 데 제약 요인으로 꼽혔다. 삼성전자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 실적에 대해 “모바일 신제품 출시 효과 감소 및 업체 간 경쟁 심화로 실적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지속된 부품 원가 상승에 모바일 신제품 효과까지 줄어 영업이익이 하락했다”며 “고원가 흐름 속에 향후 갤럭시S25 가격 정책과 향후 모바일 제품 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2024년 영업이익이 32조7300억원으로 전년보다 398.17%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아울러 연간 매출은 300조8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5.89% 늘면서 2022년(302조2314억원) 이후 2년 만에 300조원대를 회복했다. 삼성전자는 오는 31일 사업부별 실적을 포함한 작년 4분기·연간 확정 실적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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