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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시 동구 만석동 쪽방촌 집안
전국적으로 한파가 이어지고 있는 8일 인천시 동구 괭이부리마을 쪽방촌, 3평 남짓한 좁은 방에서 기거하는 이 모(85) 할머니는 가스보일러 계기판을 가리키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이 씨는 "보일러가 있어도 비싸서 제대로 못 틀고 있다"며 "보일러를 매일 틀면 한 달에 20만 원 정도 나와서 저녁에만 잠깐 보일러를 켠다"고 말했습니다.
난방비 걱정에 쪽방촌 주민들에겐 보일러는 그저 '그림의 떡'입니다.
그는 부엌에 있는 연탄난로로 혹독한 추위를 버티고 있으나 이마저도 지원이 부족해 마음 편히 난방기기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씨는 "잘 때는 난로와 전기장판으로 생활한다"면서도 "가스보일러가 있다는 이유로 연탄 지원은 일부만 이뤄지고 있어 난로 사용도 부담이 따른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오후 9시부터 한파주의보가 발효된 인천에는 종일 영하권 추위가 이어졌고 마을 곳곳에는 쌓인 연탄만 보일 뿐 적막한 분위기가 감돌았습니다.
도시가스 배관 설치가 어려워 가스보일러 없이 연탄을 때고 지내는 주민들도 겨울을 버티기는 쉽지 않습니다.
마을 인근 공동 작업장에서 일을 마치고 온 조 모(78)씨는 최근 연탄보일러가 고장 나서 닷새 동안 고생했다고 토로했습니다.
조 씨는 "바닥이 완전히 냉골이라 전기장판이 없으면 버티기 힘들다"며 "이틀 전에 보일러를 고쳤지만, 웃풍 때문에 항상 옷을 여러 겹 껴입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연탄을 때면 방바닥은 따뜻해지지만, 웃풍 탓에 공기는 차가워 두꺼운 외투 없이 생활하기 어렵습니다.
조 씨는 출입문에 비닐과 천을 붙여봤지만 찬 바람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보니 바닥에 겹겹이 이불을 쌓아놓고 추위를 피하고 있었습니다.
쪽방촌 대부분 집안에는 화장실이 없어서 겨울철 공용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이 주민들이 겪는 어려움 중 하나입니다.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공용 화장실로 향하던 80대 김 모 씨는 "몸이 아파서 화장실을 이용할 때만 밖에 나간다"며 "스스로 연탄을 때기 힘들어 이웃들에게 도움을 받는다"고 말했습니다.
인천시는 지난해 12월부터 오는 2월 말까지 한파에 취약한 쪽방촌 주민들과 노숙인을 보호하는 중점 기간으로 정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시는 각 군·구별로 현장대응반을 꾸려 주거지를 직접 방문해 주민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또 경찰, 소방, 쪽방상담소 등과 연계해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즉시 조치할 수 있도록 대응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아울러 난방기구 과열이나 전기 합선 등으로 화재 발생 우려가 큰 쪽방촌을 대상으로 전기 시설 전반을 점검하고 있습니다.
현재 시가 한파 대비로 관리하는 쪽방촌 주민은 동구 101세대(137명), 계양구 62세대(62명), 중구 41세대(45명) 등 총 204세대(244명)입니다.
인천시 관계자는 "쪽방촌 주민들은 여름보다 겨울에 안전사고에 더 취약하다"며 "시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주민들이 무사히 겨울을 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별도로 인천시 동구는 오는 5월까지 쪽방촌 인근에 있는 희망키움터 4층짜리 건물 1층을 리모델링해 폭염과 혹한기 쉼터로 사용하고 편의 시설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2014년 준공된 희망키움터는 쪽방촌 노인들이 부업으로 공동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으나 1층은 현재 물품 창고로 쓰이고 있습니다.
(사진=촬영 황정환,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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