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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9 (목)

고려아연 주총 앞두고…집중투표제 논란 부상[M&A알쓸신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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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3일 고려아연 임시주총

현 경영진發 '집중투표제 도입' 쟁점 부상

MBK·영풍은 반대…法, 17일 심문 예정

“고려아연 이사회는 임시 주주총회 안건으로 주주 친화적이며 주주권익 보호에 중점을 둔 (집중투표제 등) 의안들을 상정하기로 결정했다.”(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고려아연 주총에서 집중투표제와 이사 수 상한제가 도입되면 일반 소수주주 측 이사 선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MBK파트너스 관계자)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이 4개월째 지속되는 가운데,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고려아연 현 경영진이 오는 23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 등을 두고 격돌합니다.

지분이 엇비슷한 양측의 치열한 표 대결이 예상되는데, 최대 쟁점으로 ‘집중투표제 도입 여부’가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현 경영진이 안건 중 하나로 집중투표제 도입을 제시하자, 영풍·MBK 연합이 격렬히 반대를 외치는 상황인데요. 9일 M&A알쓸신잡에선 흔히 ‘소액주주 보호장치’로 알려진 집중투표제가 이번 분쟁에 소환된 배경과 양측의 논리를 짚어보겠습니다.
아시아경제

대표적 소액주주 보호 장치…“국내 자산 2조원 이상 기업, ‘집중투표제 채택률’ 5%”
기업 집단에서 이사회는 막강한 권한을 갖습니다. 이사회는 주요 자산의 처분, 지배인 선임 및 해임, 주총 소집 결정, 신주발행 등 중요 의사결정권을 행사하며, 이사는 주총을 통해 선출됩니다. 그런데 한 번의 주주총회에서 이사 여러명을 선임하는 상황을 가정해 볼까요? 이사 후보마다 선임 결의를 따로 진행할 경우, 기존 지배주주 및 그 우호 세력보다 지분이 적은 쪽은 원하는 후보를 이사회에 진입시키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집중투표제를 시행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집중투표제란 기업 주총에서 이사진을 뽑을 때 1주당 1표씩 의결권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선임될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주는 제도를 말합니다. 일정한 소수주주 측이 특정 후보에게 표(의결권)를 몰아줄 수 있게 되죠. 집중투표제가 지배주주의 경영권 독점을 견제하고, 소수주주를 보호하는 대표적인 수단 중 하나로 소개된 배경입니다.

집중투표제는 1998년부터 상법에 반영될 정도로 역사가 깁니다. 다만 회사가 정관을 통해 집중투표제를 자율적으로 시행하도록 정했죠. 금융회사, 공기업,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회사 등과 달리 총수가 있는 대부분의 민간 기업은 이를 도입하고 있지 않습니다. 특히 재계 등이 “외국계 투기자본, 기업 사냥꾼에 악용될 수 있다”고 강조해 왔죠.

지난해 삼일PwC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의 ‘집중투표제의 채택률’은 5%에 그쳤습니다. 1조원 이상 2조원 미만 기업은 1%, 5000억원 이상 1조원 미만 기업은 2%에 불과했죠.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규모 상장회사는 정관으로 집중투표를 배제할 수 없다’고 규정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지분율 차이 6~7%P 불과…현 경영진, 집중투표제로 반전 승부수
그렇다면 영풍그룹 내 두 가문의 분쟁에 어쩌다 집중투표제가 소환됐을까요? 영풍그룹은 1949년 설립부터 장씨(영풍)와 최씨(고려아연) 가문이 함께 이끌어 왔지만, 2022년 오너가 3세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취임한 뒤 영풍 2세 장형진 고문과 갈등이 본격화했습니다. 영풍은 지난해 9월 MBK파트너스와 연대해 “안정적 경영권 확보를 위해 고려아연에 대한 공개매수를 진행한다”고 밝힌 후 지분 매입 경쟁이 불탔고, 현재 영풍·MBK의 지분율은 약 47%로, 최 회장 측보다 6~7%포인트 많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기존 방식으로 이사진을 선임하면 표 대결 열세가 예상되는 만큼, 고려아연 이사회는 오는 23일 임시 주총에 ‘집중투표제 도입’ 등 안건을 상정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고려아연 현 경영진은 “집중투표제가 소수주주의 의결권이 사표가 되지 않도록 하는 상법상 대표적인 ‘소액주주 권리 보호 방안’으로 평가된다는 점을 고려해 이를 적극 수용하기로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최 회장도 최근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번 임시 주총은 검증된 실적과 주주 이해관계에 진정 부합하는 경영진이 누구인지 가리는 자리"라고 호소했죠.

반면 영풍·MBK는 “집중투표제도가 경영권 분쟁의 도구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제도 자체엔 찬성한다고 해도, 이번 주총에 도입하려는 시도는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 수단에 불과하다는 취지입니다. MBK 관계자는 “최 회장 측이 현실적으로 고려아연에서 집중투표제가 그 본연의 취지대로 발휘될 수 없음을 알면서도 자기 자신만을 위해 이를 도입하려는 게 문제”라며 오히려 소수주주의 권리가 역으로 침해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분 구조 상 1대, 2대 주주가 주식의 80~90%을 차지하고 있다”며 10% 중반대로 알려진 고려아연 일반 소수주주들이 특정 이사 후보 한 명을 이사회에 포함시키기 위해서는 과반 이상 결집해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갖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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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달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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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고려아연 이사회가 총 13명으로 구성된 만큼, 고려아연은 이사 수를 19명으로 제한하고, 7명의 이사를 새로 선임한다는 방침입니다. 영풍·MBK는 14명의 이사를 선임해 과반을 확보하는 게 목표입니다. 현재 고려아연 정관은 이사 수 상한을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영풍·MBK는 이사회 과반을 차지한 뒤 최 회장을 해임할 계획인데, 고려아연 경영진 의도대로 상한이 생기면 이 같은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죠.

이제 시장의 관심은 법원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영풍·MBK 측이 이번 주총의 이사 선임 과정에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는 것을 막아달라며 지난달 30일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기 때문이죠. 법원은 오는 17일 영풍·MBK가 낸 ‘집중투표제 의안상정금지’ 가처분 사건의 첫 심문을 진행합니다. 법원 판단은 고려아연 임시 주총일인 23일 이전 나올 것으로 전망됩니다. 만약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 영풍·MBK 측이 이사회 과반을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최 회장과 벌이는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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