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분석…연평균기온 14.5도로 평년보다 2도 높아
사상 처음 2월에 8월보다 많은 비…역시 높은 해수면 온도가 원인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작년 9월 19일 서울 신촌에서 청년의 날을 맞아 청년과 기후위기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의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작년 우리나라는 113년 전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더운 해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은 작년 연평균 기온이 평년(1991∼2020년 평균) 연평균 기온(12.5도)보다 2.0도 높은 14.5도로, 기상관측망이 전국에 확충된 1973년부터 52년 가운데 1위였다고 9일 밝혔다.
재작년(연평균 기온 13.7도)에 이어 2년 연속 연평균 기온 1위가 바뀌었다.
1973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기온. [기상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기상청은 서울·부산·대구·인천·목포·강릉 등 1900년대 초부터 기상관측을 한 6개 지점만 두고 연평균 기온을 산출해도 역대 1위에 해당했다고 설명했다. 6개 지점 가장 늦게 기상관측을 시작한 강릉에서 관측을 시작한 때가 1911년이니, 113년 만에 제일 더운 해였던 셈이다.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열두 달 모두 월평균기온이 평년기온을 웃돌았다.
특히 9월은 월평균기온이 24.7도로, 평년기온보다 4.2도나 높았다.
더위과 관련된 모든 기록이 작년 새로 쓰였다.
열대야일(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날)은 24.5일로 1973년 이래 1위, 폭염일(일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은 30.1일로 역대 2위였다.
열대야일은 평년(6.6일)보다 3.7배, 폭염일은 평년(11.0일)보다 2.7배 많았다.
기록적 더위의 원인으로 바다가 펄펄 끓었던 점이 꼽힌다.
작년 우리나라 해역 연평균 해수면 온도는 18.6도로 최근 10년(2015∼2024년) 평균(17.3도)을 1.3도 웃돌았고 최근 10년 새 가장 높았다. 9월은 해수면 온도가 10년 평균(24.2도)보다 3.2도나 높은 27.4도에 달했다.
뜨거운 바다는 바다를 지나오는 남풍을 데워 더위를 부추겼다.
작년 고온 발생 시 기압계 모식도. [기상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우리나라 해역뿐 아니라 북서태평양과 북인도양도 해수면 온도가 높았는데, 이는 각각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을 강하게 발달시켰다. 지난여름 두 고기압이 한반도를 이중으로 덮으면서 9월까지 '최악의 더위'가 이어졌다.
티베트 쪽 눈덮임이 적었던 점도 티베트고기압 발달에 일조했다.
작년 강수량은 1천414.6㎜로 평년과 비슷했다.
강수량은 '평범'했지만 강수 양상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보통 비가 적은 2월은 강수량이 102.6㎜로 평년 강수량(35.7㎜)의 3배 가까이 됐고 일반적으로는 비가 많이 오는 8월은 강수량이 87.3㎜로 평년 강수량(282.6㎜)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 2월 강수량이 8월 강수량보다 많은 적은 1973년 이래 작년이 처음이라고 기상청은 밝혔다.
2024년 월별 강수량과 평년 편차. [기상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2월의 많은 비와 8월의 적은 비 원인은 모두 뜨거운 바다였다.
작년 2월 인도양 해수면 온도가 높아 대류활동이 활발해지며 인도양 쪽에 고기압이 발달했고, 그 영향이 대기파동(대기 중 에너지가 전파되는 현상)으로 전달돼 우리나라 동쪽에 고기압이 발달했다.
우리나라 동쪽 고기압은 차가운 대륙고기압 남하를 저지했고, 결국 우리나라는 따뜻한 고기압과 찬 고기압 사이에 놓이게 됐다.
두 고기압 사이 저기압이 발달하고 고온다습한 남풍까지 불어들면서 2월에 이례적으로 많은 비가 쏟아졌다.
8월은 뜨거운 바다 때문에 왕성해진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우리나라를 뒤덮어 맑은 날이 지속하며 가물었다.
작년 여름철 내린 비(602.7㎜) 중 78.8%(474.8㎜)가 장마철에 내린 점도 특징 중 하나다. 장마철 강수 집중도가 이렇게 높은 적도 1973년 이래 처음이다.
비가 내릴 때 매우 거세게 쏟아진 점도 특징이다.
7월부터 9월까지 16개 관측지점에서 1시간에 100㎜ 이상 비가 왔다.
특히 7월 10일 전북 군산시 어청도에는 1시간 동안 146㎜의 폭우가 내렸다.
작년 7월 10일 새벽 전북 군산시 어청도에 1시간 동안 146㎜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피해가 속출한 가운데 어청도 주민들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어청도 이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11월에는 중부지방에 기록적인 폭설이 쏟아졌다.
서울(11월 28일 일최심적설 28.6㎝)과 인천(26.0㎝), 경기 수원(43.0㎝)에서 11월 일최심적설 최곳값이 갈아치워졌다.
이 폭설도 서해 해수면 온도가 예년보다 뜨거워 찬 공기가 남하할 때 해기차(해수와 대기의 온도 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눈구름대가 잘 발달했기 때문이었다.
기상청은 작년 기후특성을 담은 보고서를 내달 말 발간할 예정이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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