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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1년 넘는 소송… 결국, 박정훈 대령 무죄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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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역군사법원 1심서 무죄판결

“이첩 보류 명령했다고 보기 어렵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초동조사와 관련해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중앙지역군사법원은 9일 1심 선고공판에서 박 대령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이번 재판 결과로 ‘수사외압’과 관련한 진실 규명 작업에도 파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경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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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령 측 변호인단은 결심공판 최후변론에서 "불법적 외압이 실재했고,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은 이첩보류 명령을 내리지 못했으며, 명령이 있었더라도 그 명령은 외압에 의한 것이라 정당한 명령이라 볼 수 없다"며 "무죄가 선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대령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할 고의나 목적이나 의도는 전혀 없다"라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기록 이첩 보류 명령이 정당한 명령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부분에 대해 별도 판단은 안 했다"라면서 "군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론 사령관이 회의 내지 토의를 넘어서 피고인에게 구체적·개별적인 기록 이첩 보류를 명령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서도 언론 인터뷰 과정에서 박 대령이 각종 질문에 가치중립적 표현을 쓰며 답했다고 보면서 "군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론 명예훼손에 고의가 있다고 하기 부족하다"라고 설명했다.

박 대령은 지난 2022년 7월 30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를 대면 보고했다. 이 전 장관은 보고서를 결재(서명)했다가 경찰 이첩 보류를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게 지시했다. 김 전 사령관도 해당 지시를 박 대령에게 전달했다는 입장이지만, 박 대령은 8월 2일 관련 서류를 관할 경찰인 경북경찰청에 인계했다.

군검찰은 박 대령에게 2023년 7월 19일 발생한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의 민간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는 김계환 당시 해병대사령관의 명령에 따르지 않고 항명했다는 혐의를 적용했다. 또 언론 인터뷰 등에서 상관인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의 발언을 왜곡해 이 장관이 부당한 지시를 한 것처럼 일반인이 느끼게 했다는 상관 명예훼손 혐의도 더해 2023년 10월 6일 기소했다.

2023년 12월 7일 시작된 박 대령 재판은 작년 11월 21일 결심공판 때까지 총 10차례 공판을 거쳤고, 국방부 정책실장·법무관리관·대변인·군사보좌관, 해병대 부사령관·비서실장·공보정훈실장, 해병대 수사단 관계자 등 숱한 군인 및 군 관련 인원이 증인 자격으로 법정을 드나들었다. 지난해 2월 1일 열린 두 번째 공판에는 김계환 사령관이 현직 해병대 사령관으로서는 처음 군사법원 공판에 출석해 진술했다. 이종섭 전 장관도 9월 3일 재판에 증인으로 직접 나왔다.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가 변호인 측 요청을 받아들여 윤석열 대통령 측에 이른바 ‘VIP 격노설’의 사실 여부를 서면으로 질문하는 사실조회 신청을 보냈으나 윤 대통령 측이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안’이라는 이유로 답하지 않는 일도 있었다.

박 대령은 이날 용산 소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오늘의 정의로운 재판은 오로지 국민 여러분의 지지와 응원, 성원 있었기에 이런 결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돌이켜보면 (채모 상병 순직 사건 후) 1년 반의 세월 동안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 제게 있었는데, 그걸 버티고 견디고 이겨낼 수 있던 것은 오롯이 이 자리에 계신 국민 여러분의 지지와 응원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감사를 표했다.

박 대령은 "‘너의 죽음에 억울함이 없게 하겠다’는 (채 상병에 대한) 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선 앞으로도 가야 할 길이 멀기도 하고 험하기도 할 것"이라며 "하지만 저는 결코 흔들리거나 좌절하거니 뒤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약속을 지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것이 바로 정의이고 법치를 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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