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 행적 확인할
대통령실 문건 ‘목록’도 비공개
대법원 “법원에 제출해 심사 받으라”
[연합]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박근혜 정부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발생 당일 구조를 위해 만들거나 보고받은 문서의 ‘목록’을 공개하라며 제기한 소송에 대해 대법원이 관련 자료를 “법원에 제출하라”는 취지로 판결했다. 해당 문서들은 최대 30년 동안 비공개 되는 ‘대통령기록지정물’로 지정됐는데 지정 과정이 합당했는지 법원이 심사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이흥구)는 9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기록관장을 상대로 제기한 “정보 비공개 처분을 취소하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이 부당하다고 보고 파기환송했다.
소송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비서실, 대통령경호처, 국가안보실 등이 생성·보고한 문건을 ‘대통령 지정기록물’로 정해 봉인했다. 지정기록물은 15년(사생활 관련 자료는 30년) 동안 비공개 처리된다. 지정기록물 열람을 위해서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나 고등법원의 영장이 필요하다. 문서가 국가안보·국민경제에 위험을 초래하거나 정치적 혼란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는 경우 등에 설정할 수 있다.
송 변호사는 2017년 5월 참사 당일 대통령비서실, 대통령경호실, 국가안보실 문서의 ‘목록’에 대해 공개정보청구 했다. 문서를 공개할 수 없다면 문서들의 ‘목록’이라도 공개하라는 주장이었다. 대통령기록관은 “18대 대통령지정기록물에 속한다”며 공개 거부 처분을 내렸다.
송 변호사는 대통령기록관의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문서의 목록은 대통령지정기록물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정할 권한이 없어 ‘위법 무효’라는 취지였다.
2018년 1심 재판부는 송 변호사의 손을 들어줬다. 대통령지정기록물 ‘목록’도 지정기록물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대통령기록관이 증명하지 못했다는 취지다. 법원이 대통령 지정기록물로 지정한 것이 적법했는지 판단하기 위해 자료를 법원에 비공개로 제출하라고 요청했지만 대통령기록관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대통령기록관의 제출 거부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대통령은 아무런 제한 없이 임의로 대통령기록물을 선정해 보호기간을 지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정기록물 요건을 갖춘 기록에 한정해야 한다”며 “(대통령기록관은) 요건을 갖춰 적법하게 보호기간이 정해진 지정기록물임을 증명하지 않아 정보공개법상 비공개 정보 대상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2019년 2심 재판부는 판단을 달리했다. 대통령기록관장이 해당 문서들이 지정기록물 요건을 갖췄는지 판단할 권한이 없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대통령기록관은) 일반적인 관리 업무 권한만 있을 뿐 대통령지정기록물 지정과 관련해 어떠한 권한도 없다”며 “지정 행위에 관여한 바 없는 피고에게 지정 행위의 유·무효 또는 적법 여부를 증명할 책임까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1심 재판부와 판단을 같이 했다. 법원이 해당 문서들을 제출받아 지정 과정의 적합성을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대통령 보호기간 설정행위는 절차와 요건을 준수해야만 적법하게 효력을 갖는다”며 “보호기간 설정행위 효력 유무에 대한 사법 심사가 대통령기록물법에 의해 배제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법원으로서는 다툼의 대상이 되는 정보의 유형, 보호기간을 정한 절차와 실질적인 이유, 공개하지 않는 사유, 동종 정보에 대한 사례 등 간접사실에 의해 적법하게 보호기간이 정해졌는지 증명하도록 해야 한다”며 “법원은 정보가 적법하게 지정되고 보호기간이 정해졌는지에 관한 심리를 거쳐 (비공개 처분의 적법성을) 판단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통령에게 높은 수준의 재량이 인정되는 행위여도 사법심사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없다는 헌법상 권력분립의 원칙을 재확인했다. 국민의 재판청구권 보장을 위해 대통령기록물법 적용 범위를 제한했다는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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