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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JMS 정명석 징역 17년 확정… 메이플 측 “‘하나님’이었던 사람과의 싸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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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원심 판단에 잘못 없다”

메이플 측 “낙인이 가장 두려웠다”

여신도들을 성폭행하고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기독교복음선교회(통칭 JMS) 총재 정명석 씨에게 징역 17년이 9일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준강간·준유사강간 혐의로 기소된 정씨에게 이 같이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유죄 판단에 증거의 증거능력, 준강간죄, 무고죄 등의 성립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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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정명석 출소 1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정명석(왼쪽)과 정조은이 함께 촬영한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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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는 2018년 2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충남 금산군에 위치한 수련원 등에서 23차례에 걸쳐 홍콩·호주 국적 여신도들과 한국인 여신도들을 성폭행하거나 추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1심에선 징역 23년이 선고됐으나 2심에서 징역 17년으로 감형됐다. 대법원은 2심 판결에 잘못이 없다며 정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해당 사건의 피해자인 홍콩 국적의 메이플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JMS 역사인 40년 간 피해자가 수없이 많았을 텐데 저라도 나와서 진실을 밝혀야 더 이상 피해자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10년 간 하나님이라고 믿었던 사람과의 싸움을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메이플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를 제작한 조성현 피디는 이날 메이플이 대법원 선고가 나오기 전까지 ‘무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을 우려하며 불안해했다고 전했다.

조 피디는 “대법원 선고까지 3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렸다”며 “그 사이 메이플은 회사에서 잘렸고 2차 가해도 수없이 당했다”고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대한민국 2심 재판부가 메이플의 녹음파일을 유출하는 일이 벌어졌고, 그런 일들을 계속 겪다보니 무슨 일이 벌어져도 가능하다는 두려움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메이플은 정씨에게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폭로한 뒤 당시 상황이 담긴 녹음파일을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정씨 측은 이에 진위를 확인하겠다며 파일 복사를 요청했지만, 1심 재판부는 2차 가해를 우려해 허가하지 않았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정씨 측의 방어권 행사를 인정하며 파일 복사를 허용한 바 있다.

수사와 재판 과정도 메이플에게는 고통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메이플은 “(경찰, 검찰 수사에 이어 재판 과정에서) 똑같은 질문을 저한테 계속 묻고 (답하는) 과정이 저한테는 길었다”고 말했다.

조 피디는 “메이플은 수없이 경찰에 출석했지만, 정명석은 고소 5개월째서야 첫 조사를 받았다”며 “또 경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검찰이 두번이나 반려했다. (메이플은) ‘JMS가 너무 강해서 제가 상대할 수 없는 상대와 지금 싸우고 있는 건가’라는 얘기를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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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복음선교회(통칭 JMS) 총재 정명석.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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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피디는 “저도 성폭력특별법 위반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JMS 내부에) 사사부라고 경찰 조직을 관리하는 사람들도 저를 고소한 사람들 중 한 명”이라며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갔을 때 (검찰이) 저를 죄인 취급하는 구나는 느낌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이 (고소인들을) 피해자라고 부르면서 울먹이는 상황이 충격적이었다. 이 사람은 ‘중립성을 잃었구나’ 싶었다”며 “그때 끝까지 싸워야겠다고 각오했다”고 말했다.

메이플은 정씨의 범죄와 기행에도 JMS가 건재했던 배경에 대해선 “정조은 같은 사람들이 조직을 잘 만들어서 정명석이 감옥간 걸 ‘억울하게 만민의 죄를 위해 십자가를 진 것’이라고 이야기했고, 믿게 됐다”고 말했다.

조 피디는 “결국에는 신도들을 착취하기 위해 정명석의 범죄를 눈 감거나 비호했던 세력이 있고, 그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면서 이런 피해가 생긴 것”이라며 “공익과 (타인이 받을) 피해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착취 당하도록 내모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메이플은 사이비에 빠졌다가 나온 사람이라는 낙인을 가장 두려워했다. 어떤 바보면 이런 데 빠지느냐는 이야기들을 한다”며 “그런 피해를 입은 사람이 한두명이 아니고, 모두에게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태어나보니 사이비 신도가 된, 부모님이 신도였던 2세 피해자에게도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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