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인 대학 등록금 인상 움직임에 반발
기자회견·성명문 발표, 단식 투쟁 나서기도
대학 “17년 동결 등록금, 이제는 인상할 때”
학생 “등록금 이미 높아, 적립금 많다” 지적
이화여대 중앙운영위원회 소속 학생들이 등록금 인상에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라며 피켓팅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이화여대 SNS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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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17년째 동결되어 있던 등록금 인상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대학과 재학생 간의 입장 차이가 극명해 갈등 조짐이 보인다. 대학에서는 장기간 동결로 인해 ‘재정난’이 심각하다며 등록금 인상의 당위성을 언급하고 있지만, 학생들은 쌓여 있는 ‘적립금’을 언급하면서 성명문·시위 등 반대에 나섰다.
9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시내 주요 10개 대학 가운데 절반 이상(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이화여대, 건국대 등)이 등록금 인상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모든 설문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재학생 대부분(80% 이상)은 등록금 인상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같은 움직임은 장기간 동결됐던 대학 등록금이 올해 들어 인상될 움직임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학근로장학사업, 국가장학금 등의 규제를 통해 등록금 인상을 억제해 왔다. 다만 장기간 등록금 동결이 이어지면서 대학에서는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 한 사립대학 관계자는 “등록금을 15년 넘게 동결하면서 시설 개선, 직원 채용, 기자재 확충 등 전방위적 어려움을 겪었다”라고 호소했다.
올해 정부가 국가장학금 규제를 완화해 주면서 ‘등록금 동결’을 요구했지만, 인상 움직임이 큰 상황이다. 지난 7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90개 학교 가운데 53%가 ‘올해 등록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서강대와 국민대를 비롯한 여러 학교가 등록금 인상을 결정했고, 연세대와 한양대 등 주요 사립 대학도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일부 대학에서는 올해 인상 법정한도인 5.49%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에서 등록금 인상안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고려대학교 SNS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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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인상이 가시화되면서 학생들은 반발에 나섰다. 전날 이화여대 총학생회 측은 ‘등록금 인상 반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졸속 등록금 인상 논의 결정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화여대에서 열린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 회의장 앞에는 총학 측이 ‘단대별 등록금 책정기준 공개하라’, ‘이화인 요구안 논의하여 등록금 책정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화여대는 평균 등록금이 874만원으로 전체 대학 가운데 등록금이 5번째로 높은 대학이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평균 대학 등록금은 지난해 기준 682만원이다. 높은 등록금을 내야하는 의대, 예체능 계열 등록금이 포함되면 평균 등록금이 900만원을 넘는 대학교가 8곳, 800만원 이상인 대학교는 32곳이 있다.
이화여대 중앙운영위원회는 “이화인 81.9%는 등록금에 부담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라며 “6300억원 넘게 적립금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정말 돈이 없는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동국대학교 총학생회 역시 ‘동국은 누구를 위합니까’라는 성명문을 발표하고 “학교 재정 부족의 책임을 등록금 인상으로써 학생들에게 전가하는 학교 측의 입장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라며 “학교는 등록금이 포함된 기존의 자금을 낭비 없이 적합하게 운용했는지 성찰을 선행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등록금 인상 전에 적립금 운용을 내실화하라는 지적이다. 등록금 인상을 결정한 서강대의 경우 2024년 교비회계 기준 617억원, 국민대는 1574억원의 적립금이 있다. 이외에도 고려대는 4187억원, 연세대는 6182억원이 적립돼 있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정문에 한 재학생이 쓴 등록금 인상 철회 촉구 대자보가 붙어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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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대학에서는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며 단식투쟁에 나선 곳도 있다. 전북 익산의 원광대학교의 경우 등록금 인상 5.1% 인상이 예고되자 총학생회가 지난 7일부터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 이들은 “올해 2600억원을 지원받으면서 등록금을 인상하겠다는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라며 “학생 복지를 약속해 놓고는 등록금 인상을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라고 지적했다.
사립대학교뿐 아니라 국립대도 등록금 인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동결을 결정한 서울대를 제외하고 대다수의 국립대가 등록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국가거점국립대총장협의회와 교육부는 전날 등록금과 관련된 논의를 진행했다. 교육부는 ‘등록금 동결’을 요구했으나, 총장들은 ‘인상’을 요구한 상황이라고 전해진다. 지난해 4년제 국공립대 연평균 등록금은 421만1400원으로, 올해 법정 인상 한도 최대치로 올리면 약 23만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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