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예환 지갤러리 개인전
대규모 영상설치 신작 펼쳐
대규모 영상설치 신작 펼쳐
송예환 ‘따개비들(The Barnacles)’(2025). 지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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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개의 디지털 영상 파편들이 군집을 이루고 있다. 얼핏 보면 크고 작은 디스플레이 패널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건 일종의 눈속임이다. 마분지(종이)로 만든 구조물의 표면 형태에 맞춰 정교하게 코딩된 영상을 빔 프로젝터로 투사한 것이기 때문이다. 웹 디자이너 출신 송예환 작가(30)의 ‘따개비들(The Barnacles)’(2025)이다. 인터넷 상에서 우리는 이런 착각 속에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일상적으로 사람들은 인터넷 상에서 알고리즘이 보여 주는 상품을 구매하고,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영상을 본다. 알고리즘이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는 복잡한 이해관계를 가진 온라인 플랫폼이 정한 방향대로 세상을 보고 소비하는 것일 뿐이다. 송 작가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온라인 플랫폼의 요구에 적응하다 그 시스템 안에 갇힌 사람들의 모습을 바위에 붙어 사는 따개비에 비유했다. 그는 “웹 사용자 경험(UX)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사용자 친화적인 서비스를 개발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정말 이것이 사용자를 위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송예환 작가의 개인전 ‘인터넷 따개비들(The Internet Barnacles)’이 오는 2월 15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지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지갤러리의 젊은 작가 지원 프로그램인 ‘Great Exhibition’의 일환으로 작가의 비디오, 영상설치 신작을 선보인다. 방대한 정보가 넘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획일화되고 표준화된 온라인 세상을 비판하는 게 골자다.
비디오 작품 ‘의심하는 서퍼들(The Surfers’ Suspicion)’(2025)에서는 마치 심해로 잠수하듯한 장면과 사용자의 불안과 공포를 드러낸 장면들이 교차한다. 관객이 화면을 통해 점점 더 조밀하게 얽힌 디지털 생태계의 층위를 경험하도록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사용자를 위하는 것처럼 보이는 인터넷 환경의 인터페이스에 가려져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통제 메커니즘이 있음을 암시한다.
송 작가는 2020 베니스 건축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미래학교’ 등 웹사이트 디자인으로 이름을 알렸다. 타이포그래피와 코딩을 접목한 작업으로 사용자를 수동적으로 묶어두는 탬플릿 기반의 인터넷 환경에 의문을 던진다. 그러면서 우리가 회복해야 할 인간의 주체성, 고유성에 대해 강조한다. 한편 그는 지난해 미술관 송은이 주최한 ‘송은미술대상’의 본선 20인에 선정돼 현재 송은에서도 작품을 전시 중이다. ‘제24회 송은미술대상전’은 다음달 22일까지 계속된다.
송예환 ‘의심하는 서퍼들(The Surfers’ Suspicion)’(2025). 송경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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