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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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까지 열흘 남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공지능(AI)용 반도체의 수출 대상을 제한하는 칼자루를 빼 들 전망이다. 동맹국엔 미국 기술이 반영된 AI 반도체를 수출하지만, 적대국엔 아예 수출을 금지할 가능성이 크다. 동맹국에도 같은 조건을 적용하도록 요구할 수 있어, 한국 반도체 업계에선 “중국 시장에서 성장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8일(현지시간)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엔비디아 등 미국 반도체 기업이 만드는 반도체 수출을 추가로 제한하는 규제를 이르면 10일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AI 개발이 우방국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세계 기업들이 미국의 기준을 따르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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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예외’라지만
블룸버그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전 세계 국가를 동맹국부터 적대국까지 세 등급으로 나누어서 수출을 제한할 계획이다. 중국·러시아·북한·이란·베네수엘라·쿠바·벨라루스·이라크·시리아 등 미국의 적대국 등급은 AI 반도체 수입할 수 없도록 수출 경로를 차단한다. 거의 대부분의 국가들이 속한 중간 등급은 수입 가능한 총 연산력(computing power)에 상한이 설정된다. 미국 정부가 제시한 보안 요건과 인권 기준을 따르겠다고 동의하면 국가별 상한보다 많은 반도체를 수입할 수도 있다.
소수의 미국 동맹으로 구성된 최상위 등급은 지금처럼 미국산 반도체를 제한 없이 구매할 수 있다. 아시아에선 한국·일본·대만이, 서방에선 영국·프랑스·독일·캐나다 등 주요 우방이 포함된다. 고종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실장은 “한국은 제한이 가장 약한 등급에 속해 미국산 반도체 수입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다만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에 한국 기업이 만드는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들어가기 때문에 그 수출 시장이 제한된다면 한국 기업들에도 영향이 미칠 수는 있다”라고 분석했다. 현재 엔비디아의 최신 AI 가속기 블랙웰 등의 주 수요처는 미국 빅테크 기업이라 미국의 규제가 시작돼도 국내 반도체 업계에 당장 영향은 크지 않다.
하지만 장기적으론 한국도 우려할 일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미국에서 제조하는)한국 기업의 반도체가 중국 등 국가로 공식 수출되는 건 없기 때문에 표면적으로 당장 영향은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 중국은 AI 반도체를 비롯해 차세대 반도체를 구매할 만한 거대한 잠재 시장”이라며 “중국에 대한 접근성이 줄어든다면 한국 기업들의 기대 수익이 손해를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간 등급에 속한 국가들의 컴퓨팅 파워도 미국이 제한하려 한다면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삼성전자에 특히 더 악재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HBM 등 고부가 AI 반도체를 엔비디아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SK하이닉스에 비해 삼성전자는 새로운 고객사를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원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규제가 시행되면 반도체 부문에서 부침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에 더 아픈 소식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엔비디아 CEO 젠슨황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키노트를 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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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는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 대한 수출을 제한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막판 규제은 (AI 반도체의) 남용 위험을 줄이기는커녕 경제 성장과 미국의 리더십을 위협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바이든 정부의 수출규제 확대에 대해 우려하는 입장을 내놨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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