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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불확실성에도 국내에 역대 최대 24.3조 투자하겠단 현대차,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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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 국내에 역대 최대규모인 24조3천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구개발(R&D)에 11조5천억원, 경상 투자에 12조원, 전략 투자에 8천억원을 각각 투자할 예정이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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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올해 24조3000억원을 국내에서 투자하겠다고 9일 밝혔다. 역대 최대 규모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크지만 대규모 투자로 미래 모빌리티 사업 역량을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의 올해 투자 규모는 기존 최대치였던 지난해(20조4000억원)보다도 19% 늘었다. 통상 1분기 말에 내놓던 투자 계획 발표도 올핸 2개월가량 앞당겼다. 불안정한 국내외 정세에 위축되지 않고,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6일 신년회에서 “작년에 잘 됐으니 올해도 잘 될 거라는 낙관적 기대를 할 여유가 없다”라면서도 “비관주의에 빠져 수세적 자세로 혁신을 도외시해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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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경기 고양시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신년회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발언하는 모습. 이날 정 회장은 위기 상황에서도 비관주의에 빠져 혁신을 도외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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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은 총 투자액의 절반에 가까운 11조5000억원을 미래차 핵심 기술 연구개발(R&D)에 투자한다. 고성능 전자·전기 아키텍처를 적용한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의 시제품을 2026년까지 개발한단 계획을 내놨다. 전기차 수요 변화엔 하이브리드차와 주행거리 연장 전기차(EREV)를 앞세워 유연하게 대응한단 방침이다. 전기차 신모델 개발과 전동화 전환 속도도 높인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21개 모델, 기아는 2027년까지 15개 모델의 전기차 풀 라인업을 갖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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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9'.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아이오닉9를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사진 현대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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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의 전기차 라인업 확대는 전동화 계획을 미루고 있는 글로벌 완성차 기업과 대비된다. 지난해 토요타는 2026년 글로벌 전기차 생산 계획을 150만대에서 100만대로 축소했고, 차세대 렉서스 전기차 출시를 2026년에서 2027년으로 미뤘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는 전기 픽업트럭 생산 계획을 연기했고, 폭스바겐은 2026년 예정돼 있던 전기차 프로젝트 ‘트리니티’ 모델 출시를 2030년으로 미뤘다. 이지형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미국 완성차 업체는 시장 불확실성을 의식해 단기 수익에 초점을 두고 투자 계획을 소극적으로 세웠고, 일본·유럽도 전동화 전환 일정을 조정했다”라며 “그에 비해 현대차는 장기 전기차 판매 목표를 유지하면서 투자 확대,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을 통해 전기차 시장 확산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8월 말 현대차는 2030년 전기차 판매량을 200만대(전체 목표 555만대의 36%)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50만5000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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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LA 오토쇼에 전시된 기아의 고성능 전기 SUV 'EV9 GT' 기아는 올해 상반기 EV9 GT를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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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은 이날 국내에 12조원을 투자해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생산기지를 구축하겠단 계획도 내놨다. 세계 최초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전용 공장인 기아 화성 ‘이보(EVO) 플랜트’는 올해 하반기 문을 열고 PBV 전기차를 본격 생산할 예정이다. 2026년 상반기 가동 목표로 짓고 있는 현대차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에선 초대형 스포츠유틸리티(SUV) 전기차를 양산한다. 고부가가치 차량으로 침체한 내수 시장에서 수익성을 높이겠단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국내 판매량은 124만5020대로 전년(132만5737대) 대비 6.1%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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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전기차 공장으로 계획됐던 HMGMA는 올해 하반기까지 하이브리드차 혼류 생산체제를 갖춰 연간 생산 규모를 30만대에서 50만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사진 현대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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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현대차그룹이 해외 투자 규모도 늘릴 거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 모든 국가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전기차 구매자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도 부정적이다. 지난 2022년 이후 현대차그룹의 대미 누적 투자액은 총 178억5000만 달러(약 26조원)에 이른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뛰어난 판매 실적을 거두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우선주의의 타깃이 될 우려가 크다”라며 “미국 정부의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상당한 수준의 직접 투자를 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미국 판매량은 전년(165만2821대) 대비 3.4% 증가한 170만8293대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오삼권 기자 oh.sam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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