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항명과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군사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나와 시민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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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대령이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내란 세력의 준동이 계속되는 가운데 간만에 들려온 희소식이다. 이 사건의 핵심인 이른바 ‘브이아이피(VIP) 격노설’의 실체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곧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진실이 드러날 것이다. 억울한 죽음을 당한 채 상병의 원혼에 이번 재판 결과가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란다.
중앙지역군사법원은 9일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대령이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기록의 이첩을 보류하라는 명령을 애초에 받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실제 이첩에 나선 이후 이를 중단하라고 한 ‘이첩 중단’ 명령은 정당하지 않은 명령이어서 따를 의무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박 대령의 상관 명예훼손 혐의도 무죄로 판결했다.
이날 재판부는 ‘브이아이피 격노설’이나 ‘외압설’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국방부 장관, 차관,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의 군 관계자, 해병대 사령관 등에 대한 충분한 수사, 휴대전화 포렌식 절차를 통한 확인 등의 면밀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의 반대로 폐기된 특검법을 재상정해 윤 대통령을 포함한 관련자를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특히 임성근 당시 사단장은 해병대 장병을 동원해 수해 실종자를 찾는 과정에서 실적을 홍보하려고 장병들을 위험 지역에 몰아넣었고, 채 상병이 사망한 뒤에는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구명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김건희 여사와 얽혀 있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구명 로비의 창구였다는 의혹 또한 수사로 밝혀져야 한다.
윤 대통령은 이 사건의 핵심 고리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무리하게 호주 대사로 임명했다가 ‘런종섭’이라는 비난을 받고 철회했다.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게 뒀다면 그만이었을 사건을 윗선에서 부당하게 개입해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고 불필요한 논란을 낳았다. 군의 신뢰와 위신 또한 크게 훼손됐다. 그런 점에서 이 사건은 12·3 계엄사태의 예고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대령은 이날 재판이 끝난 뒤 “너(채 상병)의 죽음에 억울함이 없도록 하겠다는 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중략) 결코 흔들리거나 좌절하거나 뒤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고 혼신의 노력 다하겠다”며 “그것이 바로 정의이고 법치를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실과 정의는 결국 승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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