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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참 나쁜 대통령" 개헌론 역풍…노무현 "난 정치 실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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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중심제의 나라에서 대통령이 없습니다. 국무총리도 없습니다. 혼란의 연속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다시 돌아올지, 탄핵이 결정되면 누가 대통령이 될지…. 아무튼 대통령의 리더십 부재가 국가 운명에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를 온 국민이 절감하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대통령 리더십의 위기는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닙니다. 탄핵 소추의 시련을 겪은 첫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이었습니다. 직무정지 63일 동안 권한대행 체제도 경험했습니다. 그랬던 노무현이 지금은 여론조사상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 1위로 꼽히고 있습니다.

중앙일보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 ‘더중앙플러스’에서 연재 중인 ‘성공한 노무현, 실패한 노무현’에서는 당시 정치적 위기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었고, 어떤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아갔는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중 개헌과 대연정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려는 권모술수"라는 야당의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임기 초부터 일관된 진정성 있는 제안이었다는 평가도 함께 있습니다. 대통령제가 한계에 다다른 만큼 이번만은 반드시 개헌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시점입니다. 노무현 시대의 개헌 제안을 다시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위기의 또 다른 축은 경제입니다. 대행의 대행을 맡고 있는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그는 지금 거대한 위기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노무현 탄핵 소추 국면에서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어떤 행보로 경제 위기에 대응했을까요. 또 카드대란, 화물연대 파업, 고용 없는 성장 등 참여정부가 맞닥뜨렸던 경제적 위기 상황을 대통령은 어떻게 풀어나갔을까요. 노무현 대통령의 성공은, 실패는, 지금 와서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중앙일보는 참여정부 인사 수십 명을 인터뷰하고, 기록을 대조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 새로운 역사서를 써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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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노무현, 실패한 노무현(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249)



탄핵 소추 후 독서로 울화 달래…이순신에 심취



중앙일보

2004년 3월 21일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 관저에서 책을 읽고 있다. 국회의 탄핵 소추로 권한이 정지되면서 독서로 시간을 보냈다. 노무현사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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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은 두 달간의 직무정지 기간 청와대에 칩거했다. 총선 투표를 포함해 세 번의 외출이 전부였다. 변호사로 입신한 이후 하루하루 바쁘게만 살아왔는데, 대통령이 돼서 탄핵소추를 당하는 바람에 뜻하지 않게 주어진 강제 휴가였다. 처음에는 시도 때도 없이 잠이 쏟아졌다고 했다. 누적된 피로와 긴장 탓이었으리라. 청와대 관내를 여유롭게 산책도 하고 때로는 북악산 등산도 했다.

역시 유폐 생활에는 독서가 제격이었다. 드골을 비롯해 나폴레옹, 로베스피에르, 이순신 등에 관한 책들을 열심히 읽었다. 특히 『칼의 노래』『경제전쟁 시대 이순신을 만나다』 등 이순신에 관한 책을 섭렵했다고 한다. 통영 등 전적지도 찾으려 했는데 총선에 영향을 미칠까 봐 주변에서 말렸다고 한다. 물론 이순신은 민족의 영웅이다. 그러나 노무현이 칩거 속에 이순신에 빠졌던 데는 각별한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수많은 전공에도 불구하고 모함에 빠져 백의종군해야 했던 이순신의 모습에서 자신의 억울함이 겹쳐 보였을 수도 있다.

성찰과 재충전을 위해 신이 내린 소중한 시간이라고 아무리 자위해 봐도, 노무현의 속은 부글부글 끓어올랐을 것이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칭송은커녕 탄핵소추를 당해 헌재의 판결을 기다려야 하는 얄궂은 신세가 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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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노무현 탄핵 사유, ‘윤석열 탄핵’ 비하면 경범죄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98813



한강 다리 일곱 번 건넌 이헌재…“경제는 내가 책임”



중앙일보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처음으로 맞은 일요일(2004년 3월 14일)에 기자들과 만난 이헌재 경제부총리. 그는 "주식 팔면 큰 손해 볼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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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소추 당일 고건 총리로부터 경제 부문을 위임받은 이헌재 부총리는 그날 오후에만 한강 다리를 일곱 번 건너다녔다. 경제 부처들이 과천청사를 쓰던 시절, 임시 국무회의와 비상대책회의, 경제장관회의, 은행장 회의 등 쏟아지는 회의를 뛰어다니며 시장을 향해 메시지를 보냈다.

이 부총리는 한국 경제를 책임지는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는 점부터 분명히 했다.

“이번 사태는 경제에 문제가 일어난 것이 아니다. 불안해 할 이유가 없다”면서 “책임은 내가 진다”고 강조했다. 해외 시각을 안정시키는 것도 시급한 과제였다. 권태신 국제업무정책관에게 e메일 문안을 준비시켰다. “한국 경제의 기초는 여전히 강하다. 정치 불안은 일시적인 만큼 한국 투자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메일을 IMF(국제통화기금)와 무디스 등 3대 신용평가기관, 해외 금융기관 등 1000여 곳에 밤새도록 보냈다. 주말에는 기자들을 불러 “시장을 비관해서 주식을 파는 사람들은 큰 손해를 볼 것”이라고 겁을 주기까지 했다. 폭락하던 주식시장은 주말을 넘기면서 오름세로 돌아섰다.

고건 대행, 11일 만에 거부권…盧 눈치 봐도 호락호락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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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체제 한계, 20년 전 개헌 던진 노무현



"대통령 임기를 4년으로 줄이되,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게 허용하는 원 포인트 개헌이 필요합니다. 대통령 임기 4년과 국회의원 임기를 맞출 것을 제안합니다. 너무 늦기 전에 개헌 발의권을 행사하겠습니다."

노무현 개헌 제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고사하고 갈수록 비난과 비아냥만 난무했다. 한나라당 대표 강재섭은 “당장 여당 의석도 줄었고 대선이 임박한 데 갑자기 개헌안이라니, ‘판 흔들기 의도’가 분명하다”고 비난했다. 박근혜 입에서 나온 “참, 나쁜 대통령”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된 것도 이때다. 여당인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도 “개헌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지금은 어렵지 않겠냐”는 분위기가 완연했다.

노무현의 심경은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측근 윤태영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기억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개헌을 꺼내면 여야 지도부 등 정치권이 쌍수를 들고 환영할 줄 알았어요. 과거 여야 지도부가 ‘원포인트 개헌이 필요하다’고 몇 차례 언급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막상 발표하니 ‘왜 하필 임기 말에?’ ‘무슨 노림수나 정략이 아니냐?’는 등 부정적 반응 일색이었습니다. 대통령은 크게 좌절했습니다."

노무현의 ‘입’ 역할을 하면서 개헌 당위성을 역설하고 다녔던 비서실장 이병완은 대통령의 속내를 이렇게 대변했다.

"정치를 바꾸기 위해 정치인이 됐는데 결국 정치문화를 바꾸지 못했다고 생각했어요. 정치문화를 개혁하기 위해 연정과 개헌을 구상했는데, 어느 것도 성공하지 못했지요. 그래서 자신은 실패자라고 여겼습니다."

“참 나쁜 대통령” 개헌론 역풍…여당조차 반대 “난 정치실패자”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05780



노조 대통령의 변심



노무현은 설마하니 화물연대가 이렇게까지 나올 줄 몰랐다. 지난번 파업 때 그 정도 양보했으면 당연히 수습될 줄 알았는데, 석 달이 못 가서 더 심한 요구를 해 올 줄이야. 하는 수 없이 노무현은 칼을 빼 들었다. 불법에 대한 강경 대응을 지시한 것이다. 군을 동원해서라도 파업 사태를 종결지으라는 것이었다. 결국 화물연대는 운송 거부 15일 만에 백기를 들었다.

그 당시 노무현의 심기를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도 자신의 자서전에 그대로 기록하고 있다.

"당시 대통령은 화물연대가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라는 구호를 내걸고, 부산항 수출입을 막아 주장을 관철하려는 방식에 화를 많이 냈다. 내게 단호한 대응을 지시했고, 군 대체 인력 투입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노동부 장관을 지냈던 김대환이 기억하는 노무현의 말은 더 구체적이다.

"노조에 손을 내밀었는데 내 손을 물어뜯었다, 이놈들이. 노조에 우호적인 대통령이 왔으면 경제·사회가 나아지도록 협력을 해야지. 시험부터 하려 드느냐."

盧, 참다참다 공권력 발동…“노조대통령, 노조 배신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03928

“노조에 손 내미니 물어뜯었다” 盧 노동관 바꾼 화물연대 파업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0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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