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한남동 관저에 집결한 의원 40여명을 두고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정당이기 때문에 소신 있는 행동에 개입하지 않는다”(김상훈 정책위의장)고 한 반면, 양심에 따라 쌍특검법(내란·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찬성 표결한 김상욱 의원에게는 탈당을 권유하는 모순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당이 단일대오로 윤 대통령 방어막을 치기 위해 헌법기관으로서 국회의원의 양심을 입맛대로 해석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을 비롯한 소속 의원들이 6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앞에 모인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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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9일 기자들과 만나 “소수당의 당론은 다수당과 싸울 때 강력한 무기”라며 “헌법기관으로서 양심에 맞게 표결한다는 것과 당의 기본적인 룰을 전혀 안 따르겠다는 건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전날 권성동 원내대표가 김 의원에게 탈당을 권유하며 드러낸 ‘당론에 따르지 않으면 같은 당을 할 수 없다’는 인식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당내선 “친윤(친윤석열) 지도부가 비판 세력을 솎아내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친한(친한동훈)계 조경태 의원은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개인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전 국민에게 떠들면서 왜 본인들은 그렇게 행동을 안 하느냐”며 “파쇼적 사고를 가진 자들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국민의힘에 맞지 않는 자들”이라고 질타했다.

국민의힘 김상욱 의원이 9일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혐의 및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과 관련 긴급현안질의를 위한 본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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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계엄은 ‘거룩한 사고(事故)’”(전광훈 목사)와 같은 주장이 나오는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하는 의원들의 자율성은 용인하면서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에 따른 표결’을 제재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논란이 커지자 신 수석대변인은 권 원내대표의 탈당 권유는 김 의원에게 당을 나가 달라는 뜻이 아닌 의총에 참석해 반대 의견을 개진해 달라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의총장이 자유로운 토론을 보장하는 공론장과 거리가 멀다는 반박이 즉각 제기됐다. 김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의총 발언에 대해 물리적 제재는 없겠지만 보이지 않는 압력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 친한계 의원은 “다들 하는 이야기도 똑같고 답은 이미 정해져 있어 의총의 의미를 잘 못 느끼겠다”고 꼬집었다.

김병관·김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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