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1.10 (금)

"판사 종북 오염" "중국 개입" "尹 도피설"…음모론 판치는 한남동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극우 유튜버 통해 재확산…윤상현 등 여당 일각에서도 '편승'

음모론 넘어 폭력 사태 우려…"2030 백골단, 나치처럼 될 수도"

뉴스1

법원이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재발부한 가운데 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지지·응원 집회를 하고 있다. 2025.1.8/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박혜연 김민재 기자 = 윤석열 대통령 한남동 관저 주변에서 연일 계속되는 탄핵 찬반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서 각종 음모론과 가짜뉴스가 무분별하게 확산하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서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이 더해지면서 이를 맹신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의 정치 성향에 맞는 가짜뉴스를 진실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정치 양극화'로 음모론이 양산되기 쉬운 구조가 됐다고 진단한다. 음모론자들이 '소수'에 머물도록 이들을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종북 주사파 세력 탄핵 주도…'尹 도피설' 확산하기도

10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자유통일당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중심으로 열리는 보수 집회에서는 '종북', '빨갱이', '주사파'라는 단어들이 자주 등장한다. 윤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세력은 '종북 주사파'라는 논리다.

이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다수 야당 의원들이 '부정선거'로 당선됐다고 주장하면서 "계엄 아닌 계몽"이라며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옹호한다.

전 목사는 지난 6일 외신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북한이 부정선거에 개입했다", "이재명은 간첩이다"라고 주장했다. 모두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다. 심지어 "무안 참사는 좌파적 현상으로 사탄이 일으킨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다.

일각에서 제기해 온 음모론은 탄핵 정국을 계기로 극우 유튜버를 통해 확산하다가 최근에는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까지 집회에 합류하면서 증폭되는 형국이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일 보수 집회에 참석해 "헌법재판소와 수사기관과 판사도 오염됐고 경찰과 군대도 오염됐다"며 "무도한 3대 검은카르텔(사법·선관위·종북주사파) 세력의 국헌 문란 행위를 막고 대한민국을 지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극우 음모론과 결합하는 여당 행태에 대해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온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관저 앞에 집결한 여당 의원들을 보고 "전 목사와 자매결연을 하느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진보 진영에서도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가 나돌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8일 민주당이 윤 대통령이 관저에서 나와 제3의 장소에 도피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도피설이 불거졌다. 특히 도피설은 검은색 차량이 관저를 빠져나오는 유튜브 동영상을 타고 확산했다.

이같은 도피설은 한 진보 매체가 관저를 돌아보는 윤 대통령 모습을 보도하면서 일단락됐다. 윤 대통령 측도 곧바로 "거짓 선동"이라고 반박했다.

뉴스1

법원이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재발부한 가운데 8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지지·응원 집회를 하고 있다. 2025.1.8/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치인, 프레임 증폭시키는 대변자 역할 자처"

학계에서는 정치 양극화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진영에 따라 흑백논리에 함몰되고 자기가 소속된 곳을 맹종하며 음모론이 성행하는 환경이 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사고가 틀에 갇히는 '프레임 효과' 때문에 사태 판단과 행동 동기를 프레임 안에서 찾는 식으로 구동된다"며 "정치인들은 지역구 여론에 편승해야 다음에 '배지를 다시 달 수 있다'는 계산도 있지만 돋보일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하면서 프레임으로 무장하거나 프레임을 증폭시키는 대변자 역할을 자처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아무도 책임을 안 지고 소문만 나오게 하면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믿고 안 믿는 상황"이라며 "국민들끼리 싸우는 게 아니라 '중국이 개입하고 있다, 내정 간섭이다' 하면 더 그럴듯해 보이니까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음모론이 힘을 얻을수록 강해진 프레임 효과가 자칫 폭력 사태까지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백골단'을 내세우며 2030 청년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반공청년단'의 출범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 교수는 "2030 백골단은 마치 나치 친위대를 연상시키는데 나치 친위대는 경찰도 군부대도 아닌 사적 폭력·물리력을 구성해 마음에 안 들면 쓸어버리는 폭력 집단"이라며 "프레임을 넘어서 폭력적 행동까지 나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양 교수는 "음모론은 어느 사회나 항상 있기 마련이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음모론자들이 소수에 불과하게끔 사회가 봉쇄해야 한다"며 "우리 사회에 떠도는 음모론을 발본색원해서 주동자는 처벌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hypark@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