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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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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카터 장례식 모인 '대통령 클럽'…트럼프, 푸른 넥타이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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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국립 대성당에서 엄수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국가장례식에 참석한 전ㆍ현직 대통령. 앞줄 왼쪽부터 조 바이든 대통령, 대통령 부인 질 바이든 여사,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부통령 부군 더그 엠호프. 두 번째 줄 왼쪽부터 빌 클린턴 전 대통령, 클린턴 전 대통령 부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부시 전 대통령 부인 로라 부시 여사,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트럼프 당선인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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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해 있는 5명의 전ㆍ 현직 대통령이 모두 모여 당파적 무기를 잠시 내려놓고 카터 전 대통령에게 작별을 고했다.”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워싱턴 국립 대성당’에서 엄수된 지미 카터(향년 100세) 전 대통령의 국가 장례식(국장ㆍstate funeral)에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등 5명의 전ㆍ현직 대통령이 모두 모여 이념과 정파를 초월해 고인을 추모한 장면을 두고 뉴욕타임스(NYT)는 이렇게 평했다.



“분열된 미국에 통합의 순간”



지난달 29일 별세한 카터 전 대통령 국장은 의사당에 안치돼 있던 관을 예포 21발과 함께 대성당으로 운구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대성당에서 약 2시간 진행된 장례식에는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을 비롯해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 5명의 이른바 ‘대통령 클럽’ 멤버가 참석해 고인의 영면을 애도했다. AFP통신은 “전ㆍ현직 대통령 5명이 국장에 모이면서 분열된 미국에 국민적 통합의 순간을 가져왔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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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국가 장례식이 열리는 ‘워싱턴 국립 대성당’으로 카터 전 대통령 관이 운구되고 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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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장 맨 앞줄에는 바이든 대통령 부부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부부 등 4명이 앉았고, 두 번째 줄에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 부시 전 대통령 부부, 오바마 전 대통령,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부부 등 7명이 앉았다. 오바마 전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는 개인 일정이 겹쳐 참석하지 못했지만 유가족에게 별도로 애도의 뜻을 전했다고 한다. 바로 옆자리에 나란히 앉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오바마 전 대통령은 상당 시간 미소를 지으며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다.



바이든 “우리는 권력 남용에 맞서야”



이들은 대형 성조기로 둘러싸인 카터 전 대통령 관이 극진한 예우 속에 대성당 단상 앞으로 운구되자 일제히 오른손을 가슴에 가져다 대며 애도를 표했다. 장례식이 열린 이날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한 바이든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카터 전 대통령의 1976년 대선 출마 당시 자신이 상원의원 중 처음으로 공개 지지를 밝힌 일을 거론하며 “지미 카터의 변하지 않는 인격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를 통해 훌륭한 인격의 힘은 직함이나 권력 이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우리는 증오를 받아들이지 않고 가장 큰 죄악인 권력 남용에 맞서야 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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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 DC 국립 대성당에서 열린 지미 카터 전 대통령 국장에서 추도사를 마친 뒤 카터 전 대통령의 관에 손을 짚으며 고인의 영면을 애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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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붉은색(공화당 상징 색깔) 넥타이 대신 민주당을 상징하는 푸른색 넥타이를 매고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NYT는 “(정장ㆍ넥타이 등) 검은색 바다에서 (트럼프의) 푸른색 넥타이 조합은 놓치기 어려웠다”고 짚었다.



‘카터와 구원’ 트럼프도 참석



트럼프 당선인은 카터 전 대통령 생전에 공개석상에서 여러 차례 그를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비난했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ㆍ5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 해리스 부통령에게 투표하고 트럼프 집권 1기 때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고 비판하는 등 둘의 구원은 오래 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앞서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난 그(카터)를 조금 알고 있었고 그는 아주 좋은 사람”이라면서도 카터 전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한 1980년 대선에서 패배한 이유를 두고 “파나마 운하를 넘긴 것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파나마 운하는 1977년 카터 당시 대통령이 서명한 조약에 따라 1999년 파나마 정부로 소유권이 넘어갔는데 이를 비판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최근 미국에 지나치게 높은 통행료를 부과한다는 이유로 연일 파나마 운하 소유권 반환을 압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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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국가 장례식이 열린 ‘워싱턴 국립 대성당’에서 버락 오바마(왼쪽) 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왼쪽 두 번째) 대통령 당선인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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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미 NBCㆍCNN 등이 생중계한 장례식에서는 1976년 대선에서 카터 전 대통령에게 패배한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과 카터 전 대통령의 재임 당시 파트너였던 월터 먼데일 전 부통령이 생전에 미리 써둔 추도사를 그들의 아들인 스티븐 포드, 테드 먼데일이 각각 대독하기도 했다.



포드 아들, 선친 미리 써둔 추도사 대독



포드 전 대통령과 카터 전 대통령은 한때 정치적 숙적 관계였지만 정치 현역에서 은퇴한 뒤 부쩍 가까워졌으며 서로 장례식에서 추도사를 해 주기로 약속한 사이가 됐다. 2006년 12월 포드 전 대통령이 타계했을 때 카터 전 대통령이 추도사를 했다. 포드 전 대통령은 셋째 아들 스티븐 포드가 대독한 추도사에서 “카터와 나는 짧은 기간 라이벌이었지만 오랜 우정으로 이어졌다”며 “재회를 기대한다. 우리는 서로 해야 할 얘기가 많다”고 했다.

카터 전 대통령 손자인 제이슨 카터는 유가족을 대표해 연단에 서 “그(카터)는 정치 인생과 대통령직에서 단순히 시대를 앞서간 게 아니라 예언적이었다”며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었을 때도 자신의 원칙을 고수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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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관이 9일(현지시간) 국장을 마친 뒤 워싱턴 DC 국립 대성당을 떠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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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이날 장례식에는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최근 사임 계획을 발표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등 국내외 정ㆍ관계 인사들이 상당수 참석했다. 가수 가스 브룩스와 트리샤 이어우드는 존 레논의 ‘이매진’을 부르며 고인의 유가족과 조문객을 위로했다.



카터, 로잘린 여사 묘지 옆에 안장



국장을 마친 뒤 카터 전 대통령의 시신은 군용기 편으로 고향인 조지아주 플레인스로 옮겨져 2023년 11월 타계한 부인 로잘린 카터(향년 96세) 여사 묘지 옆에 안장된다. 로잘린 카터 여사 장례식 당시 호스피스 치료를 받고 있던 카터 전 대통령은 휠체어에 앉아 77년을 함께한 부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었다.

이날 대성당 장례식에는 한국 정부 대표로 김장환(91) 극동방송 이사장이 참석했다. 카터 전 대통령이 1979년 박정희 당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했을 때 김 이사장과 따로 만났을 정도로 두 사람은 가까웠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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