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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머스크, 독일 극우당에 대한 금기 깨트리려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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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에서 독일대안당 자이델 대표 인터뷰

"내달 총선에서 AfD 지지가 최선" 강조

나치 때문에 극우 거부하는 유권자 설득

뉴시스

[AP/뉴시스] 알리체 바이델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대표.2025.1.10.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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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다음달 23일 독일 조기 총선을 앞두고 일론 머스크가 나치 독일에 대한 기억으로 극우 정당을 배제하는 독일 정계의 금기를 깨트리려 한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머스크는 이날 X에서 알리체 바이델 독일대안당(AfD) 대표와 인터뷰를 했다. 주류로 인정받지 못하는 AfD를 주류로 끌어올리기 위한 시도다.

인터뷰에서 머스크는 AfD가 독일의 변화를 가져올 유일한 정당이라고 반복해 강조했다.

머스크는 주로 에너지와 이민 문제를 다룬 30분 동안의 인터뷰에서 “오늘 인터뷰를 통해 바이델 대표가 매우 합리적인 사람이라는 점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며 다음 달 총선에서 AfD를 지지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AfD는 지지율이 20%로 두 번째로 높은 지지를 받는 정당이다. 지난 10년 동안 중동과 우크라이나에서 유입된 수백만 명의 이민자와 난민 문제로 기성 정당들을 공격하면서 세력을 키워왔다.

이탈리아의 이탈리아 형제당, 오스트리아의 자유당 등 다른 나라에서도 극우세력이 세력을 확장해왔다. 그러나 나치 독일을 기억하는 독일은 이들 나라와 다르다.

AfD와 연정을 구성하려는 정당이 전혀 없다. 또 독일 언론들도 AfD 후보들을 잘 출연시키지 않는다.

AfD는 극단적 발언과 행동을 서슴지 않아왔다. 인종차별적이고 반유대적 발언을 하며 당원들을 내쫓았고 당 지도자 중 한 명은 나치 슬로건을 주장해 여러 번 처벌을 받았다.

AfD의 정관과 청년 조직 "극우" 공식 지정


AfD는 독일 정보기관의 감시 대상이기도 하다. 당 정관의 많은 내용과 청년 조직 전체가 극단적 우익으로 공식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AfD 소속 의원 100명 이상도 극단적 우파로 지정돼 있다.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는 연설에서 독일 정당들이 단합해 AfD에 맞설 것을 촉구했다. 메르켈 총리는 자신이 속한 기독교민주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의원들이 직면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후 독일 정계에서 AfD는 왕따를 당해왔다. 지난해 주요 주 선거에서 AfD에 대한 지지가 높게 나타나고 바이델이 당대표가 되면서 온건화 색채를 강조하고 있으나 어느 정당도 AfD와 손을 잡으려 하지 않는다. 스리랑카 태생인 바이델은 투자은행가 출신이며 동성 파트너 및 입양한 세 자녀와 스위스에 거주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이 된 머스크가 유럽 각국의 극우 정치인과 정당을 지지하는 글을 X에 올리면서 X는 유럽 우파 인플루언서들의 활동 무대가 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머스크는 독일 소셜 미디어 스타인 24살의 나오미 자입트가 올린 동영상을 자신의 계정에 올렸다. X와 유튜브에서 팔로워가 많은 자입트는 기후 변화를 경고하는 환경 과학자들을 맹렬히 비난하면서 AfD를 지지해왔다.

머스크는 자입트 동영상을 올린 글 등에서 “AfD만이 독일을 구할 수 있다”고 썼고 자입트가 “완전 맞는 말, 일론 머스크”라고 화답했다.

머스크의 X, 우파 인플루언서들의 놀이터


머스크는 지난 주 독일 신문 디 벨트에 AfD를 지지하는 글을 기고했다. AfD가 독일의 “마지막 불꽃”이며 AfD는 극단 세력이 아니라 화석화된 독일 정계의 합리적 대안이라고 강조하는 내용이다.

머스크는 “스리랑카 태생 동성애자인 알리체 바이델이 대표로 있는AfD를 극우로 보는 건 잘못이다. AfD가 히틀러를 닮았는가? 절대 아니다!”라고 썼다.

머스크가 AfD를 지지하는 데는 개인적, 사업적 이해관계가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AfD는 독일에 테슬라 공장을 짓는데 적극 반대했었다.

머스크는 9일 바이델과 인터뷰에서 테슬라 공장 문제를 언급하면서도 AfD가 반대한 사실은 거론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대신 독일 관료주의가 공장 설립을 막는다고 입을 모았다.

머스크는 독일 정부의 핵발전소 폐기 정책을 비판하는 바이델에 슬며시 딴지거는 모습도 보였다. 자이델이 핵발전소 폐기가 태양 및 풍력 발전을 과신한 결과라고 비판하자 “맞지만, 나는 태양 발전을 적극 지지한다”고 했다.

인터뷰는 AfD와 자이델 대표가 합리적이라고 강조하려는 의도에서 기획됐다.

머스크가 “AfD가 나치주의와 관련이 있다”는 우려를 불식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문하자 바이델이 나치는 세금을 올리고 계획경제 정책을 폈지만 AfD는 자유주의 정당이라며 “잘못된 낙인이 찍혀있다”고 답했다.

머스크에 법적 대응 경고 목소리
뉴시스

[베를린=AP/뉴시스]알리체 바이델 독일대안당(AfD) 대표가 9일(현지시각) 일론 머스크와 X 실시간 인터뷰를 기다리고 있다. 2025.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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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의 소유주이자 트럼프의 최측근으로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머스크의 유럽 정치 개입에 대해 유럽집행위원회(EC)가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독일 사회민주당 등 중도 좌파 정당들이 소셜 미디어의 허위선전과 외세 개입에 맞서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민주주의를 지킬 것이라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독일 정치 지도자들은 머스크를 비판하면서도 머스크의 낚시질에 걸려들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번 주 인터뷰에서 “머스크에게 도움이 되고 싶지 않다”며 머스크의 소셜 미디어 글에 “걸려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은 독일 유권자들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다. 한 독일 방송사가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응답자의 4분의 3이 머스크가 독일 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동시에 절반 이상이 AfD가 총선에서 이익을 볼 것이라고 답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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