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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1 (토)

비너 슈니첼부터 햇와인까지…비엔나 미식의 매력 [쿠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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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예술의 도시로 알려진 오스트리아 비엔나(Vienna)가 최근 미식 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베토벤부터 구스타프 클림트까지 위대한 예술가들이 먹고 즐긴 오래된 미식 문화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 예술의 집결지이자 헝가리, 이탈리아, 폴란드 등의 다채로운 요리가 만나 독창적인 맛을 선사하는 비엔나의 맛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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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대표 요리로 꼽히는 '비너 슈니첼'. 사진 송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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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중앙에 위치해 650년간 유럽을 지배한 합스부르크 왕가의 수도였던 비엔나는 수많은 문화와 이민자들의 영향으로 음식 문화가 다양하게 발전했다. 하지만 흘러들어온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들만의 방식으로 더 독특하고 세련되게 바꾸었다. 그런 것들 앞에는 ‘비엔나식(Wiener)’이라 이름을 붙였다. 돈가스의 원조 격인 ‘비너 슈니첼(Wiener Schnitzel)’ ‘비너 피아커굴라시(Wiener Fiakergulasch)’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비엔나를 대표하는 요리인 ‘비너 슈니첼’을 보면 그들의 미식 문화가 보인다. 슈니첼의 전신인 이탈리아의 전통 요리 ‘코톨레타 알라 밀라네제(Cotoletta alla Milanese)’는 뼈가 붙어 있는 송아지 고기에 파르메산 치즈를 섞은 빵가루에 입혀 약한 불에 천천히 튀긴다. 고소하지만 기름을 많이 먹어 다소 느끼하다. 반면 비엔나로 넘어온 이 요리는 뼈 없는 송아지 고기를 얇게 펴서 밀가루, 달걀, 빵가루를 입힌 뒤 딥 프라이(Deep Fry) 방식으로 바삭하게 튀겨내 ‘비너 슈니첼’이 되었다.

비너 슈니첼에는 생레몬과 감자 샐러드, 크랜베리 잼을 곁들인다. 맛의 변주를 주기 위함이다. 비엔나 관광청의 마리아 아오야마 그란츠는 “비엔나는 한 가지 요리 안에서도 다양한 조합과 변화를 통해 맛을 즐기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며 “비너 슈니첼뿐만 아니라 타펠슈피츠(Tafelspitz)나 카이저슈마렌(Kaiserschmarren) 같은 전통 요리는 곁들임 메뉴가 나와 함께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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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 소스에 졸인 양 콩팥 요리. 비엔나에서 내장 요리는 계층에 상관없이 즐기는 요리다. 사진 송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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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 요리의 특징은 ‘내장 요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오스트리아는 헝가리, 체코 등 주변국의 영향으로 내장 요리가 발달했다. 여기에 비엔나 사람들의 음식 철학도 뺘놓을 수 없다. 내장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전통 식당 가스트하우스 울프의 매니저 캐롤리나 소피아는 “오스트리아에서는 식재료를 남김없이 사용하는 것이 미덕이자 전통이다”라며 “소나 돼지, 거위 등을 잡으면 심장이나 간 같은 내장은 물론 혀나 골수까지 전부 요리에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처음엔 서민들이 즐기던 내장 요리는 비엔나에서 점점 고급화되었다. 같은 내장 요리 문화를 가지고 있던 헝가리, 체코에서는 여전히 서민 요리인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비엔나의 요리사들은 내장을 프랑스식 또는 창의적인 요리법을 더해 조리하기 시작했고, 점점 더 많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내장 요리를 선보였다. 서민의 음식이었던 내장 요리가 비엔나에서는 다양하게 발전하며 계층에 관계없이 모두가 즐기는 음식이 된 것이다. 이는 비엔나가 외부의 영향을 창의적으로 재해석해, 고유한 미식 문화를 구축했음을 보여준다.

그들만의 방식을 만들어내는 비엔나 스타일은 ‘와인’에도 적용되었다. 비엔나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수도 안에 대규모 와인 생산지가 있는 도시다. 그리고 그곳에서 비너 게슈미츠 자츠(Wiener Gemischter Satz)라는 재배 방식을 사용해 와인을 만든다. 비너 게슈미츠 자츠는 한 포도밭에서 세 가지 이상의 포도 품종을 함께 키워 수확하고 블렌딩 하는 비엔나 고유의 와인 양조 방식이다. 이 독특한 방식은 19세기 초 기후 변화나 병충해 같은 요인으로 인한 수확 실패 위험을 줄이기 위해 시작되었는데, 여러 품종의 특성이 조화를 이루어 복합적이고 균형 잡힌 풍미를 가진 와인을 만들 수 있게 했다. 물론 비엔나엔 비너 게슈미츠 자츠 방식으로 양조된 와인 외에도 토착 품종인 그뤼너 벨트리너(Grüner Veltliner), Neuburger(노이부르거) 등 뛰어난 화이트 와인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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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전통 와인 선술집 호이리거에서 맛볼 수 있는 전통 요리와 햇와인. 사진 송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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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오스트리아, 비엔나 와인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은 단지 자체 소비량이 많아서다. 그리고 그 주된 이유에 호이리거(Heuriger)라는 독특한 와인 문화가 있다. 호이리거는 독일어 ‘heuer(올해)'에서 유래된 단어로 오스트리아에서 와인 생산자가 자신의 와인을 파는 일종의 선술집을 가리킨다. 호이리거에서는 그해 생산된 햇와인을 포함해 자체 생산한 다양한 와인과 전통 요리를 판매한다. 넓게 펼쳐진 포도밭을 바라보며 양질의 와인과 맛있는 전통 요리를 즐길 수 있어 여름이 되면 현지인들도 더위를 피해 많이 찾는 곳이다. 연간 수확량의 70%가 이 호이리거에서 소비된다.

막 숙성되기 시작한 햇와인은 옅은 볏짚 혹은 물처럼 투명한 색을 띤다. 거친듯하면서 신선하고 통통 튀는 맛과 아로마를 가지고 있어 와인 애호가라면 꼭 한번 경험해볼 만하다. 햇와인은 대부분 10월부터 이듬해 봄까지 판매되고, 햇와인을 파는 집은 문 앞에 전나무 가지를 걸어두어 구분할 수 있다.

[현지인 추천 맛집]



스코픽 앤 론(Skopik & Lo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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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픽 앤 론의 전경. 사진 송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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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쉐린 가이드에도 등재된 전통 레스토랑. 구도심의 중앙인 슈테판 성당에서 도보로 20분 정도 떨어져 있다. 훌륭한 음식과 서비스는 물론, 천장을 뒤덮은 오스트리아 현대 예술가 오토 지트코(Otto Zitko)의 작품이 주는 독특한 분위기 덕에 현지인과 관광객이 모두 많이 찾는다. 비너 슈니첼, 소고기 타르타르, 세비체가 인기다. 이곳의 비너 슈니첼은 높은 온도로 튀겨 공갈빵처럼 부푼 모양이 특징이다. 육류엔 레드와인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갓 튀긴 비너 슈니첼에 그뤼너 벨트리너로 만든 화이트 와인을 곁들여 보는 것을 추천한다.

주소: Leopoldsgasse 17, 1020 Vienna

가격: 비너 슈니첼 26€, 소고기 타르타르 16€, 세비체 17€, 와인 한 잔당 6~8€

예약: skopikundlohn.at



푸르가슬 후버(Fuhrgassl-hu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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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리게 푸르가슬 후버의 전경. 사진 송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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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 와인협회가 엄선하고 인증한 호이리거 19곳 중 하나로, 슈테판 성당에서 차로 20분 거리인 노이슈티프트 암 발데(Neustift am Walde)에 있다. 햇와인은 물론 다양한 토착 품종 와인과 스프리처(Spritzer, 와인에 탄산수를 섞은 음료) 등이 음료의 종류가 다양하다. 또, 햄, 소시지, 절임 채소, 샐러드 등으로 구성된 뷔페와 비엔나식 달팽이 요리나 비너 슈니첼, 크뇌델 등의 전통 요리, 채식주의자용 메뉴도 준비되어 있다. 햇와인은 10월부터 이듬해 봄까지 판매하고 있으니 이 기간에 방문한다면 햇와인을 꼭 마셔보길.

주소: Neustift am Walde 68, 1190 Vienna

가격: 와인 한 잔당 4.5 ~ 5.2€, 비엔나식 달팽이 요리 13.5€, 뷔페는 메뉴 선택 후 계산.

예약: www.fuhrgassl-huber.at



가스트하우스 울프(Gasthaus Wo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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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전통 식당, 가스트하우스 울프. 사진 송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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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 가이드북인 ‘고 에 미요(Gault & Millau)’에 소개된 전통 음식점으로 전통 방식으로 조리된 내장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추천 메뉴는 양파 소스에 졸인 양 콩팥, 부드러운 스튜 스타일로 양파의 은은한 단맛과 양 콩팥의 깊은 풍미, 고소한 감자 퓌레가 어우러지는 별미다. 메뉴판이 독일어로 되어있지만, 직원들이 영어에 능통하다. 슈테판 성당에서 트램으로 20분 거리에 있는 비덴(Wieden) 지역에 있다.

주소: Große Neugasse 20, 1040 Vienna

가격: 양파 소스에 졸인 양 콩팥 24.8€, 채소 샐러드를 곁들인 거위 리소토 21.8€

예약: www.gasthauswolf.at

■ 비엔나 미식의 또 다른 매력, 미쉐린 2스타 셰프가 이끄는 파인다이닝

스타이어렉 인 스타드파크(Steirereck im Stadt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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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이어렉 인 스타드파크의 전경. 사진 송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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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가 처음이 아니거나 이미 전통 요리를 충분히 맛보았다면 비엔나 미식의 최전선에 있는 스타이어렉 인 스타드파크를 추천한다. 이곳은 오스트리아 대표 셰프 하인츠 레이트바우어(Heinz Reitbauer)가 이끄는 미쉐린 2스타 파인다이닝. 비너 슈니첼이나 피아커굴라시 같은 전통 요리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해 선보이는 것은 물론 오스트리아 전역에서 나는 제철 농산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전통 요리에서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풍미와 식감이 있어 또 다른 비엔나의 미식을 경험할 수 있을 것.

주소: Am Heumarkt 2a, 1030 Vienna

가격: 5가지 메뉴의 런치 코스 175€

예약: www.steirereck.at

비엔나=안혜진 쿠킹 기자 an.h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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