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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0 (금)

노조, 일터에서 당신을 위한 응원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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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달 21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응원봉을 흔들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외치는 시민들. 한겨레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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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회사 처우가 너무 안 좋은데 노조 만들려면 어떤 역량이 필요할까요? 정관도 만들어야 한다던데 맞나요? 노동조합 설립 후 노동청에 등록도 하는 것 같은데 반려될 수 있을까요? 반려된다면 보통 어떤 사유인가요? 교섭하는 건 어렵나요? 노조 만드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있을까요? (2024년 12월, 닉네임 ‘흐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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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대박!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노조 만들고 싶다는 상담, 정말 대환영이에요. 노조 만드는 데 역량 필요 없어요. 정관 말고 규약을 만들어야 하는데, ‘노조 모범 규약’으로 검색하면 자료 넘쳐나요. 하나 골라서 ‘흐으’님 회사에 맞게 만들면 됩니다.



2명만 모으면 노조 만들 수 있어요. 총회를 열어 규약을 제정하고 임원을 선출한 뒤 노조설립신고서를 사업장 관할 시(군·구)청에 제출하면 끝! 헌법 33조 노동삼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에 따라 노조 설립 신고는 ‘허가’가 아니라 ‘신고’ 사항이라서 반려될 일은 거의 없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3일 안에 신고증이 교부됩니다.



노조는 노동조합법 29조에 따라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갖습니다. 조합원들 의견을 모아 요구안을 만들고 회사에 교섭 공문을 보내세요. 회사가 교섭에 나오지 않으면 사장을 노조법 위반으로 고소할 수 있고, 2년 이하 징역 등에 처할 수 있습니다. 교섭이 결렬되면 헌법과 노조법에 따라 태업·파업 등 단체행동을 할 수 있어요. 노조, 너무 쉽죠?



그런데 말입니다. 노조 만들면 회사가 어떻게 할까요? 노조 활동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면 처벌받으니, ‘어용노조’를 만들 겁니다. 직원 과반수를 모아 다수 노조를 만들고 노사가 교섭해서 단체협약을 체결하겠죠. 그러면 소수노조는 협약 유효기간 동안 아무것도 못 해요. 회사는 소수노조 조합원들을 법에 걸리지 않게 탄압하겠죠. 시작할 때 과반을 모으지 못하면 ‘복수노조의 저주’에 걸려듭니다. 노조, 너무 어려워요.



우리나라 노동조합 조직률이 13%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공공부문 71.6%, 300명 이상 사업장 36.8%인데 비해, 100인 미만은 1%에요.(30~99명 1.3%, 30명 미만 0.1%) 100명 미만 회사는 99%가 무노조라는 사실은, 작은 회사에서 과반을 모아 사장을 상대로 교섭하고 파업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발표한 노조 조직률 순위는 아이슬란드(91.4%), 덴마크(67%), 스웨덴(65.2%), 핀란드(58.8%)입니다. 2024년 유엔(UN)이 발표한 세계 행복지수 1~4위는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스웨덴이었어요. ‘노조공화국’=‘행복공화국’이라는 놀라운 등식! ‘텐트 밖 유럽’은 우리나라처럼 기업별노조가 아니라, 내가 일하는 산업(업종)에서 누구나 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산업별노조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노조 조직률 최하위권인 한국의 유엔 행복지수는 52위랍니다.



윤석열 비상계엄 포고령 4호는 ‘사회혼란을 조장하는 파업, 태업, 집회행위를 금한다’이고, 이를 위반하면 ‘영장 없이 체포’해 ‘처단’합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이 2022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파업 당시 “데모하는 놈 150명 때문에 하청 일하는 놈 1만 명이 다 죽겠던데”라며 “대통령하고 사모한테 강경진압하라고 다 보고했어”라고 말했습니다. 윤석열은 취임하자마자 화물연대와 건설노조를 때려잡았어요. 하청노동자가 원청과 교섭할 수 있는 노조법 개정에 거부권을 행사해 비정규직의 작은 바람마저 뭉개버렸고, 노동자들을 주 120시간 밤샘하는 노예로 만들려고 했습니다.



2030 남성들이 취업 불안 때문에 탄핵 집회에 나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2025년 대한민국 일자리가 비정규직, 하청, 알바, 플랫폼, 프리랜서 같은 나쁜 일자리인 게 우리의 능력 부족 때문이 아니라, 기업이 더 많은 이윤을 위해 마음대로 비정규직을 쓰다 버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우리가 ‘다시 만난 세상’은 ‘텐트 밖은 노조’인 북유럽처럼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받는 사회, 정규직 고용이 당연한 사회가 될 수는 없을까요?



시절이 시절이라 말이 길어졌네요. 최근 민주노총에 대한 호감도가 급상승했는데요. 회사에서 과반수를 모을 수 있으면 민주노총을 찾아가세요. 그게 어렵다면 직장갑질119가 만든 온라인노조(cafe.naver.com/119union)를 두드려보세요. 익명으로 가입해 노동 상담을 받을 수 있고, 업종별로 뭉쳐 일터와 사회를 바꾸는 온라인노조가 당신에게 ‘응원봉’이 될 수 있길 기대합니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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