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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1 (토)

‘묻지마 전세대출’ 시대 끝났다···비아파트 시장 월세화 가속화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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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 시내의 한 대학가 주변에 붙은 원룸, 월세 안내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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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서울보증보험(SGI)의 전세대출 보증 비율이 100%에서 90%로 줄어들게 되면서,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쓸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세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비아파트 시장의 ‘월세화’가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0일 발표한 ‘2025년 업무계획’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부채의 안정적인 관리를 위해 전세대출 보증 비율을 90%로 통일하는 안을 내놨다. 현재 전세대출 보증비율은 HUG와 SGI가 각각 100%, 한국주택금융공사(HF)는 90%였다.

금융당국이 추산하는 전세대출 규모는 200조원에 달한다. 전세대출은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담보가 없기 때문에 보증기관의 보증이 사실상의 담보 역할을 한다. 보증 비율이 100%라는 것은 HUG나 SGI가 ‘차주 대신 대출금 전액을 갚아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다보니 은행은 대출 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임차인 역시 전셋값이 오르는 상황에서도 부담없이 대출을 받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서민 주거비 완화라는 당초 목적과 달리, 보증 확대가 전셋값을 밀어올린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지난달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전세자금대출 보증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정책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자금대출 보증이 1% 증가하면 전세가격은 연간 2.16% 상승했다. 대출보증이 3.8% 늘어나면 전세가격은 연간 8.21% 상승했다. 3.8%는 실제로 2022~2023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주택금융공사(HF)가 전세대출보증을 확대한 비율이다.

다만 보증비율 인하는 당초 금융위가 발표한 전세대출 규제의 수준보다는 한 발 물러난 것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초 업무계획을 통해 전세자금대출에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적용하겠다고 했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이 많다보니 우회 규제에 들어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보증 비율 인하로 은행의 미회수 리스크가 커진만큼, 전세대출 금리는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은행이 차주인 임차인의 신용을 꼼꼼하게 보다보니 대출이 안 나오는 사례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임차인들은 전세대출을 통해 보증금 전액을 마련하기 어려워진 만큼,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이른바 ‘전세의 월세화’다. 이런 흐름은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80~90%로 높은 비아파트 시장에서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5월 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담보인정비율 하향(100%→90%) 이후 비아파트 시장에서는 ‘순수 전세’에서 보증 가입이 가능한 수준에 맞춘 ‘반전세’ 계약으로의 전환이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월세 가격도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서울의 연립·다세대 월세통합가격지수는 102.10로, 조사가 시작된 2015년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갱신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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