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각) 소방대원들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의 케네스 지역에 불이 번지는 걸 막기 위해 마른 풀들을 미리 태우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로스앤젤레스에서 발생한 화재가 사흘 내내 도시 곳곳을 불태우고 있다. 사망자와 화재로 파괴된 건물도 느는 중이다. 망연자실한 로스앤젤레스 주민들은 “아마겟돈 같았다” “원자폭탄이 떨어진 듯했다”라며 사방이 불타 폐허가 된 도시의 모습을 전했다.
9일(현지시각) 오후 시엔엔(CNN)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검시관이 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10명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화재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 사망자 수는 늘어날 수도 있다. 7일 오전 발생한 화재는 9일 밤까지 로스앤젤레스 곳곳으로 번져 팰리세이드, 이튼, 리디아, 허스트, 케네스 등 5개 지역이 여전히 불타고 있다. 이 가운데 허스트와 리디아 화재는 각각 37%, 50%씩 진압됐지만, 다른 지역은 여전히 진화가 거의 되지 않고 있다고 캘리포니아 소방당국은 밝혔다. 특히 이날 오후 2시30분께 신고된, 가장 나중에 발생한 케네스 화재로 3시간 만에 900에이커(3.6㎢) 이상이 불탄 것으로 알려졌다. 할리우드힐스 근처 선셋대로 인근에서 발생한 화재는 진압됐다.
9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알타데나에서 발생한 이튼 화재로 집이 다 불탄 가족들이 포옹한 채 울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화재 피해를 목격한 사람들은 저마다 종말과 같은 최악의 장면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것이 사라져 버렸다. 우리 집이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우리 지역 사회 전체가 사라졌다.” 팰리세이드 화재로 4명의 자녀를 키워낸, 41년간 산 집을 완전히 잃어버린 로니 위텐버그는 시엔엔에 이렇게 말했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경찰국장인 로버트 루나는 “폭탄이 떨어진 것 같다”고 했다.
피해를 직접 살피려는 사람들은 아직 화재가 완전히 진압되지 않은 현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팰리세이드, 이튼 등에서 대피했던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지만, 검문소에서 이들을 돌려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검문소를 피해 걸어서 자신의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도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불을 피해 대피했던 윌레미나 요스페가 이날 반려동물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팰리세이드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고 전했다. 부동산 개발업자 쿠식은 화재 위험이 낮아 보여 팰리세이드에 집을 지어 팔았지만 화재 현장을 보고 난 뒤 “이제 로스앤젤레스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라며 “어디든 불탈 수 있는 거 같다”고 했다.
고급 저택이 모여있는 말리부 해변 옆 산간에도 불길이 덮치면서 유명인들도 피해를 보았다고 호소했다. 호텔 체인 힐튼 그룹 상속자 패리스 힐튼은 소셜미디어에 “마음이 너무 아프다. 가족과 함께 말리부에 있는 우리 집이 불타는 모습을 보는 건 누구도 겪어선 안 될 일”이라는 글을 올렸다. 힐튼의 저택은 별장으로, 매입 당시 거래금액이 약 122억원(840만달러)이라고 알려졌다. 이 밖에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 배우 앤서니 홉킨스 등도 화재 피해를 입었다.
9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의 케네스에서도 불이 나 소방헬기가 화재 진압을 위해 물을 뿌리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일부 부유층은 민간 소방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팰리세이드 상업 지구가 대부분 불에 탔지만, 억만장자인 릭 카루소가 소유한 고급 야외 쇼핑몰 ‘팰리세이드 빌리지’는 화재에 살아남았다고 전했다. 화재 피해가 급속도로 번지는 중에 부동산 투자자인 키스 와서먼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얼마든지 지불할 뜻이 있다며 민간 소방관을 구하는 글을 올려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한겨레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한겨레후원]
▶▶실시간 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