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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1 (토)

노상원 “노태악은 내가 처리할게”···특수요원에게 ‘선관위원 위협’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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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2·3 비상계엄’ 기획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지난해 12월24일 오전 서울 은평구 서울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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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을 계획한 ‘비선 실세’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10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 당시 정보사 요원들로 꾸려진 특별수사단을 구성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장악하고 선관위원장과 선관위 직원들을 체포하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정보사 요원들에게 “노태악(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내가 처리하겠다”는 말을 하고, 선관위원들에 대한 강압적인 조사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석달 동안 김용현 공관 20여차례 방문…김용현 “노상원 하는 일 잘 도우라”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이날 내란중요임무종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노 전 사령관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계엄 당시 중앙선관위를 점거하고 노태악 선관위원장과 선관위 직원 등을 체포해 조사하려고 한 혐의를 받는다. 노 전 사령관은 정보사 요원들로 구성된 별동 수사조직 ‘제2수사단’을 통해 강압적으로 선관위를 장악하고 조사할 계획을 세웠다. 검찰은 최소 계엄 선포 석 달 전부터 노 전 사령관이 구체적인 수사단 설치 구상을 했다고 봤다.

노 전 사령관의 계획은 지난해 9월 좌천이 유력했던 문상호 당시 정보사령관을 유임하는 데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장관과 평소 친분이 두텁던 노 전 사령관은 ‘정보사 군무원 군사기밀 유출 사건’으로 사실상 문책성 인사조치가 예정된 문 사령관을 유임하도록 김 전 장관에게 조언했다.

김 전 장관은 이를 받아들였고, 지난해 10월에는 문 사령관에게 “노상원이 하는 일을 잘 도와주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퇴역 군인이던 노 전 사령관이 현직 정보사령관에게 업무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직접적 상하관계가 이뤄졌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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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시 병력동원이 확인된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이 지난달 10일 국회 국방위 긴급현안질의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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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9월부터 계엄 당일까지 김 전 장관의 공관을 20여차례 방문하며 김 전 장관과 함께 제2수사단 설치 계획을 논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지난해 11월30일부터 계엄 선포 당일까지는 나흘 연속 김 전 장관 공관을 드나들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공관촌 입구 위병소 검문을 피하려고 장관 비서관이 운행하는 차량을 이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노태악은 내가 처리한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0월부터 실제 제2수사단을 꾸리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그는 지난해 10월14일부터 문 사령관과 정보사 김봉규·정성욱 대령에게 수사단에 편성할 정보사 요원 40명을 선발토록 지시했다. 11월9일부터 12월1일까지는 경기 안산시 자택 근처 햄버거 가게 등에서 세 차례에 걸쳐 문 사령관, 김·정 대령을 번갈아 만나 제2수사단의 임무를 구체적으로 지시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노 전 사령관은 이때 ‘계엄 선포시 선관위 점거’, ‘부정선거 관련자 체포 및 수방사 호송’ 등 임무를 내리면서 “노태악은 내가 처리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결과 노 전 사령관은 계엄 선포 당일에도 제2수사단의 지휘부로 구삼회 제2기갑여단장(준장)과 방정환 국방부 정책기획차장(준장) 등을 안산 햄버거 가게로 불러 수사단 내 임무를 전달했다.

검찰은 노 전 사령관이 계엄 선포 직후 선관위를 장악하러 온 국군방첩사령부와 정보사의 연결고리 역할도 했다고 보고 있다. 계엄 선포 이후 김 전 장관의 지시를 받은 여인형 당시 국군방첩사령관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을 선관위로 보냈는데, 노 전 사령관이 정 처장에게 여러 차례 전화해 ‘여기(선관위) 현장지휘관이 있으니 너희들이 오면 인수인계해 줄 것이다’ ‘여기 확보했으니 포렌식을 떠라’ 등을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수요원에게 “조사 당시 위협” 지시…검찰 “수사 계속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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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청사 유리에 태극기와 검찰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김창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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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선포 상황에서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직원을 체포하고 야구방망이 등 흉기를 동원해 이들을 조사하려 한 사실도 검찰 조사로 밝혀졌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 선포 전 문 사령관에게 알루미늄 야구방망이와 케이블타이, 안대, 복면, 밧줄 등을 준비토록 했다.

검찰 조사 결과 문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 사전 지시에 따라 제2수사단 구성원으로 선발한 정보사 요원 36명을 계엄 선포 직전인 오후 8시까지 정보사 100여단으로 소집했다. 문 사령관은 이들에게 다음날 오전 5시에 중앙선관위 과천 청사로 출동해 선관위 직원 30여명을 포박하고 수도방위사령부 B1벙커로 이송하라는 임무를 부여했다.

특히 제2수사단에 포함된 특수임무수행요원 3명에게는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원을 조사할 때 이들을 위협하라’는 임무가 내려진 것으로 조사됐다. 정보사 요원들은 임무 수행을 위한 연습까지 실시했지만 계엄이 해제되면서 실제 수행하진 못했다.

검찰은 이날 노 전 사령관을 구속기소하면서 “피고인(노상원)이 일체의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며 “제기되는 의혹 전반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를 계속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노 전 사령관은 검찰이 이날 밝힌 혐의들 외에도 계엄사령부 포고령 작성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그가 작성한 60여장 분량의 수첩에 담긴 ‘수거’, ‘사살’, ‘북 공격 유도’ 등 내용도 검찰이 추가로 규명해야 할 대상으로 지목된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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