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은행 대면 상품만 취급 결정
인터넷전문은행 영업 타격 우려
비대면 등기 활성화 취지와 상충
유예기간·시스템 보완 요구 나와
#. 서울 송파구에 살고 있는 직장인 A씨는 "오는 3월에 이사를 갈 계획인데 비대면 주택담보보대출이 대면 상품보다 금리도 낮고, 만기도 길어 원리금 상환계획을 짰다"면서 "갑자기 비대면 주담대가 막혀 계획을 다시 짜야 해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우리·NH농협은행이 법원의 미래등기시스템 도입을 앞두고 금융소비자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 오는 31일부터 비대면 주택담보대출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앞으로 매수인이 비대면 주담대를 받기 위해서는 매도인도 법원 시스템에 접속해 전자등기를 신청하도록 절차를 개편했기 때문이다.
매도인이 전자등기 절차가 번거로워 거절할 경우 매수인은 은행에 따라 영업점에서만 주담대를 신청하거나 비대면 주담대를 신청하더라도 은행 영업점을 필수적으로 방문해 인감 날인을 받아야 하게 되면서 당분간 금융소비자 혼란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우리·NH농협 당분간 대면 주담대 취급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법원이 31일부터 시작하는 미래등기시스템에 따라 주담대에 필요인 근저당 설정과 소유권 이전 등기 절차는 향후 모두 오프라인(비대면)으로 하거나 온라인(전자등기)으로 해야 한다.
현재는 매수자가 소유권 이전 등기 신청 접수증만 온라인으로 제출하면 비대면으로 주담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매수인은 물론 매도인도 법원 시스템에 접속해 전자등기를 위한 서명을 해야 매수인의 비대면 주담대 실행이 가능해진다.
문제는 매도인이 전자등기에 협조를 안 하는 경우다. 매도인이 고령층일 경우 전자서명 절차가 번거롭다고 거부할 수 있다. 매도 우위 시장이 형성될 경우 매도자가 갑이 되면 매수자가 전자등기를 요청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경우 매수자는 오프라인 등기 신청을 하는 수밖에 없어 매수자는 은행 영업점을 방문해 은행원과 법무사의 도움을 받아 인감 날인을 받아야 한다.
이에 미래등기시스템 관련 절차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일부 시중은행은 비대면 주담대 상품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은 오는 31일부터 비대면 대출 상품 운영을 중단한다.
우리은행은 "담보대출의 핵심인 소유권 이전 등기와 근저당권 설정 등기에서 변화가 있었고 이에 따라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고객 혼란과 피해 방지를 위해 당분간 대면으로만 주담대를 취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NH농협은행은 "이달 30일까지 비대면 주담대 실행은 가능하며, 31일부터는 구입자금대출의 경우만 일시중단한다"면서 "향후 시스템 개선을 거쳐서 재개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비대면 신청해도..매수자 영업점 나와야 '불편 가중'
KB국민·신한·하나은행은 비대면 주담대 상품을 예정대로 운영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영업점에서 매도인의 전자서명을 받을 수 있도록 설득하는 등 고객의 불편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매도인의 전자서명 절차 동의가 없을 경우 비대면 주담대를 신청하더라도 영업점에 나와서 근저당 설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을 부서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전자서명 활성화를 위한 미래등기시스템과 비대면 주담대의 취지를 모두 살릴 수 있도록 최대한 매도인이 전자등기를 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비대면 주담대 상품만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어려움을 더 클 전망이다. 인터넷은행은 영업점이 없는 데다 매도인이 협조해주지 않을 경우 상품 판매 자체가 어려워 주담대 영업에 타격을 입을 수 있어서다. 이에 주담대를 취급하는 인터넷은행 2곳은 오프라인으로 만나지 않더라도 절차를 충족시킬 수 있는 프로세스 마련에 나섰다.
카카오뱅크는 '매도인의 협조를 최대한 구하는 방향'으로 상품 판매를 지속하겠다는 계획이다. 케이뱅크도 보증부 대출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등 관련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법원의 취지는 비대면 등기 활성화인데 매도자가 고령층이나 서류상 전자등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면 매수자에게 불편이 전이되는 것이 문제로 이는 법원의 제도 취지와 맞지 않다"면서 "취지에 맞게 시행이 되려면 유예기간이 있거나 시스템 보완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박문수 기자
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