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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잔치 비판 은행들…올해도 임금 올렸다 外 [한강로 경제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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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고금리에 따른 대출 장사에 ‘돈 잔치’라는 비판을 받은 은행들이 올해도 임금 인상률을 높이고 성과급 규모를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하 기조에 예금 금리를 빠르게 낮추면서 대출 금리는 늦게 낮추는 등 경기 침체 장기화 속 은행만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서울시내 은행 ATM기의 모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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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개 은행 임금인상률 2.8%…전년 보다 0.8%p 높아져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운데 국민은행을 제외한 은행은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을 타결했다.

국민은행은 노사 합의안 없이 조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국민은행을 제외한 4개 은행의 임금인상률은 일반직 기준 2.8%로 결정됐다. 전년 2.0%에서 0.8%포인트 높아진 수준이다. 임금인상률은 한국노총 산하 산별노조인 금융노조가 사용자 측과 일괄적으로 협상하기 때문에 국민은행의 임금인상률도 2.8%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의 성과급도 전년 대비 확대되는 추세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올해 성과급으로 기본급의 280%를 책정했다. 지난해(신한 281%·하나 280%)와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신한은행은 현금성 포인트인 마이신한포인트 지급액을 100만포인트(100만원 상당)에서 150만포인트로 늘렸다. 하나은행도 현금 지급액을 1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늘리고 복지포인트를 50만원 증액한다. 농협은행은 통상임금 200%에 현금 300만원으로 전년 조건을 유지했다.

우리은행은 2024년 결산이 끝난 후 성과급 규모를 결정할 방침이다. 노조 측은 역대 최대실적을 낸 만큼 성과급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단협 교섭을 진행 중인 국민은행은 노조에서 통상임금 300% 수준의 성과급과 특별격려금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전년 조건(통상임금 280%)보다 대폭 확대된 규모다.

은행권 노조가 성과급 규모 확대를 주장하고 있는 이유는 지난해 은행들이 역대 최고 수준의 실적을 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까지 5대 은행의 누적 순익은 약 11조7883억원으로 전년 동기(약 11조3282억원)보다 4.06% 증가했다. 특히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지난해 연간 순이익 전망치는 총 16조9245억원으로 지난해(15조1367억원)보다 11.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전망치가 실현될 경우 이들의 연간 순이익 총액이 처음으로 17조원에 달하게 된다.

이 같은 호실적은 은행권의 예·수신 금리 격차가 확대된 영향이 크다. 은행들은 지난해 7∼8월 가계대출이 급증하면서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대출 금리는 올렸지만 시장 금리 하락에 따라 예금 금리는 내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은행권 신규 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1.41%포인트)는 2023년 8월(1.45%포인트) 이후 1년3개월 만에 최대 폭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5대 은행의 이자수익에서 이자비용을 뺀 이자이익은 약 29조1417억원으로, 전년 동기(약 28조6920억원)보다 1.57% 늘었다.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은행 직원의 급여는 이미 높은 수준이다. 은행 경영현황 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5대 은행의 직원 근로소득은 평균 1억1265만원으로 집계됐다. 국민은행의 평균 연봉이 1억1821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하나은행(1억1566만원)·농협은행(1억1069만원)·우리은행(1억969만원)·신한은행(1억898만원) 순이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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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은, 계엄 후 62조6000억원 RP 매입

한국은행이 비상계엄 사태 후 유동성 공급을 위해 한 달간 매입한 환매조건부채권(RP) 총액이 47조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한 해보다 많은 금액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이 이날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해 12월 한 달간 47조6000억원 규모의 RP를 매입했다. 이는 2020년 한 해 동안 매입한 42조3000억원을 넘는 규모다.

한은은 지난해 1~11월 58조5000억원의 RP를 이미 매입, 연간 매입액이 106조1000억원에 달했다. 한은은 올해 1월 들어서도 지난 7일 15조원 규모의 RP를 추가로 매입했다. 계엄 후 총 매입액은 62조6000억원이 된다.

한은 관계자는 “초과 유동성 관리를 위해 2008년 RP 매각을 일주일에 한 번씩 정례화한 이후 RP 매입은 월별 기준 지난해 12월이 최대, 연간으로도 지난해가 최대”라고 말했다.

한은은 대내외 여건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한 경우 RP 매입을 통해 단기 유동성을 공급한다. 코로나 팬데믹이 본격화된 2020년 3월 한은은 RP 무제한 매입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후 2021년 4조원, 2022년 26조8000억원 수준으로 매입량을 조절했고, 3고(고금리·고물가·고유가) 현상 심화로 내수 침체가 시작된 2023년 다시 50조9000억원의 RP를 매입했다.

지난달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무제한 유동성 공급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이튿날 오전 RP를 비(非)정례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비상계엄 선포 후 대통령 탄핵 소추 등 정국 불안이 이어지며 환율이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되면서 ‘코리아 엑소더스’에 대응하기 위해 한은의 RP 매입 규모도 불어난 셈이다.

한은은 유동성 공급량을 파악하기 위해 상환 후 잔액의 일평균치를 기준으로 활용하는데, 이를 살펴봐도 계엄 사태 여파가 상당했다는 게 정 의원 지적이다. 지난달 RP 잔액 평균은 14조9000억원에 달해 직전 최고였던 2020년 6월의 14조원을 훌쩍 웃돌았다. 정 의원은 “내란으로 인한 금융시장 악영향이 코로나 팬데믹보다 크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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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주제안 5년새 30% 넘게 늘었다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 대상이 된 기업 수가 최근 5년간 30%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행동주의펀드와 소액주주연대의 활동이 활발해진 영향이다.

아주기업경영연구소가 이날 발간한 ‘2025년 정기주주총회 프리뷰’ 보고서에 따르면 정기주총에서 주주제안 대상이 된 회사 수는 지난해 41개사로 2020년(31개사) 대비 10개사(32%)가 증가했다. 주주제안 안건 수로는 지난해 154건으로 2020년(110건)과 비교해 40%가 늘었다.

주주제안이 늘어난 배경에는 행동주의펀드와 소액주주들이 있었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해 10월 두산밥캣에 대해 합병이 추진됐던 두산로보틱스 간 포괄적 주식 교환을 재추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표할 것을 요구했다. 두산밥캣은 이에 거절의사를 밝혔지만 얼라인파트너스는 11월 재차 지배주주와 이해상충 문제 대책 발표 등을 요구하는 2차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영국계 행동주의펀드 팰리서캐피탈은 지난해 10월 SK스퀘어에 대해 자산관리 경험을 보유한 이사회 구성원 추가, 임원 급여의 회사 실적 연계, 부채활용 자본비용 절감 등을 제안했다.

주주안건 수와 함께 가결률도 상승하는 추세다. 지난해 주주제안 안건이 상장한 기업 중 1건이라도 가결된 기업의 비중은 36.6%로 전년 21.7%에 비해 상승했다. 주주제안 안건을 기준으로도 가결된 안건 비중은 2023년 16.4%에서 지난해 21.4%로 증가했다.

올해도 이 같은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는 지난 3일 영풍에 대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원칙 확립 및 실현계획 수립, 아연 제련 사업에 대한 경영진의 관심 및 설비투자 등을 촉구했다.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는 23일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과 이사 수 19명 상한 안건에 모두 찬성할 것을 권고했다.

연구소는 “기업이 주주제안자들의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사례들을 고려하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행동주의펀드 등 활동은 올해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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