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지역 강수량 3개월여간 2.3㎜…역대 평균치 대비 200분의 1 수준
우기인 겨울에 이상기후…"2년 전엔 비 때문에 고생했는데…어쩌다 이 지경 됐는지"
LA 산불 피해 지역 알타데나의 불탄 집 |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13일(현지시간) 현재 대형 산불 2건이 일주일째 확산 중인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평년 겨울 기후와는 달리 심각한 가뭄이 수개월째 이어져 사태를 악화하고 있다.
산불을 급속히 키운 것은 일명 '악마의 바람'으로 불리는 국지성 돌풍 '샌타애나'가 주범으로 지목되지만, 극도로 바짝 마른 풀과 나무들이 도처에서 산불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산불 사태 이후 만난 현지 주민들은 모두 "그동안 이렇게까지 비가 오지 않는 겨울은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LA를 포함한 남부 캘리포니아는 여름에 매우 고온 건조하고, 겨울에는 비가 자주 내려 온난 다습한 기후를 보이는 것이 통상적인 패턴이었다.
특히 지난 2022년 11월부터 2023년 3월에는 수일간에 걸쳐 폭우를 유발하는 '대기의 강'(태평양에서 발원해 미 서부로 이동하는 좁고 긴 형태의 수증기대) 현상이 10여차례나 발생해 큰 피해를 낸 바 있다.
지난 겨울(2023년 11월부터 2024년 2월까지)에는 LA 북서쪽 벤투라 카운티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역대 일일 최대 강수량 기록을 경신했고, LA 카운티에도 상당한 비가 내렸다.
바짝 마른 LA의 산 |
하지만 이번 겨울은 달랐다.
이 지역에 거의 집집이 마당에 한두 그루씩 있는 오렌지 나무는 겨울에 습기를 머금어 잎사귀에 통통하게 물이 오르고 열매가 점점 익어가며 커지는데, 올해는 잎사귀가 말라 오그라들고 열매 껍데기도 쪼글쪼글하게 줄어든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31일 라카냐다-플린트리지에서 앤젤레스 국유림에 있는 마운트 윌슨 천문대로 올라가는 길에서 직접 본 산의 모습은 나무들이 다 바싹 말라 초록빛이 아니라 갈색에 가까워진 상태였다.
산불에 그을린 LA 알타데나의 신호등 |
LA 공공사업부 자료에 따르면 이번에 대규모 '이튼 산불'(당국이 정한 산불 이름)이 발생한 앤젤레스 국유림 자락의 '이튼 댐' 관측소에서 측정한 작년 10월 이후 현재까지 3개월여간의 누적 강수량은 고작 2.3㎜에 불과하다. 이는 역대 같은 기간 평균치인 521.5㎜와 비교하면 228분의 1 수준이다.
LA 카운티를 관할하는 미 기상청(NWS) 지방사무소의 기상학자 라이언 키텔은 "(이번 겨울이) 기록상 역대 10위 안에 드는 건조한 우기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지역 일간지 LA타임스에 말했다.
LA 카운티 내 중심지인 LA시의 경우 기상학자들이 산불 위험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강수량 기준치 2.5㎜를 넘은 것은 지난해 5월 5일이 마지막이었다고 NWS는 밝혔다. 이후 8개월간 비가 거의 내리지 않은 셈이다.
LA 한 주택의 바짝 마른 나무 |
미 가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LA 카운티 내 982만명 인구의 100%가 가뭄의 영향을 받고 있다. 작년 11월 기준으로 지난 130년간의 동월 평균 기록상 21번째로 건조한 날씨였다.
대형 산불 2건의 총 피해 면적이 여의도 면적의 34배가 넘는 도합 153.1㎢로 확산하면서 주민들은 비가 와주기만을 두손 모아 기도하고 있지만, 당분간 비가 내릴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 상태다.
기상학자들은 LA에 향후 일주일 넘게 비가 오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으며, 이달 말까지도 강수 확률이 극히 낮다고 분석했다.
LA 라크레센타에서 20여년간 거주했다는 교민 이모(41) 씨는 "여기 살면서 겨울에 이렇게 비가 안 오는 것은 보지 못했다"며 "기후변화가 정말 심각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뭄이 지속되는 LA의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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