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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총수 4명 중 1명, ‘책임 있는’ 등기임원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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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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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 집단의 총수 4명 가운데 1명 가량이 경영을 실질적으로 주도하면서도 등기임원을 맡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권한만 행사하고 정작 법적 책임을 피한다는 얘기다.



14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자산 5조원 이상인 대기업 집단 내 개인 총수들의 등기 임원 여부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총수 78명 중 21명(26.9%)은 등기 임원을 맡지 않았다. 미등기 임원인 총수 비율이 2023년(35.1%)에 견줘 약간 낮아졌으나, 여전히 총수 4명 중 1명 이상은 등기 임원이 아닌 셈이다.



주요 그룹 가운데 총수가 등기 임원이 아닌 곳은 삼성(이재용), 한화(김승연), 에이치디(HD)현대(정몽준), 신세계(이명희), 씨제이(CJ)(이재현), 디엘(DL)(이해욱), 미래에셋(박현주), 네이버(이해진) 등이 대표적이다. 금호아시아나(박삼구), 디비(DB)(김준기), 에코프로(이동채), 이랜드(박성수), 한국앤컴퍼니(조양래), 태광(이호진), 삼천리(이만득) 등도 여기에 해당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대기업 집단의 ‘총수’는 재벌의 사업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을 가리킨다. 이런 총수들의 상당수가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선임되고 법인 등기부등본에 등록돼 이사회에 참가하는 등기 임원이 아니라, 명예회장·회장 등의 이름을 단 미등기 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셈이다. 이는 사업 전반에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이사회 구성원인 등기 이사가 져야 하는 법적 의무와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란 비판이 많다.



예컨대 이재현 씨제이그룹 회장은 미등기 이사지만, 지난해 씨제이와 씨제이제일제당, 씨제이 이엔엠(ENM) 등 3곳에서만 연봉 약 100억원을 받았다.



지난해 총수가 새로 등기 임원에 오른 대기업은 부영, 금호석유화학, 동원 등이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은 2023년 광복절 특사로 사면되며 등기 임원으로 복귀했다. 이중근 회장은 부영그룹 내 계열사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등 등기 임원 자리 15개를 겸직하고 있다. 동원그룹의 경우 창사 55년 만인 지난해 총수가 김재철 명예회장에서 김남정 회장으로 변경된 바 있다.



그룹 소속 회사의 등기 임원을 맡은 총수 친인척의 수는 지난해 310명으로 1년 전(294명)에 견줘 16명 늘어났다. 이는 재계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빨라진 영향이라고 연구소는 짚었다. 그룹 내 계열사 2개 이상에서 등기 임원을 겸직하는 총수 친인척 수는 2023년 147명에서 지난해 137명으로 소폭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계열사 5개 이상의 겸직 사례도 33명에서 26명으로 감소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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