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親尹도 反尹도 “그날 왔다”… 밤샘시위대에 한남동 긴장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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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체포영장 집행 초읽기 들어간 한남동 관저

친윤 “장갑차 앞에 누워서 제지”

반윤 “관저에서 구치소로”

경찰 “각 진영 유혈 사태 대비”

14일 오후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2025.1.14 /박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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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1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는 전운(戰雲)이 감돌았다. 이날 오후 6시 30분 기준 경찰 추산 4200여 명이 모인 친윤 시위대는 “편파적인 경찰과 공수처로부터 대통령을 지키겠다”며 결사항전의 의지를 내비쳤다. 반면 100명(경찰 추산)이 모인 반윤 시위대는 “이번 2차 영장 집행 때는 대통령을 관저에서 끌어내려 구치소로 보내겠다”고 말했다.

전날 밤부터 내린 눈으로 을씨년스러웠던 이날 아침, 최저 온도 1도의 날씨 속 친윤 시위대는 한남동 관저 앞으로 집결해 “윤석열 대통령 철통 보호”를 주장했다. 이어 이날 오전 6시 25분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대통령의 방어권을 보장해달라”는 명의의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면서 잠잠했던 분위기는 요동쳤다. 사회자가 정 비서실장 호소문을 읽어 내릴 때 마다 시위대는 “맞습니다”로 호응했다. 이들은 “경찰과 대통령 경호처 간 유혈 사태 가능성이 있다”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움직여야 한다”고 소리쳤다.

윤석열 대통령의 2차 체포 영장 집행이 임박한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앞에서 반윤 시위대가 모여 있다. /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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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진영 시위대가 “드디어 그 날(2차 체포 영장 집행)이 왔다”며 서로를 향한 말싸움이 격해지자 경찰은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이들을 갈라 놓았다. 이들은 바리케이드로 갈라진 약 80m의 길을 사이에 두고 서로에게 “이재명이 내란죄” “대통령 싫으면 북한으로 가라” “갈 길 가라” “꺼져라” “죽여버리겠다”고 하며 소리쳤다.

이날 오후 2시 30분쯤 “경찰이 내일 새벽 5시 대통령 체포에 나설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이들은 “집에 가지 않고 이곳에 모여 있겠다”며 “장갑차 앞에 누워서라도 제지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이 소식을 들은 반윤 측은 ‘내란 수괴 윤석열 즉각 체포’가 적힌 피켓을 연신 흔들고, “내란정당 내란의 힘 즉각 해산”을 외쳤다. 반윤 시위대 단상에 선 오동현 변호사는 “친윤 측이 심한 욕설로 저희의 집회를 방해하고 있다”며 “저런 극우들을 보니 내란수괴 윤석열의 마지막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12·3 비상계엄 후 윤석열은 뻔뻔한 궤변으로 내란을 부인하고, 수사 절차에도 임하지 않고 있다”며 비판했다. 한 참석자는 “2025년 1월의 한남동 관저를 보면 1980년 5월 광주가 떠오른다”고 했다.

친윤 시위대는 체포 영장 집행이 길어질 것을 대비해 각종 방한 용품과 비상 식량, 이불과 담요를 챙긴 상태였다. ‘관저 최전방 동지를 위한 구호 물품’이라며 빵과 음료도 속속 도착했다. 무릎 담요를 덮은 채 앉아있던 30대 남성 정모씨는 “오늘이나 내일쯤 체포 영장을 집행한다고 해서 집회에 왔다”며 “공수처가 함부로 영장을 청구한 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라고 말했다.

한 반윤 시위 참석자가 '반란수괴 윤석열 체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피켓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얼굴이 합성돼있다. /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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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에서 온 건설업자 조성훈(76)씨는 “나는 1987년 6월 항쟁 때 거리에 있던 ‘넥타이 부대’ 출신”이라며 “대한민국이 베네수엘라도 아니고 어떻게 공권력이 한 나라의 국가원수를 체포하느냐. 내 몸을 다 바쳐서라도 무조건 막아낼 것”이라고 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온 주부 연도경(66)씨는 “처음 비상계엄 선포 때는 어리둥절했지만, 이제는 대통령의 결단을 이해하게 됐다”며 “관저 앞에서 시위를 시작한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오늘까지 이곳에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후세를 위해 대통령 체포를 막겠다는 생각은 변함 없다”고 말했다.

경기 화성시에서 온 대학생 이모(25)씨는 “대통령을 경호하는 게 임무인 경호처장과 차장을 무슨 근거로 체포하느냐”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내일 새벽에 2차 영장 집행이 유력하다고 하니 밤을 샐 각오로 왔다”며 “대통령이 오사마 빈 라덴도 아니고 어떻게 강력·마약 범죄 체포조를 투입하느냐”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윤 대통령 체포 영장 집행이 유력한 15일 혹시 모를 각 진영 시위대 간의 유혈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혹시 모를 시위대 난입에 대비해 대형 버스 14대도 한남동 공관촌 인근에 세웠다. 경찰 관계자는 “1차 영장 집행 날이었던 지난 3일보다도 시위대가 더 몰릴 것으로 보고, 1차 경력(45개 부대·2700여 명)보다 많은 숫자를 배치할 계획”이라고 했다. 지난 3일 관저 앞에는 도합 1만5000명(친윤 1만2000명·반윤 3000명)의 시위대가 몰렸다. 다음 날에는 8만1000명(친윤 3만8000명·반윤 4만3000명)이었다.

경찰, 관저 앞 시위대 강제 해산 -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경찰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도로에 드러누운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강제 해산하려 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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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 4일 경찰과 몸 싸움을 하다 경찰관을 폭행한 민노총 조합원 2명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한 민노총 조합원은 경찰 무전기를 빼앗은 뒤 이를 이용해 경찰관 머리를 때리기도 했다. 지난 12일에는 한 반윤 시위대가 흉기를 들고 있다가 친윤 시위대와 시비가 붙어 특수협박 혐의로 그 자리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 영장을 저지하겠다며 결성된 단체 ‘백골단’에 대해서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들은 관저 인근에서 하얀 헬맷을 쓰고 ‘관저 사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지난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 질의에 출석해 “백골단이 영장 집행을 방해하면 현행범이 맞는다”며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2차 체포 영장 집행이 임박한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윤 대통령을 응원하는 화환이 놓여져 있다. /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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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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