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목적으로 팀 정체성 훼손" 반발
13일 오후 울산시청 민원실 앞에 문수경기장 3층 관람석 색상을 빨강으로 변경하는 데 반발한 팬들이 보낸 근조 화환이 줄지어 서 있다. 울산=박은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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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가 프로축구 K리그1 울산 HD 홈구장인 문수경기장의 관람석 일부 색상을 빨강으로 교체해 논란이다. 팬들은 단체장의 정치색을 반영한 게 아니냐고 반발하는 반면 울산시는 과도한 확대 해석이라는 입장이다.
14일 울산시에 따르면 울산시설공단은 지난해 6월부터 20억 원을 들여 문수경기장 3층 노후 관람석 1만5,694석을 교체하고 있다. 앞서 전체 3층 규모의 관람석 중 1, 2층은 2016년과 2022년에 각각 울산구단을 상징하는 파랑으로 교체됐다. 오는 3월 3층 공사가 마무리되면 빨강, 파랑, 초록, 노랑 등 4개 색깔로 이뤄진 기존 관람석은 파랑에서 빨강으로 서서히 변하는 그러데이션을 적용한 디자인으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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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문수경기장 3층 관람석 교체 전(위)후. 울산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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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HD 팬들은 팀의 정체성이 정치적 목적으로 훼손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시청 앞에는 '모두가 원하는 파랑 당신만 원하는 빨강' '울산 HD는 단 한 번도 붉은 적이 없다' 등의 문구가 적힌 항의성 근조 화환과 시위 트럭이 등장했다. 울산 HD 서포터스 '처용전사'는 "최대 라이벌인 포항 스틸러스를 상징하는 빨강을 굳이 홈구장에 입히려는 건 김두겸 울산시장이 소속된 국민의힘 색깔을 넣으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며 "문수경기장에 김 시장의 마음을 담지 말고, 울산 HD 홈팬들의 마음을 담아 달라"고 주장했다.
울산시는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청색과 축구의 역동성을 고려한 적색의 조합으로 구성했을 뿐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해석은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기존에도 관람석에 빨강을 썼고, 국가대표 평가전 등 A매치 국제경기가 개최되는 국제규격 축구장 관람석 전부를 청색으로 교체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설명이다. 하시원 울산시 체육지원과장은 "문수경기장은 울산 HD의 전용 구장이 아닌 홈구장이고, 국가대표 평가전 등 A매치도 열린다"며 "대표팀의 상징색이 각각 빨강과 파랑인 한일전 등도 고려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박했다.
22대 총선을 앞둔 지난해 3월에도 충남 아산FC 선수들이 개막전에서 그동안 입었던 파란 계열의 홈 유니폼 대신 붉은 유니폼을 입고 출전해 정치적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전문가들은 올림픽에서도 정치와 스포츠의 분리를 숭고한 가치로 삼고 있는 만큼 정치적으로 비칠 수 있는 행위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조재욱 경남대 정치학과 교수는 "경기장의 관리권은 지자체에 있고, 이를 행사하는 것이 위법은 아니다"라면서도 "정치적 이득을 위한 노림수로 오해할 여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선 지금이라도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 박은경 기자 chang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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