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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시간째,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 [이진순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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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과 민주노총 조합원 등이 지난 4일 저녁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윤석열 즉각 체포 촉구 긴급행동’ 집회를 열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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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진순 | 재단법인 와글 이사장

내란은 12월3일 그 하룻밤의 일이 아니다. 내란은 12월14일 국회의 대통령 탄핵으로 일단락된 것도 아니다. 내란은 12월3일 그가 무장 군인을 국회의사당에 투입하고 선거관리위원회를 탈취하던 그 순간부터 오늘 이 시각까지 일분일초 중단 없이 지속되고 있다. 시작할 때 그랬듯이 지금도 그는 기고만장이다.

윤석열은 내란범이다. 형법 제87조 내란죄에 명시된 대로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이다. 윤석열은 비상계엄 9일 만의 대국민 담화에서 ‘2시간짜리 내란이란 게 어디 있냐?’고, 마치 처음부터 2시간만 하려고 작정했던 듯이 말했지만, ‘그 목적의 달성 여부와는 무관하게 국헌 문란의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면 곧바로 내란죄가 성립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더구나 그의 내란은 2시간으로 끝난 게 아니다.

윤석열은 12·3 계엄 이후 지금(1월15일 0시 기준)까지 42일과 1시간40분, 총 1009시간40분째 국헌문란의 내란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남대로 128-24 관저에 똬리를 틀고 앉아 법원의 체포영장에 불응하고 경호처 직원들을 사병화해서 자신의 순장조로 삼으려 한다. ‘칼이라도 휴대해 무조건 막으라’고 지시했단 제보도 있다. 대한민국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형법 제91조는 ‘국헌문란’을 이렇게 정의한다. “1. 헌법 또는 법률에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헌법 또는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는 것. 2.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을 거부해 ‘법률의 기능’을 부정하고, 국가기관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윤석열은 내란죄 현행범이다.

시간을 끌면 뭐가 달라질까?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기각되거나 윤석열이 내란 혐의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그는 결국 파면될 것이고 감옥에 갈 것이다. 그런데 국민의힘에서는 대체 왜 이렇게 요란법석을 떨며 윤석열을 감싸고 도는 걸까? 국민의힘 의원 44명은 윤석열 체포영장을 저지하겠다며 용산에 도열했다. 지난 13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는 “윤 대통령이 오죽하면 그랬겠냐?” “비상계엄이 위헌인지 따져봐야 한다” “윤석열 내란특검법은 보수궤멸법”이라는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이 계엄 전으로 복귀하고 민주당과 오차범위 내 접전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들을 더욱 고무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2024 총선 참패 전에도 여론조사는 그랬다. 극우 지지층에 기대서 갈 수 있는 최대치가 거기다.

이보다 앞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10일 입장문을 통해 “현직 국가원수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놓고 공수처와 경호처가 극하게 대립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다”며 “여야가 합의해 위헌적 요소가 없는 특검법을 마련하라”고 말했다. 체포에 불응하는 현행범 처리 문제를 ‘공수처와 경호처 간 갈등 상황’으로 규정하고 여야가 타협해 해결하라는 책임 회피 전략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대면하고 있는 싸움은 경호처와 공수처의 갈등이 아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정쟁도 아니다. 살을 에는 혹한의 밤, 내리는 눈을 맞으며 얼어붙은 아스팔트 위에서 은박지를 두르고 밤을 지새우는 마음들이 민주당을 위한 것인가, 공수처를 위한 것인가? 이 싸움은, 내란 수괴가 휘두른 파괴와 폭압의 광기에 맞서서 민주공화국을 지키고 무고한 이들의 생명과 존엄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저항이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극우 언론은 탄핵 찬성과 반대의 이분법으로, 보수-진보의 진영 프레임으로 사안을 호도한다. 오랫동안 권력을 이어온 생존 수법이다. 현실을 ○× 게임으로 만들어서 스스로를 보수로, 정적을 좌파로 규정한다. 계엄 해제에 동의하지 않고 내란 수괴의 체포영장 불응을 지지하는 국민의힘은 보수가 아니다. 보수는 이미 궤멸했고 보수의 재건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이들, 그들에게 중요한 건 30% 지분의 극우 지지층뿐이다.

윤석열 이후의 세계는 더 이상 상대의 실책으로 인한 반사이익으로 연명하는 게임판이 아니길 바란다. 다행히 ○× 게임의 구태에 물들지 않고 기꺼이 세상의 약한 자들 곁으로 달려가 뜨겁게 손잡고 전진하려는 패기 있는 젊은이들이 우리를 이끌고 있다. ‘내란불면증’으로 밤잠을 설치면서도 그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설렌다. 그들에게 미래를 내주기 위해, 두번 다시 그 누구도 국민과 법 위에 존재할 수 없다는 걸 분명히 해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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