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의결한 지난 4일 새벽 군 병력이 국회에서 철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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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내란사태 당시 행정안전부가 서울경찰청의 요청을 받아 ‘재난안전통신망’ 이동기지국 차량 4대를 국회와 대통령실 인근에 배치했는데, 경찰이 국회 통신을 차단한 뒤 군과 소통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실이 14일 행안부와 서울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행안부는 서울경찰청의 요청을 받아 지난달 4일 새벽 1시45분부터 새벽 2시까지 ‘재난안전통신망’ 이동기지국 차량 4대를 국회에 2대, 한강진역과 삼각지역 인근에 각각 1대씩 출차시켰다. 국회와 대통령실 인근에 배치된 차량들은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안이 가결되고 8시간이 지난 뒤까지 현장에 계속 남아 있었다.
이 조처는 4일 0시39분 경찰청이 서울경찰청에 요청하고, 서울경찰청이 5분 뒤 행안부에 전달하면서 이뤄졌다. 재난안전통신망은 통신 서비스가 일시 중단되는 상황을 대비한 것으로, 군·경찰·소방 등 재난 관련 기관들이 재난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통신망이다. 사실상 군-경-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쓸 수 있는 유일한 통신망인 셈이다. 행안부는 대규모 인파가 몰리거나, 기지국 파손 등으로 특정 지역의 통신이 불안정한 경우 관련 기관의 요청을 받아 이동기지국 차량을 출동시킨다. 이 때문에 경찰이 국회 통신을 차단한 뒤, 군과 소통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군 수도방위사령부의 당시 행적도 이런 의혹을 짙게 한다. 수방사는 경찰청이 서울경찰청에 ‘재난안전통신망 이동기지국’ 출차 요청을 한 지 15분 뒤 서울시에 군경 합동상황실을 개소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알았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상계엄 당일 오후엔 ‘서울재난상황실02 통신망’을 주 채널로 설정해달라고 각 기관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게다가 검찰은 지난달 31일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을 구속기소하면서 이 전 사령관이 계엄 실행 당시 ‘(필요시) 서울시장, 경찰청장과 공조통화 실시’라고 메모를 적었다고 밝힌 바 있다. ‘재난안전통신망 운영 및 사용에 관한 규정’을 보면 각 기관이 함께 쓰는 통신 채널을 ‘공통 통화그룹’이라고 하는데, 이 전 사령관이 메모에 쓴 ‘공조 통화’가 경찰 등과 ‘공통 통화그룹’을 구축하라는 뜻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경찰청은 용혜인 의원실에 “국회 주변 및 주요 거점에 혼잡 상황이 예상됨에 따라 이동기지국 설치가 필요하다는 경찰청의 요청을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행안부는 각 기관의 요청을 받으면 이동기지국 차량 출차를 지원할 뿐”이라고 밝혔다.
용혜인 의원은 “비상계엄 해제 의결 전 수방사 계엄군이 국회 인근 통신을 차단하고 본회의장을 침탈하려고 했던 것이 아닌가 합리적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국회 의결 이후에도 이동기지국 차량이 그대로 배치되는 등 서울시, 경찰이 추가 내란에 협조한 정황 또한 진상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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