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두 사람 이 소식 듣고 겸허해해”
항해중인 미 최신예 원자력 추진 항모 제럴드 포드함. 최대 80대 이상의 각종 함재기를 탑재하는 세계 최대, 최강의 항공모함이다. /미 해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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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3일 새로 건조될 핵 추진 항공모함 두 척의 이름을 전직 대통령의 이름을 따 ‘클린턴함’ ‘부시함’이라 붙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전투기를 싣고 다니는 거함인 항공모함은 강력한 미국 군사력의 상징으로, 역대 대통령이나 전쟁 영웅의 이름을 붙이고 있다.
바이든은 이날 백악관 성명을 통해 “두 척의 차세대 핵 추진 항공모함에 빌 클린턴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이름을 명명하기로 발표하게 돼 자랑스럽다”고 했다. 바이든은 “제가 직접 빌과 조지에게 이 소식을 전했을 때 그들은 매우 겸허해했다(humbled)”며 “두 사람은 군 통수권자로서 수반되는 책임의 무게를 알고 있다. 군인의 안전한 귀환을 기다리며 걱정하는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원해야 하는 우리의 의무를 잘 알고 있다”고 했다. 클린턴과 부시는 각각 지속적인 경제성장,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대통령으로 미 국민 뇌리에 자리 잡혀 있다는 평가다.
현대 군사 체계에서 항공모함은 가장 강력하고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무기 체계로 꼽힌다. 미국이 아직 중국에 비해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미국에선 항공모함에 역사적인 전투 이름을 주로 붙여오다가 1968년 ‘존 F 케네디’ 항공모함부터 역대 대통령 이름을 붙이는 관례가 자리 잡았다.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준 전직 대통령의 이름을 따서 미 해군 장관이 여론을 수렴해 제안하면, 현직 대통령이 이를 승인해 발표한다.
미 해군은 1922년 최초의 항공모함 랭글리를 시작으로 2017년 취역한 차세대 핵 추진 잠수함 제럴드 R 포드함까지 약 100여 년간 모두 78척의 항공모함을 건조했다. 현재 실전 운용 중인 핵 추진 항공모함은 11척으로, 1975년 취역한 니미츠함부터 2009년 취역한 조지 H W 부시함까지 10척의 니미츠급과 그 후속인 최신 제럴드 R 포드함이다. 이 중 역대 대통령의 이름을 딴 항공모함은 8척이다.
지난 9일 장례식에서 바이든이 반세기 인연으로 소개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경우 항공모함에 이름이 붙지 않았다. 대신 핵잠수함 ‘지미 카터’에 이름이 사용됐다. 이는 잠수함 승조원으로 복무한 경험이 있는 카터가 항공모함보다 잠수함에 이름을 붙이는 것을 더 큰 영광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대통령 이름이 아닌 항공모함도 있다. 예컨대 ‘도리스 밀러’는 대통령이 아닌 제2차 세계대전 영웅의 이름을 땄다. 도리스 밀러는 흑인 조리병으로 전함에 투입된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습이 개시되자 주특기와 상관없이 기관총을 들고 치열하게 교전을 벌인 공으로 훈장을 받았다.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 노예제를 폐지한 에이브러햄 링컨, 강력한 외교정책을 보인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공황을 극복한 프랭클린 D 루스벨트, 2차 대전 연합군 총사령관 출신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등은 항공모함과 군함, 잠수함 등 다양한 함정에 반복적으로 이름이 붙여졌다. 미국인들 사이에서 역사상 존경받는 대통령임을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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