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절벽’ 현실화
게티이미지뱅크 |
국내 중견기업들이 잇따라 채용을 축소하거나 계획조차 세우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설문 조사 결과 전체 10개 업체 중 4곳 이상 올해 신규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고 답했다.
중견기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중간에 위치한 기업이다. 사회초년생들은 첫 직장으로 대기업, 공기업을 선망해 이들 기업보다 선호도가 떨어진다. 하지만 대기업 입사는 말처럼 쉽지 않은 현실로, 이에 일부는 중견기업으로 눈을 돌리지만 그마져도 녹록지 않은 것이다.
14일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발표한 ‘2025년 중견기업 고용 전망 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응답한 중견기업 중 무려 40.6%가 올해 신규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채용 계획을 세운 중견기업조차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신규 채용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59.4%의 중견기업 가운데 52.6%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채용을 유지할 것이라고 답했으며, 25.9%는 오히려 채용 규모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채용 규모를 줄이겠다고 응답한 기업들은 그 이유로 ‘실적 악화 및 수요 감소’(40.7%)를 가장 많이 들었다. 이어 ‘비용 절감’(30.1%), ‘경기 악화 우려’(15.4%)가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올해 채용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전체의 21.5%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 조사 대비 9.7%p 감소한 수치다. 채용 확대 전망이 크게 줄어든 점은 중견기업 고용 시장이 점점 더 위축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한편 취업준비도, 구직활동도 안 하는 ‘쉬었음’ 인구가 1년 새 8만명 넘게 늘어났다. 특히 20∼30대에서 급증하면서, 청년층 쉬었음 인구만 70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역대 최고 고용률을 보이고 있다”고 자평하지만,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체감 고용상황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1월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비임금근로 및 비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비경제활동인구는 1616만3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8만3000명 줄었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인구의 증가가 두드러졌다.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는 없지만 쉬고 있는 이들을 뜻하는 쉬었음 인구는 지난해보다 8만3000명 늘어난 232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20대 쉬었음 인구가 1년 새 2만8000명 늘어 38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30대도 같은 기간 25만4000명에서 29만2000명으로 3만8000명 증가했다. 20, 30대 청년층 쉬었음 인구만 67만6000명에 달하는 셈이다.
통계청은 이번 조사에서 처음으로 ‘왜 쉬었는지’를 연령대별로 분석했다. 10∼30대와 40대 이상에서 특징이 달랐다. 15∼29세는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가 32.5%로 가장 많았다. 비슷한 사유인 ‘일자리가 없어서’도 7.3%로 집계됐다. 이어 ‘다음 일 준비를 위해 쉬고 있음’(23.9%), ‘몸이 좋지 않아서’(18.2%) 순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관계자는 “연령층이 낮으면 일과 관련된 사유가 많았고, 고령층일수록 몸이 좋지 않다거나 이전에 하던 일을 마치고 다음 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쉬는 것처럼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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