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수사권 ②혐의 소명 ③도주 따지는 영장심사
체포 ·압송·구속보다 "해볼 만하다" 판단 깔린 듯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10월 1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사열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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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초읽기에 돌입한 가운데 윤 대통령 측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응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대통령경호처를 향해선 "불법 영장을 집행하는 경찰관은 체포할 수 있다"고 독려하고 있지만, 수사기관에는 '구속영장 청구' 카드를 내미는 양면 전술을 쓰고 있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을 이끄는 윤갑근 변호사는 14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에게는 사법 절차의 불법성에 대해 대응해야 할 책무가 있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에 불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윤 변호사는 전날 경호처 직원들을 직접 만나 "경호처는 불법영장으로 관저에 진입하는 경찰관을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사 항전' 의지를 재차 밝힌 셈이다.
물리적 충돌 우려가 짙어진 상황에서 윤 대통령 측이 꺼낸 협상 카드는 '구속영장 청구'가 사실상 유일하다. 윤 변호사는 "조사가 충분하면 (불구속) 기소를 하고, 조사가 부족해 증거 확보가 충분치 못하면 서울중앙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라는 게 (대통령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의 체포영장이 재발부된 이달 7일 이후부터 이런 입장을 견지했다.
윤 대통령 측의 구속영장 청구 제안은 어떻게든 체포는 피해보려는 '시간 끌기 전략'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구속영장을 청구해도 경호 등을 이유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할 수 있고, 구속영장 집행에도 불응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윤 대통령 입장에선 체포·압송보다는 구속영장이 그나마 기사회생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도 나온다. 법원이 윤 대통령 손을 들어줄 경우 단번에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려면 체포영장보다 더 높은 수준의 혐의 입증이 필요한 점도 윤 대통령이 '믿는 구석'으로 보인다. '출석 불응'이나 '불응할 우려'만으로도 발부되는 체포영장과 달리, 구속영장은 '범죄 혐의가 소명돼야' 발부된다. 불법계엄 사건의 핵심 피의자들이 모두 윤 대통령 공범으로 구속기소됐지만, 수사 주체는 검찰이었다. 공수처는 2021년 출범 이후 구속영장을 발부받은 피의자가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수사 능력에 의구심이 제기된 상태다. 법원이 현직 대통령인 윤 대통령에 대해 '도주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할 가능성도 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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