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민교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
"기억하라, 민주주의는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자신을 곧 소모하고, 탈진하며, 파멸시킨다. 자멸하지 않은 민주주의는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다."(Remember, democracy never lasts long. It soon wastes, exhausts, and murders itself. There never was a democracy yet that did not commit suicide.)
미국 제2대 대통령 존 애덤스가 자정능력과 복원력을 상실한 민주주의에 대해 내놓은 비관적 전망이다.
남 얘기가 아니다. 현직 대통령은 부정선거 의혹 해소와 반국가세력 척결을 명분으로 비상계엄을 발동하면서 메마른 정치판에 불씨를 댕겼고 더불어민주당은 탄핵을 넘어 내란죄와 외환죄의 광풍을 불러일으켰다. 불씨와 바람이 만나면 불길이 번지는 건 자연스러운 이치다. 수사권 논란에도 불구하고 현직 대통령 체포를 강행하려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무리수는 타오르는 불길에 기름을 부었다. 정치판의 극한 대립이 '민주화 이후'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공든 탑을 한순간에 무너뜨릴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엄습한다.
그러나 지금 누적된 문제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나온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통해 국회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려던 시도나 탄핵 및 형사소추로 그 대통령을 끌어내리려는 거대야당의 공세는 한국 민주주의의 퇴행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민주당은 탄핵과 고소·고발 남발만으론 부족했는지 급기야 '카톡(카카오톡) 계엄령'까지 꺼내들었다. 더 놀라운 것은 우리 민주주의에 이러한 과잉을 견제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없다는 사실이다. 그 학습효과 덕택에 미래 다수당도 유사한 행태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 민주주의가 자멸하기 전까지 얼마나 시간이 남았을까. 설마 하면서도 불안감 때문에 자꾸 마음이 급해진다. 물론 견제와 균형이 단순히 권한의 재분배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정치문화가 선진화하고 협치의 관행이 정착되면 굳이 헌법 탓을 하지 않아도 된다. 불행히도 지금의 '너 죽고 나 살자'식의 정치문화는 쉽게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결국 국회가 결자해지하지 못하면 국민이 나설 수밖에 없다.
구민교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