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 유출과 방화 공작 강요 사실 드러나
텔레그램으로 화염병 제조 방법도 가르쳐
지난해 이뤄진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포로 교환 이후 러시아군 군인들이 버스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러시아 국방부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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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 포로 가족을 협박해 기밀 탈취와 파괴 공작을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포로의 안전을 미끼로 한 심리전이 전쟁의 새로운 양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14일(현지시간) BBC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에 거주하는 스비틀라나(42)는 러시아에 포로로 잡힌 남편 디마의 소식을 기다리던 중 러시아 요원의 충격적인 제안을 받았다. 이 요원은 “남편이 더 나은 대우를 받고 조기 석방될 수도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군사 자산을 파괴하거나 기밀을 넘기라고 압박했다. 또 입대 사무실 방화, 군용 차량 파괴, 철도 전기 시설 공격 등을 지시하며, 이를 완료한 증거를 제출하라고 했다. 또 방공 부대 위치 제공과 같은 민감한 정보도 요구했다.
그러나 스비틀라나는 관련 메시지를 저장하고 이를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에 신고했다. SBU는 러시아 요원의 행방 조사를 위해 스비틀라나에게 철도 노선 폭파 계획에 동조하는 척하라고 지시했다. 러시아 요원은 텔레그램을 통해 화염병 제조법과 작전 시행 지침을 제공하고 신분 노출을 막기 위해 모자를 쓰고 보안 카메라를 피하라고도 조언했다. 대가로 남편과의 통화나 물품 전달을 약속했다.
이후 스비틀라나는 요원과의 접촉을 끊었지만, 협박은 계속됐다. 그는 “남편이 고문당하고 있는데, 그게 모두 네 잘못”이라며 죄책감을 심어주려 했다. 이에 대해 스비틀라나는 “이 사람이 실제로 포로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의심하면서도, 만약 사실이라면 내가 어떻게 살아갈지 두려웠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 포로 지원본부의 페트로 야첸코에 따르면 포로 가족의 약 50%가 러시아 요원의 접근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포로 가족들은 매우 취약한 위치에 있으며, 사랑하는 가족을 구하기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스비틀라나의 남편 디마는 3개월 전 포로에서 풀려났다. 현재 가족은 4살 된 아들 보바와 함께 키이우에서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스비틀라나는 남편이 석방되던 날 “죽음의 문턱에서 사랑을 되찾은 기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친 러시아 성향의 언론은 우크라이나인들이 군용 차량이나 철도 전기 박스를 파괴하는 영상을 반복적으로 보도하며 선전전에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선전전과 관련된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러시아 정부는 BBC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투원(포로)을 인도적으로 대우하고 제네바 협약을 준수하고 있다”며 포로 가족을 협박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오히려 우크라이나가 같은 방법으로 러시아 주민들에게 사보타주(파괴공작)와 방화를 강요하며 민간 시설을 공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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