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분열된 박근혜 전 대통령 때와는 다른 흐름
"보수 극단화는 탄핵 불복으로 이어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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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애(偏愛)는 지독히 이기적이지만 그래서 지극히 이타적이다. 박애가 실종된 시대 편애를 추적한다.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 앞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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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지지율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오차 범위 내로 좁혀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이후 격차가 두 배 가까이 벌어졌다 사태 이전 지지율로 돌아온 셈이다. 윤 대통령 탄핵 찬반 여론도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와는 다른 흐름이다. 일부 보수 지지층이 극단화하는 경향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 한동훈 대표 선출 때에 비견"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9, 10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42.2%, 국민의힘 지지율은 40.8%로 조사됐다. 윤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직후인 지난해 12월 둘째 주 52.4%까지 치솟았던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 4주간 꾸준히 떨어져 10.2%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국민의힘 지지율은 25.7%에서 40.8%로 15.1%포인트 상승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때는 보수가 탄핵을 주도하며 여권 지지층이 분열했다면, 지금은 국민의힘이 완강히 윤 대통령 탄핵 저지에 나서면서 지지층이 결집하는 모양새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에스티아이 이준호 대표는 “지난해 7월 한동훈 대표 선출로 컨벤션 효과를 얻을 때와 비견될 정도로 강하다”며 박 전 대통령 탄핵 때는 보수 지지층이 ‘샤이 보수’로 존재를 감췄다면 윤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는 ‘샤우팅 보수’로 적극적 응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자유통일당과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 주최로 2024년 8월 15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열린 ‘8·15 국민혁명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부정선거를 수사하라는 내용이 담긴 팻말을 들고 있다. 신용주 인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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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여겨볼 대목은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여론도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갤럽이 7~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은 찬성 64%, 반대 32%로 집계됐다. 국회가 윤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하기 직전과 비교하면 찬성 응답자가 11.0%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특히 보수층(46%→33%)뿐 아니라 중도층(83%→70%)에서 찬성 여론이 크게 감소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때는 국회 탄핵소추 의결 전부터 헌법재판소 탄핵 인용 판결까지 3개월간 찬반 여론이 크게 변하지 않았던 것과 확 다른 양상이다. 이준호 대표는 MBC가 지난해 12월 29, 3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부정선거가 있었다 생각한다’는 응답이 29%에 달했던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미 CNN방송이 2023년 8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부정선거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됐다고 믿는 공화당 지지층이 70%에 달했다”며 “한국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2021년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하는 시위대가 '민주주의의 전당'인 미 워싱턴DC 의사당 서쪽 벽을 타고 오르고 있다. 이날 의회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공식 확정하는 상·하원 합동회의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폭도로 돌변한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회를 점거하는 미국 민주주의 역사상 치욕의 사태가 벌어졌다. 워싱턴=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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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극단화가 제도에 대한 존중·신뢰 붕괴로"
미국은 인종·젠더 등 역사적 연원이 있는 문화적 갈등 양상이라면 한국은 보수 극단화가 본격화하면서 제도에 대한 존중과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일부 보수층의 극단화는 향후 탄핵 불복 움직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부정선거 외에 다른 음모론으로 옮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동현 논설위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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