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연대 "그린 가장 반환경적 크루즈 중단해야"
환경재단의 크루즈 여행 프로그램 ‘그린보트’가 이용하는 ‘코스타세레나’호의 모습. 환경재단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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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재단의 크루즈 여행 프로그램 '그린보트'가 이용하는 '코스타세레나'호가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 논란 속 16일 부산 동구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을 출항한다. 환경 단체와 운동가들 사이에선 그린보트가 처음 시작됐던 2005년과는 기후위기 상황과 시민들의 의식이 달라진 만큼 환경운동도 시대에 맞게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0개 단체 시민연대 "그린보트는 그린워싱"
시셰퍼드코리아 등 20개 단체로 구성된 ‘크루즈의 그린워싱을 반대하는 시민연대’는 이날 오후 부산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린을 가장한 반환경적 크루즈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크루즈의 그린워싱을 반대하는 시민연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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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셰퍼드코리아 등 20개 단체로 구성된 '크루즈의 그린워싱을 반대하는 시민연대'는 이날 오후 부산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린을 가장한 반환경적 크루즈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연대는 그린보트 프로그램이 환경보전의 목표에 부합하지 않고 오히려 과도한 탄소배출 및 해양생태계 파괴를 초래하는 그린워싱의 대표적 사례라고 주장했다. 크루즈 산업이 대기 및 해양 오염, 온실가스 배출, 해양 생태계 파괴 등 심각한 환경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환경재단에 △귀항 후 그린보트 프로그램 즉각 중단 △그간 발생시킨 환경피해에 대한 구체적인 탄소상쇄 계획 공개 △평화 의제와 실질적 관련성이 없는 것을 인정하고, 군수산업체와의 스폰서십 철회 등을 요구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평균적인 크루즈의 1인당 탄소배출량은 비행기의 약 4배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가디언 영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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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논란은 시셰퍼드코리아가 지난달 초 "해양 환경 보호를 외치면서도 사치성 선박 운항을 통해 해양 생태계에 피해를 가하고 있다"며 그린보트 프로그램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면서 불거졌다. 독일 자연보호협회(NABU)를 인용해 대형 크루즈는 하루에 380톤의 연료(자동차 8만4,000대의 이산화탄소 배출량)를 소모하고, 2,700명의 승객을 태웠을 때 하루 1톤을 초과하는 쓰레기가 배출된다는 것이다. 또 크루즈가 발생시키는 엔진 소음과 진동은 고래류 등 해양 동물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힌다고도 했다.
환경재단 "비행기보다 크루즈 탄소배출 적다"
코스타세레나호의 내부 모습. 환경재단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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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재단은 또 내외부 전문가들의 분석 결과를 인용해 코스타세레나호는 항공기 대비 승객 한 명이 1㎞를 이동할 때 발생하는 탄소배출이 38.5% 적고, 항공기와 호텔 이용까지 감안하면 47% 적다고 주장했다. 환경재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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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환경재단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환경재단은 공지를 통해 "그린보트는 관광도 있지만 움직이는 학교로 기획됐다”며 "수많은 사람들이 한 배에 모여 일주일간 함께 움직이면 움직이는 학교로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항해 중 발생한 탄소량을 국제 기준에 맞게 상쇄한다"며 "일본의 비영리조직 피스보트 주도에 따라 태양광과 풍력을 통해 움직이는 에코십 설계도가 나온 상태로 배가 완성될 때까지 차선, 차악을 선택하며 지속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환경재단은 또 내외부 전문가들의 분석 결과를 인용해 코스타세레나호는 항공기 대비 승객 한 명이 1㎞를 이동할 때 발생하는 탄소배출이 38.5% 적고, 항공기와 호텔 이용까지 감안하면 47% 적다고 주장했다. 재단 측은 "그린보트 운영으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상쇄하기 위해 방글라데시에서 약 2만여 그루의 맹그로브 성숙림을 조성할 계획"이라며 "성숙림은 연간 약 1,293톤의 CO₂를 흡수해 1년 만에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후위기 시대에 맞는 환경운동 전환돼야
시민연대는 크루즈가 발생시키는 엔진 소음과 진동이 고래류 등 해양 동물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힌다고 주장했다. 제주=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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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의 반박과 관련, 시셰퍼드코리아에서 활동하는 김한민 작가는 "'환경 연수는 무조건 해외여행을 포함해야 한다'는 황당한 전제를 깐 환경재단의 변명은, 논의를 의도적으로 왜곡한다"고 비판했다. 김 활동가는 이어 "환경교육은 육상에서, 저탄소로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며 "그린 비행기였다 해도 똑같이 비판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기후위기 시대에 맞는 환경운동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황윤 다큐멘터리 감독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2019년 그린보트에 연사로 탑승했다는 사실을 밝히며 "기후위기로 침몰하는 지구 위에서, 크루즈는 여행 수단이 될 수 없고, 환경운동의 수단이 될 수는 더더욱 없다"며 "선상에서 진행되는 강연과 프로그램들은 굳이 크루즈를 타야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황 감독은 "차라리 국내에서, 폐지 위기에 놓인 무궁화 열차를 타고 기차 안에서 환경 프로그램을 열고 전국 곳곳 기후위기와 생태 파괴로 아픈 지역을 찾아가 그곳의 현장과 주민들을 만나는 '녹색 열차'를 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도 "환경재단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사회적 책임을 되새겨야 한다"며 "그린보트 사업을 중단하고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드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해야 한다"고 전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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