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사용 효율, 심우주 탐사에 '팰컨9'보다 유리
막대한 돈 투입하며 계획보다 9년이나 지연
스페이스X, 실패해도 빠르게 실험·개선 반복
미국 우주기업 블루 오리진의 재사용 발사체 '뉴 글렌'이 1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발사되고 있다. 케이프커내버럴=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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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우주기업 블루 오리진의 재사용 로켓(발사체)인 ‘뉴 글렌(New Glenn)’이 16일(현지시간) 발사에 성공해 목표 궤도에 도달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스페이스X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했다”고 입을 모았다. 뉴 글렌이 스페이스X의 ‘팰컨9’보다 발전된 로켓으로 평가받는 건 물론, 엔진에 액화천연가스(LNG)를 주입해 발사함으로써 스페이스X보다 앞선 기술력을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다만, 초미의 관심사였던 재사용 로켓 1단의 착륙과 회수에는 실패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뉴 글렌 엔진에 재사용 유리한 LNG... 스페이스X 앞섰다
뉴 글렌은 팰컨9보다 직경도 크고 더 많은 페이로드(운송 중량)도 갖췄다. 세계 재사용 발사체 시장에서 불루 오리진이 스페이스X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더해 전문가들은 뉴 글렌의 재사용 로켓 1단 엔진인 BE-4에 LNG가 주입됐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팰컨9은 재사용 로켓 엔진인 멀린(Merlin)에 항공기 연료와 비슷한, 고도로 정제된 등유(RP-1)를 사용한다. 탄소 기반 연료인 RP-1은 높은 에너지 밀도와 낮은 점도로 엔진 효율을 극대화하지만, 연소 과정에서 탄소 찌꺼기가 많이 발생해 로켓 엔진 내부에 축적되고 장시간 사용하면 엔진 효율을 떨어뜨린다. 김승조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명예교수는 “로켓 재사용에 유리한 LNG 엔진이 재사용 발사체 시장의 대세가 될 것”이라며 “스페이스X의 차세대 우주선인 스타십에 LNG가 적용됐지만, 아직 발사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뉴 글렌 발사를 기점으로 블루 오리진과 스페이스X가 재사용 발사체를 비롯한 미래 우주산업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걸로 예상된다. 미국 우주군(USSF)은 지난해 6월 2025년부터 2029년까지 약 30건의 국가 안보 위성을 발사하는 56억 달러 규모의 국가안보우주발사 프로그램 계약자로 블루 오리진과 스페이스X, 미국 우주기업 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를 선정해 경쟁을 붙였다. 다만 이날 발사에서 로켓 1단 추진체를 대서양에 위치한 선박 플랫폼에서 회수하는 데는 실패하면서 절반의 성공으로 끝났다. 박순영 우주항공청 재사용 발사체 프로그램장은 “뉴 글렌의 소모성 2단 엔진은 수소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심우주 탐사 측면에선 스페이스X를 앞선다”라며 “블루 오리진은 미국 민간 우주시장에서 플랫폼 사업자로서 우뚝 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느려도 확실하게 vs 트라이 앤드 에러... 그럼 우리는?
우주산업 맞수로 경쟁하고 있는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왼쪽)와 블루 오리진의 제프 베이조스. 머스크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를 이끌고 있고, 베이조스는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을 창업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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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뉴 글렌 발사 성공은 아마존 창업자이자 블루 오리진을 만든 제프 베이조스의 막대한 재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해석이 적지 않다. 우주 전문 벤처캐피털인 스페이스 캐피털에 따르면, 베이조스가 2000년 창립한 블루 오리진에 지금까지 투자한 총 금액은 140억 달러(약 2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금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블루 오리진에서 로켓 엔진을 1번 테스트하는 데 무려 50억 원이 드는 걸로 추정된다”라며 “뉴 글렌이 2016년 개발 계획을 발표한 이후 여태까지 발사가 지연되면서도 결국 성공할 수 있던 건 베이조스가 매년 1조 원에 가까운 돈을 쏟아부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는 블루 오리진의 이 같은 로켓 개발 방식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는 이들도 많다. 블루 오리진은 완벽하게 실험하고,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방식으로 로켓 발사 시험을 한다. 느리지만 확실한 진보를 통해 우주산업의 혁신을 이루겠다는 베이조스의 비전이 반영돼 있다. 블루 오리진은 자사의 시험 로켓에 기업 철학과 비전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거북이를 그려 넣는다. 반면, 스페이스X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의 개발 철학은 ‘트라이 앤드 에러’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빠르게 시도해, 실험과 개선을 반복하며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이다. 김 명예교수는 “베이조스의 개발 방식 탓에 뉴 글렌 발사가 9년이나 지연됐는데, 그간 자금 지원이 안 됐다면 진작에 프로젝트가 와해됐을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지금까지는 베이조스와 같은 프로세스로 로켓을 개발해왔는데, 앞으로는 머스크의 트라이 앤드 에러 방식으로 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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