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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7 (월)

[시승기] 국내 시범서비스 중인 로보택시 타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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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M이 서울 강남에서 시험 운행 중인 로보택시 / SW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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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는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자율주행하겠습니다.”

12월 5일 경기 안양시 한 도로. 기자가 탑승한 자율주행 로보택시(Robotaxi·자율주행 택시)의 안전 요원이 스티어링 휠(운전대)과 페달에서 손과 발을 떼며 말했다. 안전 요원은 “현재 자율주행이 가능한 지역에서는 모두 운전자의 별도 조작 없이 차가 스스로 움직여 운행하고 있다”고 했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 중국 바이두의 자율주행 로보택시 서비스 아폴로 고(Apollo Go)는 모두 운전자 없는 로보택시를 운행 중이다. 그러나 국내법은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운전을 통제할 안전 요원이 없는 자율주행차의 운행을 금지한다. 로보택시 서비스를 개발한 에스더블유엠(SWM) 자율주행테크센터 류양호 전무는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차 운행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자율주행을 하는 동안 로보택시 앞좌석 중앙과 뒷자리 승객석 앞쪽의 디스플레이(화면)에는 끊임없이 주변을 지나는 자동차가 표시된다. 동시에 200대의 자동차를 모니터링할 수 있다는 SWM의 시스템은 자동차 형태와 크기까지도 구분해 화면에 보여준다.

SWM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과 대구, 경기 안양시 등에서 로보택시를 시험 운행했고, 현재는 서울 강남구 일대에서 로보택시를 시험 서비스한다. 이전 사업이 실증 시험에 가까웠다면, 2024년 9월 26일 서비스를 시작한 강남 사업은 상용화 직전 단계의 시험 주행이다. 예약·호출 등을 모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인 카카오T를 통해 할 수 있다.

로보택시는 KG모빌리티(KGM)의 코란도 EV에 SWM이 개발한 슈퍼 컴퓨팅 시스템 AP-500을 얹은 것이다. 인텔 중앙처리장치(CPU)가 장착됐으며, 병렬 연산이 가능한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적용됐다.

16대의 카메라와 최대 8대의 라이다(Li-DAR), 5대의 레이다(RADAR), 4개의 마이크, 12개의 초음파 센서가 주변을 샅샅이 훑어 정보를 보내면, AP-500이 분석해 자동차 각 부위로 명령을 내려 차가 움직인다.

SWM의 자율주행 시스템은 웨이모(5세대)와 비교해 카메라(29개)·레이다(6개) 수는 같고, 라이다(5개)는 더 많다. 자율주행 핵심 기술 중 하나가 라이다라는 점을 고려하면, SWM의 시스템 수준이 웨이모에 비해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직진하던 중 옆 차로에서 차가 끼어들자, 로보택시는 속도를 줄여 차가 안전하게 들어올 수 있도록 해 준다. 교차로에서 신호를 대기하다 신호에 따라 차가 움직이는 상황에서는 그 판단력에 감탄이 나온다. 우회전할 때도 다가오는 차가 없다는 걸 확인한 후 차가 움직이니, 빈틈이 없다는 생각이다. 사람 운전자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 신기하다.

로보택시는 실제 사람 운전과 비슷하게 가속과 제동도 했다. 급가속이나 급정거는 없었다. 자율주행 운전은 얼마나 사람 운전에 가깝냐가 관건이다.

어린이보호구역을 알리는 노란색 표지판이 나타났다. 로보택시가 수동 주행 모드를알리더니, 안전 요원이 운전에 개입했다. 안전 요원은 “비(非)자율주행 구간과 어린이· 노인보호구역 등 특정 구간 등에서 자율주행을 해제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공사장이나 도로 통제를 위해 세워두는 마네킹이나 동물 모양 표지판은 자율주행 시스템을 혼동케 한다. 이에 대해 류 전무는 “때문에 자율주행 시범 사업을 수행 중인 서울시에서는 공사 구간에서만큼은 자율주행을 하지 않도록 당부한다”라며 “사람 운전자라면 융통성 있게 행할, 교통법규를 살짝 어기는 선의 운전일지라도 자율주행 시스템에서는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라고 했다.

서울 강남구 일대에서 시험 서비스 중인 로보택시의 운행 시간은 오후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하루 총 6시간이다. 이 시간은 자동차 통행이 적어 자율주행 시스템을 시험하기도 좋다. 도로 위 변수가 적다는 것이다. 현재는 큰길 주행만 자율적으로 하고, 골목이나 이면도로에서는 자율주행이 불가능해 호출 시 안전 요원이 직접 운전해 온다.

운행 지역에서 스마트폰으로 카카오T 앱을 실행하면 ‘택시’ 카테고리 안에 활성화하는 서울 자율차 항목을 볼 수 있다. 운행 가능한 로보택시가 있을 경우 호출할 수 있는데, 미리 등록한 결제 수단으로 운행료 결제가 가능한 것이 일반 택시와 같다. 다만 운행료는 얼마를 이동하더라도 ‘0원(무료)’이다.

이 지역에 투입한 로보택시는 총 네 대로, 세 대만 동시 운행한다. 한 대는 예비 차다. 재미있는 점은 로보택시 서비스 지역에 학원가로 유명한 대치동이 껴 있다는 부분이다. 밤늦게 학원을 마친 학생들에게 로보택시가 인기라고 한다.

9월 26일부터 12월 5일까지 로보택시가 운행한 날은 모두 46일간이다. 평일은 모두 운행하며, 토요일과 일요일은 쉰다. 평일 공휴일에는 정상 운행한다.

SWM 로보택시를 자주 이용하는 한 승객은 운행 기간 중 30번 이상을 잡아탔다고 한다. 이 승객은 학원에서 귀가할 때 로보택시를 이용했다. 그는 “편리하고 안전해서 좋다” 는 소감을 남겼다.

Plus Point

Interview 류양호 SWM 자율주행테크센터 센터장(전무) “궁극적 목표는 사고 없는 운전…교통 소외 없는 이동 추구”

조선비즈

류양호 SWM 자율주행 테크센터 전무 - 전 현대자동차 자율 주행사업부 엔지니어, 전 현대모비스 AVN 플랫폼 개발 엔지니어




로보택시의 가능성을 얼마로 보나.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동력을 가진 물체는 모두 인공지능(AI)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 가장 먼저 들어갈 곳이 바로 지금 하고 있는 운송 사업(택시)이라고 본다. 운송 사업은 인건비와 사람 운전자의 수급 문제가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로보택시가 고려되는 것이다.”

웨이모, 바이두 등의 로보택시를 평가한다면.

“기술 격차는 없지만, 이들의 선도가 반갑다. 두 회사 성공 여부가 시장의 키(key)가 될 것이다.”

완성차 회사가 레벨4 이상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단 비싸다. 완전 자율주행차를 가정하면 자동찻값을 빼고 난 순수 기술 가격이 대당 1억원을 넘는다. 시스템 가격이 지금보다 10분의 1 아래로 떨어져야 대중 차에서 자율주행 기술이 가능할 것이다. 사고도 부담스럽다. 자율주행을 하다 사고가 한 건이라도 나면, 제조사가 감당해야 할 책임이 작지 않다.”

로보택시 사업 중에 사고난 적은 없는지.

“현재 운행 중인 로보택시가 소량이라 아직 사고에 대한 부담은 크지 않다. 실제 사고가 없었다. 소프트웨어(자율주행 시스템) 회사는 하드웨어(자동차) 회사보다 부담이 원체 적기도 하다. 우리 계획대로라면 2030년이 되기 전에 서비스 플랫폼화한 자율주행차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로보택시를 위한 기술적·제도적 과제는 무엇인가.

“기술적 관점은 주행 기술과 운행 기술,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주행 기술은 어느 정도 완성된 것으로 판단하지만, 문제는 무인 자율주행 시 운전자 역할을 100% 대체할 운행 기술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고객 소통, 자율 충전, 오염 대처, 운행 전 점검 등 운행 기술은 여전히 미흡하다고 판단한다. 제도적으로는 무인 자율주행차 면허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 지금 자율주행을 위한 임시 운행 면허는 연구 개발용이다. 이걸 취득하면 자율주행 시범 지구에서 실증 시험을 할 수 있고, 각 지자체에서 유상운송면허를 주면, 사람까지 태울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사람이 없는 자율주행은 불가능하다. 국토교통부가 무인 자율주행을 할 수 있는 면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

또 다른 어려운 점은 없나.

“교통법규의 탄력성이 아쉽다. 예컨대 편도 1차로 한쪽에 고장 차가 서 있을 때 사람이라면 반대 차로의 상황을 살핀 뒤 중앙선을 넘어 피해 갈 것이다. 그러나 자율주행차는 모든 법규를 100% 만족해야 하므로 이런 상황에서 그대로 멈출 수밖에 없다. 상당히 비효율적으로 운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모든 자율주행차는 이런 딜레마를 갖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로 이루려는 것은.

“궁극적인 목표는 사고 없는 운전이다. 또 운전에 소요되는 노동력을 줄이고, 이를 통한 생산성 향상도 노린다. 공유 경제를 통한 지구 환경 보호도 목표다. 이 과정에서 기술과 시장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이미 시작됐다. 레벨4 이상 자율주행 기술이 상용화 단계에 이르면 가장 먼저 확대될 부분이 로보택시 등 운송 서비스 시장일 것이다. 로보택시는 24시간 운행이 가능한 운송 수단으로, 대도시뿐 아니라 교통 소외 지역의 이동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사업성이 매우 좋다.”

박진우 기자(nichola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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