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 기자(chin580@naver.com)]
검찰이 26일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대통령 윤석열을 구속 기소하면서 국민 수준을 우습게 보는 대통령과 대통령 측근들의 '국민듣기평가' 시도가 확실하게 차단되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밤 늦게 검찰이 윤석열을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구속 기소한 데 대해 여전히 "불법이자 편법"이라고 비판하면서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여전히 국가원수인 대한민국 대통령을 불법에 편법을 더해 구속기소한 현 상황이 너무도 야속하고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이 평온했던 시기에 말도 안 되는 계엄을 시도하다 '내란우두머리' 혐의로 헌정 사상 첫 구속 기소된 사례에 대해, 국민들의 선택을 받아 당선된 현직 대통령이 국민들과 나라의 안위는 외면한 채 엉뚱한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이후 지난 50여 일 동안 보여준 언행을 보면서 국민들은 배신감을 느끼면서 안타까워하기는 매한가지다.
거슬러 올라가 보면 윤석열은 국민들의 일반적인 정서에 반하는 언행을 취하는데 능통했다. 그래서 인지능력은 물론 공감능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비상계엄 선언 직전인 지난해 11월 8일 김건희 씨의 대외활동 전면중단 및 특검(특별검사) 등을 거부해 진정성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대통령은 두 시간 여 동안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가지면서 '사과'했지만 반응은 '제2의 개사과'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 때부터 '국민듣기평가'라는 신조어가 생기면서 대통령의 얘기는 "해석이 필요하다"는 말까지 나왔다. 당사자인 대통령 윤석열은 당시에 자기가 어떤 말을 했는지 가장 잘 알겠지만 뒤로 숨어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
국회탄핵소추로 시작된 헌법재판소 재판정에서도 어김없이 국민듣기평가는 재현됐다.
헌법재판정에서 내란중요임무종사로 구속돼 있는 김용현 전 장관은 대통령 앞에서 "의원이 아니라 요원을 빼내라고 지시한 것"이라는 변호인 측의 주장에 맞장구를 쳤으며 또 한 변호인은 "국민들은 계엄령을 계몽령"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국민들을 경악하게 했다.
그 내용은 포고령 1호 5항, "48시간 내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는 처단하겠다"는 조항였다.
그는 미소 띤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전공의 이걸 제가 왜 집어넣었냐. 웃으면서 이렇게 얘기를 하니 이것도 그런 측면에서 좀 '어떤 계고한다는 측면에서 그냥 뒀습니다' 해서 저도 웃으면서 그냥 놔뒀는데, 그 상황은 기억하고 계십니까?"
이 날, 변론 재판정에서 한 순간에 국회의원들은 '국회요원'으로 둔갑했고, 근대화 시절 너나 할 것 없이 겪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쓰여졌던 '국민계몽'이라는 단어가 21세기 K-한류가 세계를 휩쓰는 시기에 다시 소환되어 나왔다.
온 국민이 비상계엄 당일 밤부터 계엄이 해제될 새벽까지 모든 상황을 두눈 똑바로 뜨고 지켜봤는데도 그 상황에 대한 대통령과 집권여당 측의 변명은 일반적 상식 수준을 벗어난 '궤변에 궤변에 궤변'을 더할 뿐 이었다.
'두 시간 짜리 계엄' '경고성 계엄' '장난 같은 계엄' '베껴 쓴 계엄''계몽령 같은 계엄'이라는 말 장난으로 국민들을 '계몽'시키려 했지만, 사법당국은 그를 '내란우두머리'로 구속 기소했다.
시민들은 이렇게 '악몽' 같았던 묵은 해를 보내면서 "사필귀정"을 말하고 있으며 "이제 제발 을사년 새해에는 국민을 우습게 보는 정치는 사라지고 상식과 원칙, 공정이 바로 서는 밝은 해가 떠오르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서 김 전 장관의 증인신문이 끝난 뒤 서로 목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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