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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7 (월)

‘비주류’ 김문수는 어떻게 여권 지지율 1위가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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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에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대권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김 장관은 최근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보수층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김 장관이 더불어민주당의 사과 요구에도 고개를 숙이지 않은 모습이 강성 보수층에게 크게 어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로 인해 중도 표심은 얻기 어렵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23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김 장관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28%)에 이어 차기 대통령 적합도 2위(14%)로 나타났다. 이어 홍준표 대구시장 7%, 오세훈 서울시장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각각 6% 등 순으로 조사됐다. 국민의힘 지지층 조사에선 김 장관은 1위(34%)로 홍 시장(15%)의 2배 가까운 지지율을 기록했다.

23일 발표된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김 장관은 이 대표에 이어 차기 대통령 적합도 2위를 기록했다. 시사저널이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18~19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6명에게 물은 결과, 이 대표(33.2%)에 이어 김 장관(19.1%)이 2위였다. 이어 홍 시장 9.4%, 한 전 대표 8.2%, 오 시장 6.1%, 김동연 경기도지사 3.1% 등 순이었다. 김 장관이 이 대표와의 양자 대결에서 이 대표를 앞섰다는 결과도 나왔다. 김 장관이 46.4%로 이 대표(41.8%)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사람의 격차는 4.6%포인트로 오차범위 내(±3.1%포인트)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비주류’였던 김 장관이 급부상하자 다소 놀란 눈치다. 한 TK 중진 의원은 기자에게 “최근 한 지역 언론 행사에 홍 시장,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등도 왔는데 김 장관에 대한 함성이 제일 커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한 초선 의원도 통화에서 “김 장관이 갑자기 왜 뜨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김 장관 지지율 상승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강성 보수세력의 결집, 국민의힘의 극우화와 무관치 않다. 윤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보수 유권자들이 극우적 언행을 보여온 강성 보수 김 장관을 선호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4일 CBS라디오에서 김 장관 지지율 상승에 대해 “보수 세력이 결집하고 있는 현상이 가장 극우적인 김 장관에게로 모이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풀이했다.

지난달 11일 국회 비상계엄사태 관련 긴급 현안 질의에서 김 장관이 사과를 거부했던 것도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김 장관을 선택하게 된 계기였다고 여권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당시 국회 본회의에서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국무위원들에게 계엄을 막지 못한 책임을 물어 기립 사과를 요구했고,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 숙여 사과했다. 하지만 김 장관은 야당 의원들의 질타에도 끝까지 앉아 사과를 거부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민주당의 폭주가 도를 넘은 상황에서 충성스럽고 보수의 가치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거 같다”고 분석했다. 이 대표와 잘 싸울 것 같은 강성 이미지 때문에 김 장관이 호감을 얻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지지자는 기자에게 “김문수가 제일 잘 싸울 거 같아서 좋다. 오세훈은 좀 약하다”고 했다. 김 장관이 오 시장, 홍 시장,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 다른 여권 주자들에 비해 명태균 의혹에서도 자유롭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흥미로운 점은 김 장관과 홍 시장이 모두 여권 대권 주자 중 노골적인 ‘탄핵 반대파’로 분류되는데 강성 지지층이 홍 시장보다 김 장관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홍 시장은 탄핵 정국에서 자기 대권 욕심을 드러냈던 게 (지지자들의) 신뢰를 잃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홍 시장은 지난달 2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구시장은 4년만 하고 졸업하겠다는 생각이었는데 그 시기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조급해진다”며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적이 있다. 앞선 여권 관계자는 “이건 홍 시장이 윤 대통령 탄핵을 전제한 것 아니냐”고 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23일 CBS 라디오에서 “윤상현 의원이라든지 홍준표 시장 같은 경우에는 대통령을 좀 강하게 보호하면서 강하게 이야기하셨는데 왜 그분들이 못 오르고 김문수가 오르냐, 저는 안 보여서 오르는 거라고 생각한다”며 “긁어보지 않은 복권”이라고 했다.

김 장관이 실제로 여당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는 이들도 늘었다. 특히 이 대표와 양자대결에서 김 장관이 다른 주자들보다 앞선 조사가 나온 것을 여권 인사들은 주목하고 있다. 한 친윤계 핵심 인사는 통화에서 “그동안 김 장관이 갤럽 등 여론조사에서 높게 나온다고 해도 김문수로 어떻게 이재명과 양자대결을 할 수 있냐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막상 양자 대결을 해보니 김문수가 오세훈보다 높게 나오면서 이제 김문수에 대해서 (대선 후보로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여권 관계자도 기자에게 “김 장관과 오 시장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여권에선 김 장관이 여당 대선 후보가 되면 대선을 지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강성 이미지로 인해 결국 중도 표심을 얻기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는 기자에게 “대선은 중도를 누가 가져오느냐의 싸움”이라며 “지도부 입장에서는 중도 표를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이 대선 후보가 되길 바라지 않겠나”라고 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23일 MBC 라디오에서 “워낙 윤석열 대통령 편에 서서 극우적인 발언과 표현을 많이 하셔서 외연 확장이 있을까”라며 “그래서 김문수 후보를 내는 순간 국민의힘은 대선을 무난하게 지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 그렇게 전망해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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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1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행위 관련 긴급현안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사과요구를 거부한 채 다른 국무위원들과 달리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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