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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소멸’ 시대, 은행이 방파제 역할 할 수 있을까? [세모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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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부터 ‘지방소멸위험지역’…충남·경남·전북 등 포함

“은행 자금 공급역할 중요…지방 중기 대출 인센티브 늘려야

‘지역재투자 평가제도’ 개선 필요…‘온렌딩’ 활성화해야”

“은행 점포 폐쇄되면 지역 자금 공급 어려워져” 주장도

당국, 우체국서 금융 업무 허용…가계대출 규제, 지방 예외

‘지방 소멸’ 시대에 은행의 ‘방파제 역할’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에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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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지방 소멸’ 시대에 은행의 자금 공급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지방 중소기업 등에 대한 은행의 자금 공급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경제가 활성화되고 인구 유입도 늘 수 있다는 주장이다. ‘디지털 뱅킹’ 확산에 따른 은행 점포 수 감소에 제동을 걸어야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금융당국에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은행을 통한 지방 자금공급 확대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은행에 지방 중기 대출 시 인센티브 제공 필요”

서울 시내의 시중은행 ATM 지점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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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금융연구원이 발간한 ‘지방소멸과 은행의 역할 강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국내 지방 인구가 급속도로 줄면서 지방 소멸 현상이 빨라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방 인구는 지난 2019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수도권과 지방 인구 비중도 지난 2020년 처음으로 수도권이 지방을 앞선 뒤 그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지난 2023년 기준 수도권 인구 비중은 50.6%로, 지방(49.4%)보다 1.2%포인트(p) 높았다.

돈의 흐름도 점점 더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수도권과 지방의 예금취급기관 수신 비중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지난 2013년 각각 66.9%, 33.1%로 격차는 33.8%포인트였는데 2023년에는 42.4%포인트(수도권 71.2%, 지방 28.8%)까지 커졌다. 여신도 지난 2018년부터 수도권의 증가율이 지방을 앞서고 있다. 비중 또한 지난 2023년 기준 수도권(62.6%)이 지방(37.4%)보다 25.2%포인트 높은 상황이다.

‘지방소멸위험지수’도 악화하고 있다. 지방소멸위험지수는 20~39세 여성 인구 수를 65세 이상 고령인구로 나눈 값이다. 1 미만이면 ‘주의’, 0.5 미만이면 ‘소멸위험’ 단계다. 지방의 경우 지난 2013년 지방소멸위험지수가 0.91로 ‘주의단계’였는데, 지난 2023년에는 0.49까지 떨어지면서 ‘소멸위험지역’에 들어섰다. 구체적으로 충남, 경남, 전북, 강원, 경북, 전남 등이 ‘소멸위험지역’이 됐다. 부산과 충북 등도 소멸위험지역 경계에 서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 소멸 현상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금융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특히, 자금지원 능력이 큰 은행이 지원을 늘리면 지역 균형 성장의 성공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지방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인센티브(유인책) 확대 ▷금융위 ‘지역재투자 평가제도’ 개선 검토 ▷은행 부수업무·자회사 범위 확대 ▷지방 소재 기업 온렌딩(on-lending) 대출 확대▷지방 중소기업 컨설팅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우선 지방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의 대출에 대해 각종 지원을 늘리면 지방 중소기업들이 수도권에 비해 높은 대출 기회를 갖고, 낮은 대출금리를 적용받게 된다. 이를 통해 지방 중소기업들의 사업 수행 기회가 늘고, 금융비용을 절감해 경영성과를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수도권 중소기업들도 지방으로 이전할 유인을 제공하며, 은행들도 지방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릴 수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8년 지역에서 예금을 받는 금융회사가 해당지역의 경제성장에 기여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지역재투자 평가제도’를 도입했다. 지역금융에 대한 지원전략 등을 평가, 결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보고서는 은행권이 지역재투자에 힘을 쏟게 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 금고 지정 시 평가 항목에 ‘지역재투자 평가’ 관련 내용을 높은 점수로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은행권의 관심이 큰 지자체 금고 선정과 연동해 자연스럽게 지역 자금 공금을 늘릴 수 있다는 전략이다.

또한 일본처럼 지방소멸을 억제하고 지속가능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사업을 은행 부수업무로 허용하거나 지역 회사에 대해 은행 지분한도를 완화해 자회사로 둘 수 있도록 하는 방안, 지방 소재 기업에 대한 온렌딩(on-lending) 대출을 확대하는 방안 등도 제시했다. 온렌딩 대출이란 정부 기관이 저리의 자금을 시중은행에 공급하면 은행이 자체 평가를 거쳐 대상 업체와 대출 금액 등을 결정하는 대출을 말한다.

아울러 지방 중소기업에 경영 컨설팅을 제공하는 은행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 지방 소재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경영컨설팅을 지원하는 공적 지원기관을 설립하는 방안 등도 있다.

“은행 점포 폐쇄, 지방 자금 공급에 부정적” 주장도…당국도 예의주시

[한국금융연구원 보고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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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국내에서 은행 점포 수가 급속도로 줄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국내 은행 점포는 총 5690개였다. 5년 새 1189개 지점이 문을 닫았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에서 각각 708개, 481개가 폐점했다. 전체 폐쇄 점포의 69%는 4대 은행 점포다. 은행별 비중에서는 KB국민은행이 26.3%로 가장 높고, 그 뒤로 우리은행(24%), 신한은행(22.9%), 하나은행(18.8%) 등 순이다.

이에 예금보험공사는 “은행 지점 축소가 관계형 금융 약화 초래, 지역 소규모 기업 등에 대한 자금 공급 감소로 고용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정책적 대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금융당국에서도 관련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주요업무 추진계획’ 중 하나로 6월부터 우체국에서 예금개설이나 대출 등 본격적인 은행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포함했다. 은행 지방점포 폐쇄로 금융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다. 이를 위해 6월부터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통해 시범 운영하고, 추후 은행법 개정에 나설 계획이다. 당국은 최근 ‘은행 접근성 제고 TF’도 구성해 관련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내년 본인가를 목표로 진행 중인 ‘제4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기준에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중요한 요소로 넣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서도 지방은 예외적으로 한도를 높여주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22일 ‘출입기자단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정부가 전망한 경상성장률은 3.8%이고, 그 범위 내에서 (가계대출 총량이)증가하도록 관리할 것”이라면서도 “지금 지방 부동산에 대한 걱정이 좀 있다. 지방은행 가계부채 증가율은 경상성장률보다 조금 더 높게 풀어주는 등 조금 더 탄력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헤럴드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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